공정위의 재벌개혁 키워드 5가지로 살펴보는 2018년 공정위 움직임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김상조 공정위원장이 시장 개혁에 시동을 걸었다. 지난해는 시범경기였다면 올해부터 공정위의 칼날이 본격적으로 움직이는 ‘본경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공정뉴스>는 김상조 위원장이 올해 재벌개혁의 기치로 내세울 키워드에 대해 분석해 본다.

문재인 정부 출범이후 가장 주목받은 장관급으로 단연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꼽힌다. 참여연대와 경제개혁연대 등의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며 ‘재벌 저격수’로 이름 높았다. 그가 ‘경제검찰’의 수장이 되자 비상한 관심이 집중됐다. 이에 따라 취임 초부터 재계를 향한 폭풍이 몰아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김 위원장은 취임 이후 대기업의 자발적인 변화를 기다리겠다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보냈다. 그런 김 위원장의 태도는 지난해 말부터 서서히 바뀌었다. “기업들의 자발적인 개혁 의지에 의구심이 있다”는 표현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검찰의 중수부와 비견되는 ‘기업집단국’이 신설되는 등 공정위의 조직이 정비되면서 서서히 재계를 향해 칼날을 드리우고 있다. 공정위가 지난달 발표한 ‘2018 업무계획’을 중심으로 올해 재계를 향한 공정위의 행보를 살펴본다.

일감몰아주기 단속
일감몰아주기는 편법 경영권 승계에 이용될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의 거래생태계를 파괴하는 대표적 사례라고 공정위는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엄정한 법집행을 통해 일감몰아주기 관행이 더 이상 시장에서 용인되지 않는다는 점을 확고히 인식시켜 나갈 계획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열린 공정위 업무보고에서 “대기업의 경제력 남용 방지를 위해 일감몰아주기를 엄중 제재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위 조사 결과 총수2세 지분율이 높을수록 내부거래 비중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20% 이상인 경우 내부거래 비중은 11.4%였으나, 50% 이상에서 18.4%, 100%일 경우 66%로 조사됐다.

이와 함께 공정위는 사익편취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친족분리 기업의 사익편취 적발 시 친족분리를 취소하고, 기업집단의 브랜드 수수료 수취 상세내역을 공시하는 제도개선을 추진키로 했다.

갑을관계 해소
갑을관계 해소는 김상조號 공정위의 핵심 과제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11일 청와대가 유튜브 등 SNS에 공개한 ‘친절한 청와대, 갑질 그만 하도급 대책-김상조 위원장 편’에 출연해, “경제민주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재벌개혁도 필요하지만 우리 사회에 만연한 갑을관계를 해소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 공정위는 소비자 이익 저해 우려가 없는 경우 중소상공인의 대기업에 대한 거래조건 합리화를 위해 담합을 허용하는 등 제도개선을 추진하기로 했다. 아울러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중소상공인의 부담완화를 위해 대·중소기업간 비용분담 합리화 제도를 마련했다. 노무비 등 공급원가 또는 비용 증가시 납품대금·가맹금 등의 조정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도급법 및 하도급·유통 표준계약서를 지난 12월 개정한 것이다. 또한 대형유통업체의 4대 불공정행위(대금 부당감액, 부당반품, 납품업체 종업원 부당사용, 보복행위)에 대해 징벌배상제를 도입했다.

