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수임료 수십억원 예사...브로커 전쟁에 법조계 비상

▲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법조계에 법조비리 의혹이 뜨겁다.

2005년과 2006년 고위 판검사 로비로 법조계를 흔든 거물 브로커 윤상림, 김흥수에 이어 10년만에 대형 법조비리 사건이 불거질 조짐이다.

상습도박 혐의로 구속돼 유죄 판결을 받은 정운호 (51) 네이처비퍼블릭 대표가 항소심 변호를 맡은 최윤정(46.여.연수원27기)변호사를 구치소 면회실에서 단순 폭행한 게 발단이 됐다.

최 변호사는 지난달 정 대표를 서울강남경찰서에 고소했다. 그는 "정 대표가 구치소 접견 도중 손목을 비트는 등 폭행했다"고 주장했다. 정 대표가 구치소 내에서 교도관들에게도 폭력을 행사한 사실까지 알려졌다. 여론은 최 변호사에 유리하게 돌아갔다.

곧바로 정 대표 측에서 대응에 나섰다. 정 대표 측은 최 변호사가 과도한 수임료(20억원)를 요구해 받아갔으며 성공보수로 30억원을 요구했다고 했다. 최 변호사는 부장판사 출신인 소위 '전관' 변호사다.

비난의 화살은 최 변호사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코너에 몰린 최 변호사는 다시 입을 열었다. 최 변호사는 언론에 정 대표가 '구명로비'를 시도했으며 이 과정에 검찰 고위직 출신 전관 변호사와 브로커 등이 껴있다고 언론에 흘렸다.

최 변호사의 이같은 대응은 이 사건을 '의뢰인과 변호사간 폭행 공방'에서 '전관 변호사와 브로커를 동원한 구명로비 의혹'으로 단숨에 확대시켰다. 소위 잘 나가는 전-현직 판검사들의 이름이 거론되면서 법원과 검찰도 졸지에 관련자가 됐다.

정 대표는 상습도박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보석'이나 '집행유예'를 받아내기 위해 판사 출신 전관변호사 최 변호사를 앞세워 재판하는 한편 뒤에서는 판·검사를 직접 만나 '협상'이 가능한 브로커를 동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명호텔 부회장, 유흥주점 업주 등을 지낸 브로커 L씨는 지난 2010년 한국전력에 전력선통신(PLC) 모듈을 납품하는 P사 대표로 영입돼 코스닥 상장을 추진했다. L씨는 검사장 출신 H변호사, 청와대 관계자, 전직 국회의원, 전직 차관 등의 실명을 거론하며 브로커로 활동했다고 한다.

결국 검찰이 나섰다. 수사가 법조계 전반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부장검사 이원석)은 정 대표의 구명로비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최 변호사, 네이처리퍼블릭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이 가장 집중해서 살피는 것은 수사선상에 올라온 사람들이 정 대표로부터 실제로 얼마를 받아갔는지, 또 이돈을 어디에 사용했는지다.

최 변호사는 보석허가를 조건으로 정 대표에게 50억원을 요구해 20억원을 이미 받아갔다. 최 변호사는 이 돈을 '사건을 나눠 맡은 변호사에게 줬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확인된 돈의 용처는 한 변호사에게 지금된 착수금 5000만원이 전부다. 검찰은 국세청에서 최 변호사의 수임료와 관련된 자료를 확보해 19억5000만원의 행방을 쫓고 있다.

검찰은 H 변호사의 수임료도 살피고 있다. H 변호사는 정 대표로부터 1억5000만원을 수임료로 받았다고 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가 20억원을 받아가는 마당에 검사장 출신 변호사의 수임료로 1억5000만원은 너무 적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H 변호사의 수임료와 관련된 자료도 확보,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다.

한편, 최 변호사가 송창수(40.수감중)이슘투자자문 대표로부터 인베스트와 이숨사와 관련된 투자 사기사건 2건을 맡으면서 50억원 이상을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송 대표는 인베스트라는 업체를 통한 유사수신 혐의로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으나, 최 변호사를 선임하고 진행된 지난해 항소심에서 징역 3년에 잡행유예 5년으로 감형됐다. 하지만 선고 당일 이숨이라는 회사로 1380억원대 사기를 벌인 혐의로 다시 체포돼 지난달 4일 1심에서 징역 13년을 선고받고 복역중이다. 이 사건도 최변호사를 선임했다.

이숨의 사건 기록에는 "최변호사에게 준 돈은 27억원"이라는 관련자의 진술이 있다.

이에 대해 최 변호사 측은 "(최 변호사가) 송 전 대표의 이숨투자자문과 관련된 형사사건은 맡은 적이 없으며, 인베스트 사건은 선임은 했다. 수임료는 20억여원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최 변호사가 수임료를 어디에 썼는지 집중 추적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주 최 변호사와 함께 사건을 수임한 변호사 3명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마쳤다.

이들은 "최 변호사를 통해 받은 사건 수임료는 6000만원 정도였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통틀어 2억원 안팎 이다 .

