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시인의 사회’ 2017년 대한민국 검찰의 현주소인가

정치·재벌·언론·검찰의 부적절한 협잡(挾雜)을 소재로 한 영화 ‘내부자들’이 현실에서도 이슈다. 영화에서 극중 조국일보 논설주간 이강희(백윤식 분)가 정치적 이슈를 묻기 위해 여론을 조작한다. 재벌의 협박으로 증인이 자살한다. 언론은 ‘검찰 책임론’을 내세우며 수사를 방해한다. 국정원 댓글사건 연루 수사를 받던 변창훈 검사가 자살한 사건과 이 영화는 닮아있다. 보수언론이 일제히 ‘검찰 책임론’을 내세웠다. 검찰을 둘러싼 보수와 진보간 전쟁 전모를 분석한다.

변창훈 검사가 지난 6일 자살했다. 국정원 댓글 수사 방해 혐의로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다. 변 검사는 국정원의 사법방해 사건의 당사자다. 지난달 자살한 국정원 소속 정치호 변호사와 마지막에 통화한 인물이기도 하다.

변 검사의 사망과 관련 검찰이 무리한 수사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부 언론도 사설을 통해 ‘적폐 수사 대상자 잇단 극단 선택, 정치보복 수사의 비극’, ‘현직 검사·변호사 자살 부른 적폐청산, 과도한 수사 아닌가’라며 비난했다.

변 검사의 죽음에 대해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책임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업무수행중 발생한 일인데 지나치게 압박해 검사로서 마지막 자존심을 뭉겠다는 주장이다. 변 검사 빈소에 조문 간 문무일 검찰총장에게 박기동 안동지청장이 ‘너희들이 죽였다’고 고함을 질렀다는 보도도 나왔다. 검찰 내부 분위기가 상당히 격앙돼 있음을 나타내는 일화다.

이에 대해 <TBS> ‘뉴스공장’을 진행하는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는 “국정원이 검사들에게 검찰 업무인 수사와 재판을 방해하라고 시킨 공작 사건”이라며 “자존심 운운할거면 검사에게 친정인 검찰을 속이라고 지시한 국정원을 거론해야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국정원의 책임을 반드시 묻겠다고 하지 않고 그런 일이 다시는 없도록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겠다는 사람을 탓하고 앉아있냐며 검찰은 자존심도 없냐”고 비판하기도 했다.

특수통, 황교안 공안 라인에 ‘복수혈전’

이번 사건의 배경으로 검찰의 양대 계파인 특수통과 공안통의 대립을 꼽기도 한다. 민주당 정부에서 승승장구한 특수통과 보수정권에서 잘 나간 공안통의 ‘대리전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MB·朴정권 당시 공안통 검사들이 주요 요직을 차지하면서, 특수통 검사들이 한직으로 물러났다. 文정부가 들어서면서 공안통이 한직으로 밀려나고, 특수통 전성시대를 맞이한다. 격세지감이다. 이 과정에서 검찰의 ‘적폐수사’ 칼날은 내부로 향하고 있다.

(왼쪽부터) 황교안 전 총리, 채동욱 전 검찰총장
(왼쪽부터) 황교안 전 총리, 채동욱 전 검찰총장

검찰이 검찰을 압수수색했다. 지난달 27일, 검찰은 2013년 국정원 대선개입 수사 방해에 연루된 장호중 전 부산지검장·변창훈 서울고검 검사·이제영 의정부지검 부장검사 등 3명을 압수수색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와중에 변 검사가 자살한 것이다.

장 전 지검장은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원 핵심요직인 감찰실장, 변 검사는 국정원 법률보좌관으로 재직했다. 당시 이들은 남재준 전 원장이 국정원 댓글사건 특별수사팀의 수사에 대비하기 위해 만든 TF에서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비해 가짜 사무실을 만들어 허위 서류 등을 갖다 놓았다. 또 국정원 직원들이 수사를 받거나 재판에 증인으로 설때도 허위진술을 하도록 했다.

이 같은 검찰내부 적폐 청산은 ‘특수통’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설계라는 얘기도 나온다. 채 전 총장은 2013년 박근혜 정부의 국정원 선거 개입 사건 수사를 지휘하다 청와대와 마찰을 빚었다. 그리고 그해 9월 조선일보 보도를 앞세운 국정원의 ‘혼외자 폭로’작업으로 낙마한바 있다. 복수혈전이다. 전 정권과 공안통을 향한 전쟁을 선포한 것이다. 채 전 총장은 특수통 후배인 윤석열 지검장과 윤대진 서울중앙지검 1차장 등을 통해 검찰개혁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진다.

검찰은 국정원의 채동욱 전 총장의 혼외자 사건 공작을 비롯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의 ‘논두렁 명품시계’ 사건 등 재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모두 공안 쪽에서 수사한 사건들이다.

이와 관련해 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 우병우 전 민정수석, 최윤수 전 국정원 2차장도 검찰 수사 대상에 올랐다. 검찰 내 적폐와 공안통에 대한 전방위 압박이 시작된 것이다.

법과 원칙이 사라진 검찰

국문호 정치평론가는 “일부 언론은 국가기관인 국정원이 대통령 선거를 비롯해 국내 정치에 개입한 것이 얼마나 큰 범죄인지는 외면한 채로 오로지 검찰 수사만을 비난하고 있다”면서 “그들의 자살로 무엇이 감추어지는지, 누가 가장 이득을 보는지는 지적하지 않는다. 오히려 ‘변 검사의 자살은 5년 뒤 다른 칼춤의 서막일지 모른다’며 위협하는 듯한 모양새까지 보인다”고 비판했다.

검찰 안팎에선 “법과 원칙이 검찰 내부에 안 서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안통과 특수통으로 나눠 ‘밥그릇 싸움’에만 몰두할 게 아니라 국민에게 신뢰받는 기관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검찰청법 제4조에서는 검사를 ‘공익의 대표자’이며 ‘직무를 수행할 때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며 주어진 권한을 남용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과연 우리 검찰이 지금까지 이 법에 맞게 행동했는지 되돌아 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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