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J·참여정부 인사 참여 러시... 국민성장·더불어포럼·10년의 힘 등 각종 조직 뒷받침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행보가 숨가쁘다. 지난해 10월, 전문가 900여 명이 참여하는 싱크탱크인 ‘국민성장’을 출범시켰다. 올해 들어서도 쉬지 않았다. 지난 1월 14일에는 국회헌정기념관에서 지지자모임 ‘더불어포럼’을 창립했다. ‘더불어포럼’은 사회 각계 인사들의 문 전 대표 지지모임이다. 이어 지난 14일,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장차관 출신들이 대거 참여하는 자문단 ‘10년의 힘 위원회’를 공개했다. 문 전 대표는 ‘10년의 힘’외에도 이미 국민의당 공천관리위원장을 지낸 전윤철 전 감사원장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하는 경선 캠프를 공개했다. <공정뉴스>는 문재인 대선 캠프를 해부를 통해, 문재인 집권 시 차기 파워엘리트의 구성을 조망해본다.
문재인, 외연 확장 위해 친문 배제
‘대세론’이 무르익고 있는 문 전 대표의 대선 캠프 키워드는 ‘외연 확장’이다. 친문 인사를 배제한 ‘7인 공동선대위’ 체제를 꾸릴 계획이다. 외연 확장 범위에 따라 ‘+α’가 붙을 가능성도 크다. 이미 호남 출신의 전윤철 전 감사원장과 김상곤 전 혁신위원장이 공동 선대위원장에 포함됐다. 정세균계인 김진표·이미경 의원 등도 공동 선대위원장이 유력한 상태다. 86(80년대 학번·60년대 생)그룹의 좌장격인 송영길 의원도 총괄본부장으로 합류했다. 이밖에 정세균계인 전병헌 전 의원은 지난해 말 캠프에 합류해 전략본부장을 맡고 있고, 최근에는 손학규계인 전현희 의원이 문 전 대표를 돕고 있다. 당내 호남 3인방 중 한 명인 이춘석 의원도 합류했다.
문 전 대표는 본격적 대선 경쟁을 앞두고 ‘통합형’ 경선 캠프를 꾸리는 한편, 싱크탱크 ‘정책공간 국민성장’과 각 분야 전문가 지지모임 ‘더불어포럼’ 등 외곽조직을 잇달아 공개하며 ‘세몰이’에 나서고 있다. 외곽조직인 싱크탱크 ‘정책공간 국민성장’에는 교수 등 800여 명의 자문그룹이 함께한다. 지지자 모임인 ‘더불어포럼’까지 합하면 1400여 명에 달한다.
‘10년의 힘 위원회’에는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과 이영탁 전 국무조정실장이 공동위원장을 맡는 등 과거 ‘민주정부 10년’을 이끌었던 고위직들이 함께한다. 문 전 대표는 이날 상임고문으로 이름을 올린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 강철규 전 공정거래위원장, 윤덕홍 전 교육부총리 등 자문단 37명의 명단을 공개했는데, 조만간 발표할 2차 명단까지 합치면 60여 명이 ‘10년의 힘’에서 활동할 예정이라고 한다. 문 전 대표 측은 국정 경험이 있는 이들 전문가를 경제 사회 분야로 나눈 뒤 다시 각 분야별로 3개의 소그룹에 배치해 국정운영 전략과 정책을 조언받을 에정이다. 정세현 전 장관은 이날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자문단 출범식에서 “문 전 대표가 청와대에 입항하는데 도선사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고, 이영탁 전 실장은 “훌륭한 역사를 낳는 지도자가 되도록 힘을 모으자”고 말했다.
