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시, 67년 만에 역사 속으로... 비싼 로스쿨 학비, 대를 이은 직업상속 수단되나

사법시험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67년 만이다. 사시는 1950년 고등고시 사법과로 시작했다. 그동안 2만여 명의 합격자를 배출했다. 사시는 합격자로 최초의 여성 합격자 이태영 변호사를 비롯해 노무현 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 등 수많은 유명인사를 배출했다. 사시를 대체해 로스쿨 제도가 도입됐다. 공정한 사회를 만든다는 도입 취지다. 하지만 로스쿨 제도에 대해서는 많은 반발이 있다. ‘금수저를 위한 제도라는 것. 로스쿨제도의 문제점과 해결방안을 살펴본다.

사법시험 폐지 앞두고 반발 움직임

19대 대선이 한참이던 지난 54, 이종배(40)씨는 한강 양화대교의 아치 위에 올라갔다.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고 올라간 것은 아니었다. 그는 사법시험 준비생으로 사법시험 존치를 주장하며 고공 단식 농성을 벌이기 위해서였다. 대선 후보들에게 사시 존치 약속을 받기위한 일종의 시위였다. 다음날 오후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나타났다. 홍 후보는 이 씨에게 전화해 위험하니 내려오라고 말했다. 이 씨는 홍 후보의 설득에 내려왔다.

홍 후보는 이 씨와 통화 후 내가 집권하면 로스쿨 제도를 고쳐서 음서제가 안 되도록 만들겠다사법고시, 행정고시 등 다 존치 하겠다”, “외교 아카데미도 없애고 외무고시를 부활시켜 실력으로 뽑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홍 후보도 경남 창녕 시골 출신으로 1982년 사시를 합격한 검사 출신이다. 홍 후보는 “(고시는) 우리나라 1000년 역사 가진 인재 선발 제도를 왜 없애느냐“(고시가 없어지면) 음서제로 변질이 돼 부의 세습을 넘어 신분의 세습으로 가게 된다고 강조했다.

대한법학교수회(회장 백원기)도 지난 22사법시험은 공정성의 대명사로 국민들 절대 다수가 사법시험의 폐지를 반대하고 있다로스쿨에 진학할 수 없는 이들을 위한 신사법시험이 도입돼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사법시험 폐지 배경

사법시험이 공정성 측면에서 매우 우수하고 2006년부터 도입된 법학과목 35학점 이수 외에 별다른 진입 제한이 없는 등 장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로스쿨제도가 도입된 배경은 무엇일까.

대한법학교수회는 대륙법을 수용한 우리나라가 미국식 로스쿨 제도를 도입하게 된 배경은 사법개혁의 일환으로 사법시험의 폐해를 제거하기 위한 것으로 고시낭인 양산, 학문법학의 수험 법학 전락, 특정 명문대의 합격자 독식, 양질의 법률서비스 제공 불가 등이 사법시험의 폐단으로 제시됐다고 설명했다.

한 마디로 사시폐지의 목적은 법조계의 짬짜미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었다. 사법연수원 기수로 나타나는 상명하복식 문화를 없애고 공정사회를 구현하기 위한 목적이 컸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특히 서울대 법대 출신이 사실상 독식하는 구조를 타파하기 위한 노무현 대통령의 의지였다는 견해도 있다. 하여간 사법시험은 폐지됐고 이제 법조인 선발은 로스쿨로 일원화됐다.

로스쿨의 문제점 - 금수저 논란 -

지난해 9월 헌법재판소는 20171231일 사법시험의 전면 폐지를 규정한 변호사시험법 부칙은 합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사법시험 존치를위한 고시생모임등이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헌재는 재판관 54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이로써 사시 폐지의 위헌성 논란은 일단락됐다.

그러나 고시생 모임등은 이번 결정에 반발하며 국회를 상대로 한 관련 법 개정 운동에 나설 것을 다짐했다. 법무부도 201512, 2021년까지 사시를 연장하는 방안을 내놓았다가 로스쿨 생들의 극렬한 반발과 국정농단 사건과 탄핵, 대선 및 사시존치를 반대하는 입장으로 알려진 문재인 대통령 당선으로 유야무야된 상태다. 헌재는 사법시험을 2017년까지만 치르도록 한변호사시험법 부칙 1조와 2, 41항 등이 직업선택의 자유나 공무담임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누구나 로스쿨과 변호사시험을 거쳐 법조인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가장 저렴한 서울시립대 로스쿨의 경우에도 1년 등록금만 2015년 기준 1천만 원이 훌쩍 넘는다. 서울시내 유명 사립대학 로스쿨의 경우 한 학기 등록금이 2015년에 벌써 1천만 원을 넘었다. 그 외에도 각종 비용 등을 감안하면 로스쿨 재학 3년간 1억에 가까운 비용이 든다. 이는 사법시험 폐지의 주요한 논거 가운데 하나인 과다한 수험비용으로 인한 고시낭인 양산방지라는 주장을 무색케 한다.

