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꾼 “왜 자식교육 실패했는지 알겠다” 비난 쏟아

▲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SNS 댓글 논란으로 혹독한 후폭풍을 맞고 있다. 최근 조 사장은 대한항공 부기장의 페이스북 게시글에 조종사 업무는 자동차 운전보다 쉽다는 내용의 댓글을 달아 논란의 중심에 섰다.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는 조 회장이 최고 경영자로서 자격 미달이라며 경영진과의 전면전을 선포했다. 누리꾼들은 지난 땅콩 회항파문에 이어 다시 한 번 충격에 휩싸인 분위기다. 이들은 조종사에 대한 해당 오너의 시각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자동차 운전보다 더 쉬워

지난 1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전일 김모 대한항공 부기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여객기 조종사들이 비행 전에 뭘 볼까요라며 비행 전 수행 절차를 소개하는 글을 올렸다. ‘한 달에 100시간도 일하지 않으면서 억대 연봉을 받으면 불평등하다는 말에 대한 항의조의 글이었다. 그는 비행 전 조종사가 수행하는 절차를 조목조목 짚었다.

이에 조 회장이 직접 댓글을 단 것. 조 회장은 전문용어로 잔뜩 나열했지만 99%는 새로운 것이 아니며 운항관리사가 다 브리핑해주고, 기상변화는 오퍼레이션센터에서 분석해준다조종사는 GO(가느냐), NO GO(마느냐)만 결정하는데 힘들다고요? 자동차 운전보다 더 쉬운 오토파일럿으로 가는데라고 적었다.

이어 그는 아주 비상시에만 조종사가 필요하죠. 과시가 심하네요. 개가 웃어요. 마치 대서양을 최초로 무착륙 횡단한 린드버그 같은 소리를 하네요. 열심히 비행기를 타는 다수 조종사를 욕되게 하지 마세요라고 덧붙였다. 조 회장은 또 알파고도 실수를 한다. 그래서 조종사가 필요하다라는 댓글도 추가로 남겼다.

이를 본 조종사들은 진짜 조 회장이 적은 글인지 해킹을 당해 조 회장 이름으로 달린 것인지 파악하지 못했지만 결국 조 회장이 맞는 것으로 확인됐다. 조 회장은 지난해 8월 당시 부기장 최모씨가 퇴사하면서 사내 전자게시판에 조양호 회장님께라며 글을 올리자 합리적 원칙과 기준을 가지고 반영하겠다는 댓글을 올리기도 했다.

조종사 노조 관계자는 외국 항공사는 몰라도 대한항공은 운항관리사가 브리핑을 해준 적이 없다조 회장이 조종사들을 이런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점에 진심으로 놀랐다고 밝혔다. 이어 대한항공은 조종사들이 회사는 적자! 회장만 흑자!’라는 스티커를 붙였다는 이유만으로 회사에 대한 명예훼손이라며 노조 위원장과 집행부를 경찰에 고소했는데 정작 회장은 잘못된 정보로 조종사들의 명예를 훼손한 것이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대한항공은 조양호 회장이 오랜 항공업무 경험을 바탕으로 최근 첨단 비행장비의 발달과 운항통제센터의 지원으로 조종 근무 환경이 많이 개선됐다는 의견을 페이스북이라는 SNS 소통 채널에 개진한 것이라고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조 회장 자격미달, 창피하다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는 다음 날인 15일 홈페이지에 조양호 회장의 SNS글에 대한 노조 입장을 냈다. 노조는 항공사의 핵심 인력인 조종사 업무도 제대로 모르는 조 회장은 항공사 CEO로서 자격미달이라며 경영진의 무능은 경영 성적으로 드러난 지 오래됐다고 주장했다.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이 1000%가 넘고 영업이익이 늘어났음에도 당기순손실을 면치 못하는 점들을 근거로 들었다.

노조는 이어 조 회장이 묵묵히 일해온 2천여 명의 조종사들에게 심리적 상처를 입혔다. 회사는 노조의 정당한 쟁위행위를 막는 각종 부당 노동행위를 중지하고 재개되는 임금교섭에서 조종사들의 요구와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조 회장의 SNS 댓글을 인용해 운항관리사가 다 브리핑 해주고 기상의 변화는 통제 센터에서 다 분석해주는 등 조종사는 자동차운전보다 쉬운 오토 파일럿으로 운항하기 때문에 비상시에만 조종사가 필요하다는 엉터리 지식을 가지고 거대한 항공사를 경영해 왔던 것이라며 조 회장의 발언이 당황스럽고 창피할 따름이라고 전했다.

누리꾼들은 지난 2014년 대항항공의 땅콩 회항파문을 언급하며 조 회장을 비판하고 나섰다. 부하직원을 무시하는 발언이 조 회장의 장녀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다를 게 없다는 반응이다. 각종 커뮤니티와 SNS에 조 회장 일가에 대한 분노가 쏟아졌다. “부전여전...아버지를 보니 왜 자식 교육에 실패했는지 알겠다”, “직원을 노예처럼 여기는 저런 저급한 행태가 계속 대물림 될 것이라고 생각하니 끔찍하다는 등의 원색적인 비난 댓글이 줄을 지어 달렸다.

그룹을 이끄는 리더가 저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온전한 경영이 가능하겠나”, “놀랍다. CEO 본인이 그러니까 남도 같은 줄 아는 것 같다. 일이야 실무자들이 다 할 테고 사장단들은 알아서 알랑방귀 껴주니 말이다”, “지금 조종사가 부족해서 외국에서 스카웃 해오고 있는 마당에 저런 발언이라니라며 조 회장의 댓글 내용에 관해 충격적이란 의견을 보였다.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는 이번 투쟁을 대한항공이라는 회사를 계속 유지·존속시킬 수 있는지 가늠하는 투쟁으로 보고 있다면서 직원들의 부당한 처우 개선과 비행안전을 위해 무능한 경영진에 책임을 묻겠다며 칼을 꺼내들었다. 노조의 한 관계자는 운항 관리사가 브리핑을 해준다는 조 회장의 발언이 대한항공 조종사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고소·고발을 검토하겠다고 전했다. 노조는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경영진에 끝까지 맞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대한항공과 조종사 노조는 지난해 임금협상 결렬로 쟁의행위 중인 만큼 사측과 조종사 노조간 갈등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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