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의 전성시대는 끝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와 언론(言論)은 전쟁 중이다. 언론의 문재인 죽이기가 도를 넘고 있다. ‘흠집내기식의 보도가 흘러 넘친다. 보수매체 조··동을 비롯해 진보매체 한겨례·경향·오마이뉴스까지 문재인 때리기에 가세했다. 보수·진보 구분 없이 문을 공격하는 양상이다. 문재인 대 언론의 프레임이다.

▲ 영화 <존 윅 리로드>를 패러디해‘지지자들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손떼면 벌어질 일’이라는 이미지(출처:루리웹)

지난해 연말 최순실 국정농단사건 촛불시위 박근혜 퇴진 5·9 대통령선거 문재인 대통령 당선까지 6개월 간의 짧은 시간이었다. 보통 새 정부가 들어서면 일정기간 허니문기간을 갖는 게 보통이다. 이번 문과 언론은 허니문 기간 없이 전쟁이 시작됐다. 전쟁 발발의 원인에서부터 향후 문제점까지 전망해본다.

대중은 개, 돼지들입니다. 뭐하러 개, 돼지에 신경을 쓰시고 계십니까. 적당히 짖어대다가 알아서 조용해질 것입니다.”

영화 <내부자>에 등장하는 조국일보 논설주간 이강희(백윤식 분)의 말이다. 정경유착(政經癒着)보다 심각한 문제를 정언유착(政言癒着)이 안고 있음을 고발하고 있다. 한국사회는 세 개의 권력이 존재한다. 정치권력, 재벌권력, 그리고 언론권력이다. 그 중 보수언론인 조국일보의 이 주간은 실질적으로 권력이 부딪히는 판을 설계하고, 그 배후를 기획, 조정한다.

현실에도 이강희가 있다. 판을 짜서 권력을 만들고 배후를 조정하려는 세력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언론과의 전쟁을 보면 권력과 언권의 방향을 읽을 수 있다.

문 대통령과 언론전쟁

문재인 대통령 취임 직후 문 지지자들에게 진보 언론이 뭇매를 맞았다. 진보언론은 대선과정에서도 문 후보에 대한 악의적인 공격과 끌어내리기를 끊임없이 시도했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프레임은 바뀌지 않았다. ‘허니문 기간도 없이 문 대통령에 대한 공격이 지속되고 있다.

신호탄은 <오마이뉴스>에서 쐈다. 이 회사에서 청와대를 출입하는 손병관 정치부장은 문재인’, ‘김정숙 씨등의 표현으로 문 대통령 지지자들의 뭇매를 맞았다. 이후 해명에서 이명박 대통령 시절에도 부인을 김윤옥 씨로 썼다며 회사 내부방침을 거론했다.

하지만 이전 보도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라고 쓴 기사들이 다수 발견되고, 탄핵으로 쫓겨났음에도 박근혜 전 대통령이라던가 일본 아베 수상의 부인을 아키에 여사라고 하는 등 소위 내부방침과 다른 기사들이 잇달아 드러났다. 해명 과정에서 그는 영어권 국가에는 대통령 부인을 지칭하는 표현 자체가 없는 것으로 안다는 변명을 했으나, 미국에서는 대통령 부인을 퍼스트 레이디(First Lady)라고 부르기 때문에 역풍을 맞기도 했다. 결국 사과했지만, 그 후인 61일에도 처음 문제가 된 기사와 비슷한 유형의 제목으로 기사를 올렸다가 수정하는 등 사과의 진정성은 의심받고 있는 상황이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공격에는 <경향신문>도 빠지지 않았다. 경향은 526,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내정자의 위장전입 문제에 대한 단독보도로 문 정부에 대한 공격에 참전했다. 그 후 김 내정자의 위장전입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문제가 된 부동산투기 목적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연수를 가면서 우편물을 받을 용도이거나 교사로 워킹맘이던 김 내정자 부인이 일할 학교 배정을 위한 목적이었던 것.

일각에서는 ‘재벌 배후설’에서부터 별 탈 없이 넘어갈 것으로 생각됐던 이낙연 총리 인사청문회 통과를 딴지 놓기 위한 목적이 아니겠느냐는 등 다양한 분석이 나왔다.

문제는 김상조 교수 위장전입 단독 기사가 나간 후 경향신문에 삼성의 전면광고가 실린 것이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속담을 생각나게 만드는 절묘한 타이밍이어서 논란이 됐다.

