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몽구 현대차회장

최순실 게이트국정조사 청문회를 앞둔 현대자동차에 비상이 걸렸다. 정몽구 회장의 국회 증인 출석과 관련 말실수 논란에 빠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정 회장은 이전에도 구설수 논란에 빠진 일이 있었다. 이 때문에 현대차 직원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이다.

재계에 따르면 현대차 측에서 노심초사 하는 이유는 이외에도 몇 가지 더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첫째, 평생 사람을 부리고 산 정 회장이 전 국민이 보는 앞에서 국회의원의 매서운 추궁을 받을 경우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모른다는 점. 둘째, 현대차의 미르·K재단 출연금에 대한 업무상 배임 및 제3자 뇌물제공 혐의 인정여부. 셋째, 내년 80세를 맞는 정 회장의 건강 문제가 불거지는 것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청문회 과정에서 현대차가 재단출연 등에 이사회 결의를 받았냐 하는 점이다. 이사회 결의가 없었다면 정 회장의 형사처벌 가능성까지 대두되기 때문이다.

날선 비판 견뎌낼 수 있나?

정몽구회장은 선친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을 제외하고는 누군가에게 지시나 지적을 받아본 경험이 사실상 없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6일 국회 출석을 할 경우 TV 생중계되는 공개석상에서 경쟁적으로 날 선 비판을 받을 것이 예상된다. 경쟁적으로 날 선 비판을 쏟아낼 게 뻔한 국회의원들 앞에 서서 심문을 당하는 상황을 정 회장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아무도 모른다. 혹시 말실수라도 나올 경우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돌발 사태가 발생할지 모른다는 우려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과의 지난해 7월과 올해 2월 독대 당시 오고 간 내용이 국조특위 도마에 올라 의원들의 집중 추궁을 받을 경우 이러한 우려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는 현대차가 최순실 게이트의 한 축인 미르·K스포츠 재단에 총 128억 원을 출연해 삼성에 이어 2번째로 많은 금액을 낸 점이다. 이 뿐만이 아니라 현대차는 안종범 전 수석으로부터 강요를 받고 최씨 지인 업체인 KD코퍼레이션에게 최근까지 11억 원 상당 물품을 납품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또 현대차가 차은택 씨 광고회사인 플레이그라운드에 62억 원의 광고를 몰아줬다고 발표했다. 이를 모두 합치면 201억 원에 이른다.

현대차 대가성 없다

현대차는 출연한 돈의 대가성은 없었다고 밝혔다. 검찰 역시 현대차가 최씨의 개인적 이득을 위해 투자 등을 강요받았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이를 바탕으로 현대차 측은 최순실 게이트의 공범이 아닌 피해자라는 사실을 강조할 전망이다. 하지만 이사회를 거치지 않은 몇 백억 대의 지출은 업무상 배임 혐의를 받을 수 있고 제3자 뇌물공여 혐의까지 받아 자칫하면 사법처리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또한 국조특위에서 이를 추궁하는 과정에서 첫 번째 이유와 마찬가지로 돌발 상황이 발생할 우려도 존재한다. 마지막으로는 정 회장의 건강 문제다. 정 회장은 1938년생으로 해가 바뀌면 한국 나이로 80세가 되어 청문회 역대 최고령 증인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최고령 기록은 1997한보청문회에 나온 당시 77세의 정태수 한보그룹 회장이었다.

정회장 건강 이상 구급차 대기

이 때문에 현대차 측은 정 회장이 하루 종일 진행될 청문회의 중압감을 잘 견뎌낼지 우려하고 있다. 정 회장은 지난해 7월 박 대통령과 면담할 때도 김 모 부회장을 배석시켜 보필을 받기도 했다. 정 회장은 2006년과 2009년 두 차례에 걸쳐 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 2009년의 경우, 협심증과 관상동맥경화협착증 등으로 심장막에 물이 고여 있다는 진단이 내려져, 가슴을 열고 심장에 직접 개심 수술을 받은 적이 있다. 지금도 매년 정밀 심장 검진을 받고 있다고 한다.

정회장 지구 한바퀴 4만키로 비행자랑

이에 따라 현대차 측은 국정조사 당일인 6일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국회 인근에 전문 의료진과 구급차를 대기시키고 여의도 인근 대형병원과 연락체계를 갖추는 등 긴급 이송 체계를 마련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정 회장은 올해 8월 초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슬로바키아-체코의 현지공장 점검 및 시찰을 마친데 이어 9월 초에는 미국 LA-멕시코순방을 떠났다. 이러한 해외 출장을 거리로 따지면 지구 한 바퀴 거리인 4km에 육박한다.

각에서는 이를 두고 해외 출장으로 강행군을 소화할 체력은 있으면서 다른 재벌총수 8명과 함께 하루 국회에 증인으로 출석하는 데 구급차 대기는 너무 오버하는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사회 결의 잘 모르겠다

이와 같은 문제 제기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답변했다. 먼저 플레이그라운드 광고에 대해선 “62억 중 집행된 금액은 10억 원이 안된다고 해명했다. 이어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에 이사회의 결의가 있었는 지에 대해서 잘 모르겠다고 언급을 회피했다. 관련된 업무상 배임혐의에 대해선 다른 8개 그룹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또한 구급차 대기 등의 사항에 대해 염두에는 두고 있으나 그날 가봐야 안다면서 확답하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해외 출장과 비교한 비판에 대해선 해외 출장의 경우 전용기를 타면서 충분한 휴식을 취할 시간과 공간이 있다. 온 국민의 관심을 받고 있는 청문회의 압박감과 단순 비교하기 곤란하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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