하도급 문제에서도 대·중소기업간 협상력 격차를 구조화하는 전속거래관행의 개선을 위해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 회사 대상 전속거래 실태조사 실시, 경영정보 요구관행 근절을 위한 금지대상 경영정보를 구체화하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유통·프랜차이즈 관행 철폐
김상조 위원장 취임 후 여론의 주목을 가장 많이 받은 곳은 프랜차이즈 업계다. 때마침 터진 미스터피자 등 가맹본부 등의 각종 갑질이 사회문제화 되자 공정위의 강한 제재가 있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CJ푸드빌이 운영하는 뚜레쥬르가 가맹점과 공정거래협약을 맺는 자리에 참석했다. 그는 축사를 통해 “우리경제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이념은 상생”이라며 “상생이 가장 절실한 분야는 가맹시장”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1970년대 유가파동으로 가맹점주 영업여건이 어려워지자 구입강제품목을 통해 가맹점으로부터 유통마진을 챙기는 관행에서 벗어나 오히려 구매협동조합을 설립해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한 던킨도너츠, 버거킹, 맥도널드 등 미국 가맹본부의 사례를 들었다. 그러면서 “가맹본부와 가맹점이 상생해야 한다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를 넘어 숙명과 같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정위는 가맹본부에 대해 판촉행사시 비용전가 방지를 위한 가맹점 사전동의 의무화 및 부당한 계약해지 방지를 위해 악용소지가 있는 즉시해지 사유를 정비하기로 했다. 대형 유통업체에 대해서도 납품업체의 협상력 제고를 위해 유통업체에게 주요 거래조건을 공시토록 의무화하기로 했다.

4대그룹 개혁 요구
김 위원장은 취임 직후 주요 4대 그룹부터 개혁을 시작할 것을 천명했다. 지난해 6월, 삼성·현대차·SK·LG 등 4대그룹 주요 경영진과 만나 이들에게 지난해 말까지 변화의 의지를 보일 시간을 줬다. 이제 1차 데드라인은 끝났다. 정기 주주총회가 다가오고 있다. 김 위원장은 올초 한 인터뷰에서 “3월 주총에서 대기업의 자발적 개선안의 성과를 확인해, 재벌의 움직임을 보고 공정거래법상 사전규제를 어느 정도 강화할지 판단해 하반기 입법 계획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올해 상반기 대기업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조사, 공익재단 실태 조사, 지주회사 실태 조사를 집중적으로 하기로 했다. 이 조사 결과와 대기업의 지배구조개선 실태를 토대로 3월 이후 정부 주도의 재벌 개혁을 본격화 한다는 복안이다.

김 위원장은 대기업 조사에 대해 “잘못된 것을 조사해 적발하고, 제재하는 것 자체만이 목적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 어떤 신호를 보낸다는 점에서 중요한 수단”이라고 말했다. 공정위의 조사 자체가 갑을 관계 등 그동안의 잘못된 관행을 고치는 계기가 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내부단속 강화
공정위는 과거 ‘OB’로 불리는 공정위 퇴직자들이 현직 직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며 유착관계에 있다는 의혹에 시달렸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외부관계자들, 특히 OB와의 접촉을 스크리닝할 수 있는 시스템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공정위 공무원이 퇴직자 등 일정 요건에 해당하는 외부인과 접촉할 경우 그 내용을 보고토록 하는 등의 ‘외부인 접촉 관리규정’(훈령)을 제정해 1월 1일부터 시행했다. 이 시스템은 시범시행을 거쳐 2월부터 공식 시행된다.

훈령의 주요 내용을 보면 공정위 공무원이 빈번한 방문 등을 통해 영향력 행사 가능성이 있는 법무법인 변호사, 대기업 임직원, 공정위 퇴직자 등 3가지 유형의 외부인과 접촉하는 경우에는 5일내에 상세 내역을 감사담당관에게 보고하도록 의무화했다. 여기에는 대면 접촉뿐만 아니라 전화·이메일·문자메시지 등 통신수단을 통한 비대면 접촉을 모두 포함한다. 다만 경조사, 토론회, 세미나, 교육프로그램의 참석 등 사회상규상 허용되는 범위의 대면접촉 등에 대해서는 보고 하지 않을수 있도록 예외를 허용했다.

김 위원장은 “이 규정은 접촉자체를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접촉의 투명성을 높이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올해 공정경제를 실현하고 혁신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대기업집단의 경제력 남용 방지 ▲대·중소기업 간 공정한 거래기반 조성 ▲혁신 경쟁 촉진 ▲소비자 권익 보호 ▲법 집행 체계 확산 등 5대 정책 과제를 중점 추진할 계획이다. 이러한 김상조호 공정위의 계획에 재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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