기자들 세우다 반격 당해

<한겨레>의 미래라이프 에디터인 안수찬 전 <한겨레21> 편집장이 문 지지자들로부터 공격을 당했다.

이 일은 <한겨레21> 1162(522일자)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표지모델로 쓴 것부터 시작했다. 한겨레가 문 대통령이 표지 모델로 나온 타임지 아시아판을 벤치마킹한 것. 문재인판 타임은 인터넷서점 알라딘 역대 최다 일간 판매량을 기록했고, 누적 판매량 67000부를 돌파했다. 보통 2천부가 판매된다.

<한겨레21> 발행 이후 문재인 지지성향 누리꾼들의 맹폭이 시작됐다. 누리꾼들은 먼저 사진을 문제 삼았다. ‘아무리 보기 싫은 사람이 대통령이 됐다고 해도 이런 사진을 쓴다는 건 너무 속이 들여다보인다’, ‘문 대통령이 얼마나 권위주의적으로 보이길 원했으면 위로 올려다보는 구도로 찍은 사진을 썼느냐는 비판이었다.

여기에 <한겨레21>은 단 한번도 문재인 대통령의 사진을 단독으로 실은 적이 없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상황은 불에 기름을 부은 것처럼 악화됐다. 민주당 당내경선 경쟁자였던 이재명 성남시장이나 안희정 충남지사는 물론이고, 바른정당 남경필 경기지사나 유승민 의원,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단독 표지 모델로 나왔지만, 유독 문 대통령만은 단독으로 나온 적이 없었다.

문 대통령을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식의 사업적 수단으로 사용한데 대한 항의가 빗발쳤다. 이에 안수찬 기자는 본인의 페이스북 계정에서 신문에 옮긴 뒤로 시간이 좀 남는다. 붙어보자덤벼라. 문빠들이라는 말로 엄청난 비난에 휩싸였다.

논란이 계속되자 결국 안 기자는 죄송합니다. 술 마시고 밑바닥을 드러냈다. 자숙하겠다며 사과했다. 하지만 문빠들 솎아서 차단하는 기능을 제공한 페북에게 새삼 감사한다는 페북 친구들과의 뒷담화가 뒤늦게 발견돼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미디어 오늘>의 김도연 기자가 참전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아니꼽다고 좌표찍은 뒤 개떼처럼 몰려가 일점사해서 굴복시키는 시대면 언론이 왜 필요한가. 그게 파시즘인데. 기자 사냥꾼들, 그거 당신들 주인에게 부끄러운 짓이오라고 뛰어들었다. 소위 문빠라고 불리는 문 대통령 지지자들을 노비나 하인으로 보고 주인인 문 대통령에게 누를 끼치지 말라고 훈계한 것. 결국 김 기자도 엄청난 비난에 직면했다.

▲ 한겨레·경향·오마이를 비판하는 누리꾼이 만든 이미지

문 지지자들에 대한 공격은 진보·보수언론을 가리지 않는다. 지난 517<조선일보><이른바 문빠의 인터넷 홍위병 행태 점입가경> 이라는 제하의 사설에서 문 대통령은 이들에게 도를 넘어서는 일을 자제해 달라고 했지만 통하지 않고 있다. 이런 홍위병 행태가 대통령에게 도움이 될 리가 없다고 비판했다.

문 지지자, 언론 역공

문 지지자들의 행동을 보면 기존의 팬덤 문화나 정치문법은 적용되지 않는다. 팬덤의 주인공으로 정치조직의 얼굴이자 보스의 말도 먹히지 않는 상태인 것. 이러한 현상은 기존의 박사모나 안철수 지지자 등에서는 볼 수 없는 현상이다. 과연 어떻게 바라봐야 될까.

분석의 단초를 평론가인 고일석 전 문화일보·중앙일보 기자의 페이스북에서 찾아볼 수 있다. 고 전 기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문빠라는 속성을 가진 사람들, 그 무리의 가장 큰 특징이 통일된 지도부가 없다는 것. 그리고 그런 게 있을 수도 없다는 것. 그래서 한 마디로 누구도 못 말린다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박사모는 조직이라는 게 있고, 일베도 자기들끼리 모여서 쑥덕거리기라도 하지만 문빠는 그런 게 없다는 거다. 노사모조차도 노무현 전 대통령 지지자 중의 한 그룹이었을 뿐 무슨 강령을 내린다거나 방향을 제시한다거나 하려고 하지도 않았다는 설명이다.