문 전 대표는 이러한 매머드급 자문단을 통해 ‘최순실-박근혜 게이트’를 통한 국정혼란을 조기에 수습하는 행보를 보였다. 국민들에게 정권교체 이후에 대한 ‘믿음’을 심어주기 위한 차원이다. 문 전 대표는 “이번 대선은 조기 대선일 뿐만 아니라 인수위라는 과정이 없다. 잘 준비돼 있지 않으면 다음 정부는 실패할 것”이라며 “10년의 힘이 정권교체뿐만 아니라 새로운 제3기 민주정부가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나침반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문 전 대표는 ‘10년의 힘’외에도 경선 캠프를 출범시켰다. 싱크탱크 ‘국민성장’과 지지모임 ‘더불어포럼’도 문 전 대표 지지율 확산에 힘을 보태고 있다. ‘더불어포럼’에는 채현국 효암학원 이사장(상임고문)과 김응용 전 해태타이거즈 감독,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 고민정 전 KBS아나운서 등 23명이 이름을 올렸다. 더불어포럼은 문화예술·민생경제·사회복지·보육·교육·보건·의료·장애인 인권·안보·외교·정보통신기술(IT)·금융·법조·체육·종교 등 각 분야별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어 파생조직만도 200개가 넘는다는 얘기가 나온다. 문 전 대표측 관계자는 “각종 협회나 단체 등 추가로 지지그룹을 공개할 수 있다”고도 말했다.
문 전 대표의 조직 확대, 인재영입 작업을 누가 관장하고 있는지는 철저히 비공개에 부쳐져 있다. 다만, 문 전 대표의 한 핵심측근 전직 의원은 “2012년 대선패배 이후 절치부심, 와신상담의 심정으로 조직을 준비해왔다”고만 말했다.
임종석·양정철·탁현민, 문 캠프 실세 3인방 주목
캠프 메시지와 기획 등 정무적 결정은 핵심 측근들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캠프의 실질적 좌장은 임종석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이다. 캠프 한 관계자는 “정무적 판단 등은 임 전 정무부시장이 짜고 있다”고 말했다. 86그룹의 핵심 중 하나인 임 전 부시장은 박원순 서울시장 사람으로 분류되기도 했지만, 그는 친노 그룹과도 각별한 사이다. 19대 총선 과정에서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가 임 전 부시장을 사무총장으로 임명해 친노 패권주의 논란에 휩싸이면서 공천 파동이 시작되기도 했다.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도 캠프 내 실세다. 그는 2012년 문 전 대표가 ‘야권의 대안’으로 떠오른 계기였던 <힐링캠프> 출연 기획을 총괄했다. ‘문재인의 비선실세’로 불리우던 소위 ‘3철’중 2명인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과 전해철 의원 등도 캠프에 합류해 있지만, 양 전 비서관보다는 2선에 있다는 평가다. 양 전 비서관에 대한 야권의 전반적인 평가는 기획 능력에서는 따라올 자가 없다는 것이다. 비문(비문재인) 진영 관계자도 “친문 인사들을 만나면 항상 ‘왜 양정철에게 공직 직함을 주지 않고 일을 시키느냐’라고 얘기한다”며 “그러니까 비선 논란의 고리를 끊을 수 없는 것이다. 일 잘하는 사람에게는 직함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18대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 멘토단에 합류했던 탁현민 성공회대 교수는 기획에 아이디어 등을 조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탁 교수는 지난해 6월 문 전 대표의 네팔행에도 양 전 비서관과 동행했다. 이밖에 문 전 대표의 입 역할을 하는 김경수 의원과 친노 신주류로 부상한 황희 의원은 때로는 전면에서 때로는 후방에서 총력 지원을 하고 있다.
문 전 대표 측이 이런 대규모 외곽조직 구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에 대해 다른 대선주자캠프 쪽에선 “대세론으로 우리 사회의 인력 풀을 다 빨아들여 줄 세우기를 하고 있다”면서 “과거 이회창이 될 수 있다. 선거에서 대세론은 없다. 변수가 있다. 선의의 경쟁을 해야 한다”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당내 경쟁 후보의 한 캠프 관계자는 “이런 식으로 무분별하게 조직 확장에 나섰다가 대선 이후 논공행상 논란에 휘말리면 어쩌려는지 모르겠다”고 꼬집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