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두진 사회정상화운동본부 이사장

러시아 대문호 톨스토이가 어느 날 한적한 시골길을 지나갈 때 어린 소녀가 톨스토이가 갖고 있는 가방을 달라며 자기엄마에게 떼를 쓰며 울었다. 그러자 톨스토이는 그 소녀에게 다가가 “가방에 중요한 서류들이 있어 지금은 줄 수 없단다, 가방을 비우고 다음에 찾아와서 꼭 가방을 주겠다” 고 소녀에게 약속을 했다.

 

그 후 톨스토이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 시골로 소녀의 집을 찾아갔다. 그러나 그 소녀는 갑자기 이름 모를 병으로 세상을 떠난 뒤였다. 톨스토이는 소녀의 무덤 앞에 가방을 바치고 엄숙히 기도 했다.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던 소녀의 어머니가 “성의는 감사합니다만, 아이가 죽었으니 가방은 필요 없습니다”라고 말하자 톨스토이는 “따님은 죽었지만, 나의 약속은 아직 죽지 않았습니다”라고 했다.

이처럼 약속은 중요하고, 지키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약속에 대한 이행 여부는 그 사람의 모든 면을 평가할 만큼 중요하고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은 신뢰 할 수 없다.

1992년 14대 대통령선거에 출마하여 낙선한 김대중 후보는 며칠간 집에서 칩거하다가 기자들 앞에서 “저, 김대중은 다시는 정치를 하지 않을 것입니다. 국회의원직도 사퇴 하겠습니다”라고 기자회견 한 후 영국으로 건너가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1년간 연구 활동을 하고 귀국하여 아태재단이사장에 몰입 하는 등 정말로 정치에서 손을 뗀 듯 한 인상을 주었다.

그러나 국민과 약속을 지키지 않고 제15대 대통령으로 출마해 당선 되었다. 또 2002년16대 대통령선거에서 패배한 이회창 후보도 눈물을 흘리면서 정계은퇴 선언을 하였으나 정계은퇴 약속을 번복하고 2007년 무소속 대통령후보로 출마해 낙선했다.

문재인 전 대표도 약속을 번복했다. 문 전 대표는 지난 4.13총선 전 광주에 내려가 “호남이 나에 대한 지지를 거두면 미련 없이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겠다. 대선에도 도전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총선에서 더불어 민주당이 호남에서 참패한 뒤 문 전 대표는“호남 민심이 저를 버린 것인지는 더 겸허하게 노력하면서 기다리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계은퇴” 약속에 대해 애매하게 얼버무리고 넘어간 것이다.

우리말에는 “의뭉하다”는 말이 있다. “겉으로는 선하고 어리석은 것처럼 보이면서 속으로 엉큼하다”는 뜻이 있다.

지난 10월20일에는 손학규 전 더불어 민주당 상임고문은 2014년 7.30 경기 수원 병 보궐선거에서 낙선한 이틀 뒤 정계은퇴를 선언하고 2년2개월 만에 정계복귀를 선언하였다.

개인적으로 이들 모두 존경할 만한 사람들이고, 매우 아까운 정치인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국민 앞에서 정계은퇴 약속하고 이를 위배하는 것은 더 이상 용납해서도 용인해서도 안 되는 일이다.

언론도 정계은퇴를 선언한 사람을 다시 띄워주며 부추기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자를 나라의 지도자로 세운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국민을 우롱하지 말라고 엄중 경고를 해서 약속을 지키게 해야 한다. 이것은 자라나는 후세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우리가 약속을 어기는 정치지도자를 자꾸 용납하는 풍토를 만든다면, 결국 우리가 피해자가 되는 것임을 모든 국민은 알아야한다. 우리는 자녀를 가르치면서 학교나 가정에서 작은 약속이라도 꼭 지켜야한다고 훈육한다.

작금의 정치지도자들의 작태를 보고 청소년들이 그대로 답습하게 된다면 이 나라의 장래는 어떻게 되겠는가? 청소년들이 이를 본받을까 겁이 난다. 불신의 기운이 이 나라의 미래를 온통 먹칠할까 두렵다.

국가를 이끌어가는 정치지도자들은 솔선수범하여 작은 약속이라도 함부로 남발하지 말고, 약속한 것은 꼭 지키는 풍토를 만들어 이 나라가 도덕적으로도 강한 나라가 되도록 해야 한다. 거짓말을 밥 먹듯 하면서 명분만 만들면 어떤 약속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뻔뻔한 생각을 갖지 않도록 해야 한다.

최근에 박근혜대통령도 검찰수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을 하고도 검찰 직접수사에 응하지 않았다. 대통령부터 정치지도자까지 거짓말과 약속을 지키지 않는 일들은 이번 정권에서 끝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할 뿐이다.

이제 최순실 국정농단사태를 계기로 정치에 잠자던 국민들이 깨어 날 때가 되었다. 국민이 깨어 있으면 정치지도자들은 더 이상 거짓말하며 활개를 치지 못할 것이다. 이 기회에 청소년부터 노년층까지 눈 똑바로 뜨고 나라를 책임 질 다음 지도자를 선택해야 한다. 또 속으면 안 된다. 대한민국의 미래는 우리 자신의 손에 있음을 명심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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