사시 폐지론 측은 수험비용 측면에서 신림동에서의 수험비용, 고시원이나 원룸비용·독서실비·학원비·책값·식비를 따지면 더 이상 개천에서 용이 나올 수 없는 구조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로스쿨은 등록금만 따져서 사시 비용을 훨씬 뛰어넘는다. 폐지론자들이 사시 수험비용 계산에 는 넣었던 책값, 원룸 비용 등 각종 생활비는 로스쿨 변호사 자격취득 비용계산에는 빠진다.

로스쿨의 문제점 - 사실상 유리천장 논란 -

로스쿨의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국가나 공공기관의 직원을 뽑는 각종 시험에서 나이제한은사실상 사라졌다. 경찰이나 군인, 소방관 등 월등한 신체 능력을 필요로 하는 일부 직군에만 남아있을 뿐이다. 과거 만 32세로 규정됐던 공무원 임용 연령 제한은 공무담임권 제한이라는 헌재의 위헌 결정으로 사라졌다. 지금은 7급이나 9급 공무원시험에 합격하는 40대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하지만 로스쿨은 다르다. 로스쿨 면접에서 법학적성시험(LEET) 성적 최상위권임에도 불구하고 나이 때문에 소위 인서울로스쿨이 아닌 선발에서 나이를 덜 따지는 지방 로스쿨을 지원하는 경우는 로스쿨 수험가에서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는 얘기다. 회계사나 의사 같은 몇몇 특수 직업 출신이 아니면 30대의 나이로 좋은 로스쿨에 들어가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 하다는 것이다. 일부 학교에서는 로스쿨 초창기에 학생담당 부학장의 주도로 20대 후반조차 거의 뽑지않았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로스쿨의 문제점 - 법조인력의 질 저하 -

과거 사법시험에 대한 가장 강력한 반대 근거는 고시 낭인양산과 사시 수험비용이 싸지 않다는 것이었다. 먼저 고시낭인이 배출되었던 것은 맞다. 하지만 로스쿨도 1기와 2기같이 합격률이 높은 기수를 지나 이제 6회 변호사시험까지 치러졌다. 앞으로 변호사 시험 합격률이 몇 년 뒤엔 50% 미만으로 떨어질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로스쿨을 졸업하고서도 변시 합격을 위해 과거 사시생들이 모여있던 신림동에 로스쿨 낭인들이 다시 모일 거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실제로 비교적 집안이 부유한 로스클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기존보다 2배 비싼 가격의 로스쿨 전용 독서실 등 로스쿨 관련 시설이 속속 신림동에 들어서고 있다.

법조 인력의 전반적인 질 저하도 문제다. 익명을 요구한 사시 출신 대형 법무법인 구성원(파트너) 변호사 A일을 시켜보면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출신들이 상대적으로 법적인 지식이 얇은 것은 맞다. 사시 출신이라면 모를리가 없는 기본적인 법 지식조차 없어 당황했던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시출신 입장에서는 경쟁력에서 상대가 안되니 상대적인 희귀성을 가지게 돼 경쟁에서 유리하게 된 측면이 있어 크게 반대하지 않는 것 같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국내 굴지의 로펌에 근무했던 사시출신 변호사 B평균적으로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사시출신에 비해 훨씬 더 경제적으로 집안이 유복한 건 사실이라며 소위 금수저만 들어오는 거 같아 과거 프랑스 혁명 당시의 법복귀족이 우리나라에서 재탄생하는거 아니냐는 우려를 표시했다.

로스쿨제도 문제 해결방안

이러한 로스쿨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무얼까. 먼저 고졸이나 로스쿨 학비를 감당하기 힘든 계층, 나이제한으로 로스쿨 입학이 불가능한 사람들을 위해 적은 규모라도 사법시험을 유지하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로스쿨 재학생들과 교수, 학교 측의 극렬한 반대에 부딪힐 가능성이 100%. 헌법소원 사건으로 재차 확인된 로스쿨 제도의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한 당국과 대학 측의 노력은 한결 필요성이 커졌다. 경제적 약자도 로스쿨에 다닐 수 있는 두터운 장학제도, 특정 계층 자녀에 대한 입학 특혜의 철저한 배제 등이다. 그런 노력이 선행하지 않는 한 사시 존폐 논란은 앞으로도 길게 이어질 수밖에 없다. 과연 한국로스쿨협의회가 이러한 노력을 보여줄지 의문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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