▲ 이숨투자자문 로고
이숨투자주문의 사건은 2015년 해외 선물에 투자해 매월2.5%상당의 수익을 보장하겠다고 2700명의 투자자들을 불법적으로 모집해 투자금을 가로챈 사건이다.2015년 10월 12일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김관정)은 사기와 유사수신행위법,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이숨투자자문의 실소유주 송모(40)대표를 구속했다. 앞서 9일 명목상 대표인 안모(39)를 구속했다.송 대표는 2015년 3월 투자자문회사를 설립한 뒤 "알리고즘 시스템 트레이딩(선물옵션)으로 3개월 후 원금90%이상을 보장하고 매월 2.5%의 수익을 보장하겠다"고 광고해 투자금을 끌어모았다. 그러나 고객에게 설명한 해외 선물 투자에는 일부 금액만 사용하고, 샐호가입한 투자자의 자금으로 이익금을 지급하는 '돌려막기'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송 대표는 비슷한 사기 범행으로 3차례 실형을 받은 상습범이다. 주로 인터넷에 구인광고를 한 뒤, 이를 보고 찾아온 구직자를 상대로 투자금을 받아냈다. 2013년엔 인베스트컴퍼니라는 투자회사를 내세워 구직자에게 "입사하려면 선물거래 투자금을 내야한다"면서 구직자 700여명에게서 106억원을 받아낸 혐의로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구속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송 대표의 반복된 사기 전과를 지적하면서도 피해가 거의 회복된 점 등을 이유로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검찰은 7일 항소심 판결로 석방되던 송 대표를 기다렸다가 긴급체포한 것이다. 항소심에서 송 대표의 소송대리인은 바로 최 변호사이다. 피해자 A씨(ID:kbsw****)는 "법을 알면 알수록 너무나 황당하고 분하다. 구속된 송 대표가 거액의 수임료를 주고 판사와 가까운 변호사를 바꿔가며 변호하는 현실이 한심합니다. 수원지방법원 판사출신 최00변호사를 선임해 집행유예판결을 받았다. 또다른 사건에선 법무법인KCL를 선임해 변호를 받고 있다. 변호사 수임료 역시 우리의 투자금이다. 사기꾼은 사기친 돈으로 실력있는 변호사를 선임해 법의 보호를 받고, 힘없는 투자자맍 고통받고 있다. 법이 피해자를 보호하기보다 사기꾼을 보호하는 법인것 같아 속상하고 화가난다"고 비통한 마음을 전했다.  당시 피해자들의 소송대리인을 맡았던 법무법인 이현의 김남오 변호사는 "이숨투자자문은 해외선물에 투자해 원금과 매월 2.5%상당의 투자수익금을 보장하겠다고 투자자를 속였다"면서 "후순위 투자자들에게 받아 낸 돈을 선순위 투자자들에게 원금이나 투자수익금으로 송금해주는 이른바 '돌려막기'방법을 동원해 투자자를 속여왔다. 경제정의와 공정한 사회를 위해 다수의 피해자를 양산한 투자자기사건에 대해선 강력한 처벌이 내려져야 한다. 그래야만 사법정의가 실천되는 것"이라고 했다.

검찰은 최 변호사를 이번 주 중 소환 할 계획이다. 최 변호사가 검찰에서 어떤 진술을 할 것인가에 법조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법조계 일각에선 '정운호 게이트'의 단초를 제공한 최 변호사가 이 사건에 조연이라고 보고 있다. 정과 최 보다 핵심브로커인 L모(이숨투자자문 이사)씨가 주연이라는 추측이다. L씨는 최 변호사와 사실혼 관계라는 주장이다. L씨는 최변호사를 대신해 폭행사건을 접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변호사는 L씨의 소개로 송창수 이숨 대표의 항소심 재판을 맡아 법조계 인맥을 동원해 로비한 정황이 여럿 포착된다. 항소심 재판을 맡은 부장판사가 최 변호사와 같은 지역 출신으로 근무지도 여러번 겹쳐 커넥션의혹이 제기됐다.

정 대표 항소심이 진행된 지난 1월경에는 최 변호사가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에 찾아가 심 아무개 부장검사를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최 변호사와 심 검사는 사법연수원 동기다. 이 자리에서 최 변호사는 “정운호 대표가 기부도 많이 했으니 구형량을 낮춰줄 수 있겠냐”며 부탁했다고 한다. 하지만 심 검사는 1월말 인사이동으로 자리를 옮겨 최 변호사의 뜻대로 되진 않았다.

지금까지 드러난 것은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 최 변호사가 누구누구를 접촉했는지는 정 대표와의 대화와 그녀의 다이어리에만 남아 있다. 최 변호사는 정 대표를 접견할 때마다 스프링철 형태의 ‘대학노트’에 메모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 대학노트에 항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8인 로비 리스트’도 적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검찰은 법조비리의 판도라상자인 대학노트를 확보해 분석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정운호 게이트'는 정관계까지 불똥이 튈 전망이다. 실세들의 이름이 오르내리락 한다. 대표적인 인사는 정치인 P-Y씨 등이다.

'정운호 게이트'는 양파껍질처럼 까면 깔 수록 새로운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 때문에 사건을 수사하는 이와 관련해 한씨로부터 로비를 받은 것으로 지목된 이 전 방위사업청장은 "한씨와 중학교 동창인 것은 맞지만, 납품 주선이나 금품수수는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롯데도 관련 의혹을 부인하고 있는 상황에서 검찰의 칼이 어디까지 닿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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