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 갑질은 치외법권...사생활 침해 이유 별장에 차단막 설치

국내굴지의 기업인 풀무원과 대웅제약 회장들이 자신들의 별장 인근의 민박집 주인과 일조권·조망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별장 인근에 펜션과 카페가 신축되자 사생활 침해를 이유로 6m 높이의 장벽을 설치했다. 그러자 민박집 주인은 자신의 일조권·조망권이 침해됐다며 반발하고 있다. 한 발 더 들어가 자세한 사정을 알아보기로 한다.

남상배 씨(53)는 강원도 영월군에 5대째 살고 있다. 그는 농사를 지으며 관광객을 상대로 22년째 민박집을 운영해왔다. 이곳은 영월 서강의 상류지역으로 산세가 빼어난데다, 천연기념물인 수달과 어름치를 비롯한 1급수에서 자라는 물고기 10여종이 서식하고 있는 등 생태계가 잘 보존되어 있는 지역이다.

▲ 남승우 풀무원 회장
하지만 지난 2004년 그의 민박집 옆에 대기업 회장들의 별장이 건설되기 시작하면서 다툼은 시작됐다. 남 씨는 지난해 8월부터 원주시와의 경계 지역인 영월군 무릉도원면 도원리 880-2번지 일대에 펜션과 카페를 신축하고 있다. 현재는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다. 하지만 지난 4월에 인접한 별장을 소유하고 있는 풀무원 남승우 총괄CEO와 대웅제약 윤재승 회장, 서울대병원 이춘기 교수가 관리인을 통해 남씨에게 건축물이 준공될 경우 사생활 침해가 우려된다는 내용증명을 보내는 한편 영월군청에 민원을 제기했다.

남 씨에 따르면 영월군청의 적법한 인허가를 얻어서 집을 짓는 중인데 공사 시작 3일째부터 각종 민원 제기 및 내용증명을 보냈다고 한다. 남씨는 별장을 짓고서 최근 3년 동안 한 번도 오지 않은 별장 주인도 있다사람이 오더라도 지인만 1년에 3~4번 올 뿐이라고 성토했다. 그는 또한 지금까지 갑질 당하며 살았다. 시골사람 무시하는거 아니냐별장 주인들의 수차례의 민원 제기로 몇 년 전부터는 단골손님들마저 외면해 민박집 운영에 막대한 타격을 입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 윤재승 대웅제약 회장
이들 회장은 농장주인 남씨가 계속 공사를 강행하자, 펜션·카페와 맞닿은 곳에 3m에서 6m높이의 담장을 설치했다. 그러자 남씨는 조망권과 일조권을 침해 당했다고 주장하며 영월군에 공작물을 철거해달라는 민원을 제기했다. 남씨는 펜션에서 인근의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볼 수 있도록 유리를 통창으로 설치했다담장을 설치하는 바람에 거대한 장벽이 생겨 조망권이 사라져 숨이 막힐 지경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건축법에 따르면 6m이하의 공작물은 관할 읍··동에 축조 신고만 하면 된다. 특히 이곳은 도시시설이 아닌 비도시시설이어서 설치 규정을 적용받지 않고 있다. 가운데 낀 영월군은 난감한 입장이다. 영월군 측은 남씨와 별장측이 대화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 흉물스럽게 가려진 영월 섬안농원<사진=남상배 제공>

이들 회장들의 사생활 침해 주장과 관련해 남씨는 공작물을 설치하지 않더라도 별장을 둘러싸고 나무가 식재돼 있는데다 신축중인 펜션과 별장은 40m정도 떨어져 있다특히 펜션과 맞닿은 별장의 현관은 계곡 쪽에 있으므로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지난 2012년에도 관광객들이 운동장에서 앰프시설을 갖추고 노래를 부르자, 별장 관리인이 찾아와 마이크를 뺐으며 항의하는 사태가 벌어져, 이들 회장측은 남씨를 소음방해혐의로 고발하기도 했다. 남씨는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는 격아니냐전형적인 대기업 회장의 갑질이다. 회장들이 과연 한 달에 몇번 별장에 오는 지 궁금하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에 대해 풀무원 관계자는 프라이버시가 침해당할 소지가 크다납득할 수 있는 개선책을 내놓으면 검토해서 철거할 수도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대기업 회장끼리 조망권 문제로 소송이 제기된 적은 두 차례 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05년 이태원동에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신동익 농심그룹 부회장, 2009년 한남동에서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과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사이의 다툼이다. 하지만 대기업 회장과 인근 주민이 다툼을 벌이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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