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은 회장님이 했는데..."고개 숙인 노동자들

최근 몽고식품 갑질논란으로 국내 일부 대기업의 직장 내 폭력이 재조명 되고 있다. 몽고간장으로 유명한 국내 대표 장수기업 몽고식품 김만식 회장이 직원들에게 폭언과 폭행을 일삼은 사실이 드러난 것. 몽고식품 홈페이지는 폭발적인 비난 여론에 의한 방문자 폭증으로 지난 23일부터 접속이 불가능했다가 일주일이 지나서야 간신히 정상화했다. 김 전 회장의 만행에 분노한 소비자 불매운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온라인상에서 여전히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해마다 반복되는 오너·CEO직원 경시 경영을 막기 위해서는 보다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직원에 수시로 폭언·폭행

이번 사태는 김 전 회장의 운전기사로 근무한 A(43)씨가 22일 한 매체에 9월부터 특별한 이유 없이 김 전 회장으로부터 폭언과 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하면서 촉발했다.

A씨 주장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10월 중순 자기 부인 부탁으로 회사에 간 A씨에게 왜 거기에 있느냐고 호통을 친 뒤 자택으로 돌아온 A씨의 낭심을 구둣발로 걷어찼다.

이로 인해 A씨는 병원 진료를 받았고 아랫배 통증으로 일주일간 집에서 쉬어야 했다.

김 전 회장은 이전부터 A씨에게 수시로 욕설을 내뱉기도 했다. A씨가 휴대전화로 녹음해 공개한 파일에는 ‘XX’ ‘X자식’ ‘XXX 없는 XX’등 김 전 회장의 욕설이 가득했다.

A씨는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모든 것을 참고 견뎌냈으나 결국 15일 권고사직 당했다.

보도가 나오면서 논란이 불거지자 몽고식품은 바로 이튿날인 24일 홈페이지에 피해 당사자분에게는 반드시 직접 사과를 드리겠다. 이와 함께 사태를 책임지고 명예회장직에서도 사퇴하겠다는 내용의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수습에 나섰다.

그러나 비난 여론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사과문을 올린 당사자가 김 전 회장이 아니라 장남인 김 대표인 탓에 진정성을 의심받았다.

이에 김 전 회장은 28일 경남 창원시 의창구 팔용동 창원공장 강당에서 대국민 사과기자회견을 열고 마음의 상처를 입은 피해 당사자와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김 대표도 피해자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몽고식품을 사랑해준 국민께 큰 실망과 분노를 안겨드렸다. 진심으로 사죄한다며 함께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김 전 회장이 지난달 30대한민국을 빛낸 위대한 인물 대상의 산업부문 식품산업 대상을 차지했고 사훈이 사원을 가족처럼이라는 사실 등이 알려지면서 이중적인 행태로 비난을 사고 있다.

오너리스크, 노조만 탄압

이번 사태로 몽고식품의 매출 하락은 불가피해 보인다. 대표적인 유통업계 오너리스크사건으로 꼽히는 피죤과 같은 길을 걷고 있는 모양새다. 두 사건 모두 오너의 직원 경시 풍조와 독단적 경영 행태에서 파생됐다.

지난 2011년 이윤재 전 피죤 회장은 이모 전 사장을 폭행할 것으로 지시한 혐의로 구속돼 징역 10개월을 선고 받았다. 사건 이후 소비자들은 피죤 불매 운동에 들어갔고 일부 상점에서 퇴출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피죤은 2009년 섬유유연제 시장 점유율 48.3%를 기록하는 등 사건 전까지 독보적인 1위 기업이었다. 하지만 사건 다음 해인 201223.5%로 점유율이 급락한 뒤 201323.7%, 201422.6%, 올해 8월 기준 24.7%2~3위권을 맴돌고 있다.

이 전 회장은 청부 폭행죄로 영장 실질심사를 받을 당시 경영 후선으로 물러나겠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그러나 8개월 만에 가석방된 이후 동전 뒤집듯 말을 바꾸고 회사 경영에 개입해 논란을 빚었다.

또 이 전 회장은 100억원대 회사 자금을 빼돌리거나 국외 법인 투자 등으로 사용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로 201311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피죤 노조는 최근까지 기업 이미지 실추에서 오는 리스크를 극복하기보다 과도한 노조 탄압으로 직원들을 고용 불안으로 내몰고 있다. 창업주로서의 모범적인 태도가 아니다며 시위를 벌이다 사측과 단체협상 중이다.

이처럼 국내 대기업이 오너·CEO리스크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뒤로 한 채 도를 넘어선 노동자 탄압으로 문제가 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올해 4월에는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 회장 집 앞에서 불법파견 규탄선전전을 진행하던 하청 노동자가 사측이 동원한 용역 직원들로부터 폭행을 당해 병원에 실려가는 일도 발생했다.

금속노조 기아자동차지부 화성지부 사내하청분회 하청노동자 10여명은 이달 29일 새벽 5시께 정 회장의 자택인 서울 용산구 한남동 유엔빌리지맞은편 인도에서 불법파견 현행범 정몽구를 구속하라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선전전을 시도했다.

그러자 맞은편에서 대기하고 있던 사측 용역 직원 20여명이 노동자들이 있는 곳으로 이동해 현수막 시야를 가리는 등 선전전을 방해했다.

노동자들의 항의에도 사측의 방해가 계속됐고 이 과정에서 사측-노동자 간 몸싸움이 수차례 발생했다. 급기야 노동안전부장 A씨가 도로에 드러누워 강하게 항의하다 용역 직원들에게 밟혀 구급차에 실려갔다.

노동자들이 112 신고를 해 용산경찰서 산하 경찰관 6명이 출동했으나 부상 사태에 대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경찰은 용역들의 선전전 방해 행위를 방관하고 오히려 사측을 두둔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노동자들이 정 회장 자택이 있는 유엔빌리지내부로 들어가 1인 시위를 시도했으나 사측에 의해 또다시 가로막혔다.

노동자들이 출동한 경찰에게 합법적인 1인시위도 막고 있는데 경찰은 왜 가만히 있느냐, 무유기 아니냐고 항의하자 오히려 경찰 관계자는 조용히 하라. 당신이 법을 아느냐며 고압적 태도를 보여 논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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