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형뽑기 달인 '무죄'

▲ 인형뽑기 기계(사진은 기사의 내용과 상관없습니다)

본지에서는 언론기사에 나오는 사건들을 법률적 측면에서 재해석 해보고자 한다. 두 번째로 몇 달 전 뉴스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인형뽑기 싹슬이사건을 조망해본다.

지난 26일 아침, 이모(29)씨 등 20대 남성 2명은 대전시 서구 인형뽑기방에서 5개의 기계 안에 있던 인형 210(210만원 상당)를 몽땅 뽑아갔다. 업주가 기계 문을 열어 확인해 보니 들어온 현금은 턱없이 적었다고 한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이 손을 넣어서 뽑은 것도 아니고, 유리를 깨고 훔쳐간 것도 아니었다. 인형 뽑기를 잘 했다고 입건할 수는 없어서 경찰도 난감한 상황이었다. 다만 그 과정에서 놀라운 진실이 밝혀졌다. 바로 인형뽑기 기계가 30번에 한번 뽑을 수 있도록 설정되어있다는 것.

416일자 <서울신문>에 실린 인형뽑기 싹쓸이, 절도 아닌 기술기계 확률 조작도 없었다는 제목의 기사를 바탕으로 이와 관련된 현행 법률을 알아보기로 한다.

인형뽑기방에서 약 2시간 만에 인형 200여개를 뽑아간 인형 싹쓸이사건에 대해 경찰이 절도가 아니다라고 결론 내렸다. 인형뽑기방 업주의 기계 확률 조작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했다.

대전 서부경찰서는 이모(29)씨 등 20대 남성 2명의 일명 인형 싹쓸이사건과 관련해 이들을 형사 처분하기 어렵다고 결론짓고 불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종료했다고 16일 밝혔다.

이씨 등은 지난 25일 대전의 한 인형뽑기방에서 2시간 만에 인형 200여개를 뽑아간 사실이 알려지면서 화제가 됐다. 다음 날 출근한 인형뽑기방 주인이 기계가 텅 빈 사실을 확인하고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이 이씨 등을 절도 혐의로 수사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경찰은 당시 이들의 행동이 처벌 대상인지, 처벌 대상이라면 절도인지, 사기인지, 영업 방해인지 등을 놓고 고민을 거듭했다.

이를 접한 네티즌들은 돈 내고 뽑은 것을 어떻게 절도라고 볼 수 있느냐면서 형사 처분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특히 ‘30번을 시도해야 1번 뽑을 수 있는 인형뽑기 기계라는 설명에 누가 조작을 했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경찰은 대학 법학과 교수와 변호사 등 전문가로 구성된 대전지방경찰청 법률자문단자문을 통해 처벌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법률자문단은 이들의 뽑기 실력이 개인 기술이라는 점을 일부 인정했다. 인형을 싹쓸이한 이들이 특정한 방식으로 조이스틱을 움직여 집게 힘을 세게 만든 것은 오작동을 유도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집게를 정확한 위치에 놔서 집게가 힘을 제대로 쓸 수 있도록 한 것은 이들 만의 기술이라는 설명이다.

이씨 등이 매번 성공한 것이 아니라는 점도 경찰이 절도로 보지 않은 이유 중 하나다. 이들은 1만원당 12번 시도해 3~8번 성공했다. 조이스틱 조작 방식으로 인형이 뽑힐 확률이 높아지긴 했지만 때로는 인형이 뽑히고 때로는 뽑히지 않는소위 확률게임으로서 인형뽑기 게임의 본질을 해치지 않는 수준이었다. 경찰은 이를 “(조이스틱 조작과 인형뽑기 성공 사이에) 확률이 개입돼 절도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경찰은 게임물관리위원회와 함께 해당 인형뽑기방 업주의 기계 확률 조작 여부도 조사한 결과, 조작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인형 뽑기가 유행하면서 발생한 신종 사건이다 보니 불법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웠다결국 전문가 자문을 받아 이런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서울신문> 416일자

이 기사에 따르면 이모씨 등에게 적용이 검토된 죄목은 다음과 같다.

<형법>

314(업무방해) 313조의 방법(허위의 사실을 유포하거나 기타 위계로써) 또는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컴퓨터등 정보처리장치 또는 전자기록등 특수매체기록을 손괴하거나 정보처리장치에 허위의 정보 또는 부정한 명령을 입력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정보처리에 장애를 발생하게 하여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도 제1항의 형과 같다.

329(절도) 타인의 재물을 절취한 자는 6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347조의2(컴퓨터등 사용사기)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에 허위의 정보 또는 부정한 명령을 입력하거나 권한 없이 정보를 입력·변경하여 정보처리를 하게 함으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하지만 법률자문단에 따르면 어느 것도 적용되지 않는다. 오히려 이에 대해서 누리꾼들은 주로 확률 조작을 문제 삼았다. “업주가 사기를 친 것이라며 인형뽑기 확률 조작에 대한 적극적인 처벌이 필요하다는 등의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관련 부처인 게임물관리위원회(위원장 여명숙)은 지난해 9월초부터 전국의 뽑기방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위반 업소 101개소를 확인해, 54개소는 관련 법률 위반 및 등급분류 받은 것과 다른 내용의 게임물 제공으로 합동단속 및 수사의뢰 요청했고, 47개소는 사업자 준수사항 위반으로 행정조치 의뢰를 실시했다.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게임산업법)>

32(불법게임물 등의 유통금지 등) 누구든지 게임물의 유통질서를 저해하는 다음 각 호의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2. 21조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등급을 받은 내용과 다른 내용의 게임물을 유통 또는 이용에 제공하거나 이를 위하여 진열·보관하는 행위

45(벌칙)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4. 32조제1항제2호의 규정을 위반하여 등급분류를 받은 게임물과 다른 내용의 게임물을 유통 또는 이용제공 및 전시·보관한 자

게임위에 따르면 등급분류 받은 것과 다른 내용의 게임물을 제공한 경우에만 게임산업법 위반으로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받을 수 있을 뿐이다. 시민의 눈높이에서 봤을 때 법의 허점’이 있다고 볼 수 있는 사건이다. 과거 각종 신규사업 들이 생기고 이들 사업자 중에 법의 허점을 이용한 경우들이 있었다. 하지만 행정청은 늑장대응으로 질타 받은적이 있다. 이번 경우에는 행정청의 대책이 빠르게 수립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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