▲ 고일석 전 중앙일보 기자
고 전 기자는 이어 신기한 건 통일된 지도부도 없고, 누구도 못 말리는데, 평소에는 중구난방이다가, 나가야 될 때는 우 하고 나가고, 멈춰야 할 때는 어떻게 알았는지 일시에 딱 멈춘다면서 의견 교환하고 이런 것도 없는데, 행동을 할 때는 희안하게 통일된 움직임이 나온다고 말했다. 고 전 기자는 이를 군대로 치면 편제는 게릴라인데 전투가 벌어지면 정규군의 양상과 위력을 가진다고 분석했다. “그러니 친노 손가락질로 연명하는 사람들은 더 미친다고 소위 노빠’, ‘문빠를 공격하는 사람들을 꼬집기도 했다.

이는 기존의 정치공학으로 정의할 수 없는 새로운 움직임이다. 일사분란한 체계를 가지고 있지 않다. 누군가의 지시를 받고 움직이지 않는다. 자기 스스로 생각하고, 정보를 취합해서 스스로 판단해 움직인다. 문 지지자들은 이거야 말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말씀하신 깨어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이라고 스스로를 규정한다.

진보매체 문재인 때리기

진보 언론이 왜 문재인 정부에 이렇게 날을 세울까? 이명박근혜가 보수 정권이면 문재인 정부는 진보 정권이다. 개혁성향에서 진보매체와 결을 같이 한다. 하지만 진보 언론들의 생각은 다르다. 언론은 야성(野性)이 있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실제 참여 정부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을 물어뜯은 전력이 있다.

진보언론의 소위 친노·친문지지자들에 대한 공격에는 보수언론이 쓸 법한 프레임이 동원되기도 한다. 지난 529일 팟캐스트 방송 <권갑장의 정치신세계>에서 권순욱 NEWBC 기자는 진보언론은 파시즘 광기라는 단어를 아무데나 막 쓴다면서 비판했다. 권 기자는 정보가 제한적으로 유통되던 시대에 언론이 파시즘 광기를 불러일으키는 주범이었다며 진보 언론을 꼬집었다.

진보 언론의 문재인 정부나 그 지지자에 대한 공격 이유를 설명하는 사람이 있다. 참여정부시절 청와대 홍보수석이었던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조기숙 교수다. 그는 본인의 저서 <왕따의 정치학>에서 그 이유를 명쾌하게 설명한다.

▲ 조기숙 이대 교수
조 교수는 친노·친문에 진보언론이 적대적인 이유를 다음과 같이 풀이한다. 진보언론의 양심 결벽증 진보언론의 열악한 업무 환경 폐쇄적인 엘리티즘 비판의 효능감 혹은 스톡홀름 신드롬 언론 특권을 이용한 킹메이커 바람 언론 권력의 사유화 노무현과의 이념적 갈등 등 7가지라는 것.

조 교수는 진보언론이 진보진영을 더 집중적으로 비판하는 이유는 비판의 효능감이 있어서다보수진영에 영향력이 없다. 진보진영에는 조언을 하면 현실 정치에 반영된다. 자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스톡홀름 신드롬도 진보언론의 문제점이다. 힘 센 광고주의 눈치를 보면서 친문에게 가혹하게 구는 게 아닐까 싶다고 추측한다.

언론 특권을 이용한 킹메이커론과 언론권력의 사유화도 이유로 꼽는다. 영화 <내부자>가 제시했듯 유력 언론들은 배후에서 대통령을 만드는 역할을 한다. 이런 이유에서 정권창출에 일정한 역할을 했다며 지분을 요구하는 형국이라는 것.

조 교수는 언론은 객관적인 제3자의 시각으로 현상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그런데 스스로 운동장에 뛰어들어 킹메이커가 되려는 욕심을 가지고 있다. ‘문재인 왕따 현상도 이런 이유에서 초래된 것으로 추론한다.

언론과 전쟁... 승자는?

권력은 짧다. 5년이면 바뀐다. 언론은 대물림되고 있다. 재벌권력과 언론권력이 정치권력보다 힘이 센 이유다.

미디어권력은 종이매체에서 TV와 포털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권력 역시 TV와 포털과 유착하려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GH정부는 인터넷매체의 포털사이트 네이버, 다음의 진입을 막기 위해 심사평가위원회를 만들어 규제를 했다. 5인 미만 인터넷언론사 허가 취소를 시도했다가 헌재에서 위헌 결정이 났다.

언론을 통해 권력을 유지하려는 세력과, 자신들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 권력을 공격하는 세력 간의 전쟁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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