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란풍경마를 '정병국 대표'

-어플리케이션파란풍경마을장년·청소년 위한 공간

-순수문학수호자’, 세파에 찌든 장년 위한치유문학

정병국 대표(68)의 꿈은64년 전에 결정됐다. 조부에게 한글을 배우면서‘글을 쓰겠다’고 다짐한 것. 이후 60여 년 간 오직‘글’만을 위해 살았다. 한 점 흐트러짐 없는‘문학 일로’로 그 열정을 증명한 것. 지금은 출판사‘지식과 사람들’대표이자‘시와 수상문학’대표로 순수문학을 지키는데 몰두해 있다.

그는‘시와 수상문학’과 시 낭송해주는 어플‘파란풍경마을’을 두고‘치유문학’이라고 표현했다. 치열한 삶의 현장을 지나 중·장년에 접어든 사회인들이 문학을 통해 삭막해진 감성과 자신을 치유한다는 것. 다음은 정 대표의 소신 있는‘문학사랑’에 대한 일문일답.

-글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내 고향이 함경북도다. 당시조부께서 한글을 가르쳐 주셨는데, 그것이 내‘문학 인생’의 시작이었다. 그때부터 글을 쓰는것이 좋았다. 백일장이나 작은공모전 등에서 여러 차례 상을받았다. 결정적인 계기는 중학교때 선생님께서 뜬금없이 즉석 소설을 말로 지어보라고 시킨 일이다. 10여 분에 걸친 내 구술을 들은 반 친구들은 조용해졌고, 선생님께서“넌 소설가 해야겠다.”고 말씀하셨다.

그때 결정적으로자신감을 얻었다.당시는 문학도라고 하면‘폐병걸린다’고 했다. 돈을 못 벌어서밥 굶고 고생한다는 뜻이다. 부모님을 안심시키기 위해 대학은경영학과를 다녔지만 계속해서글을 썼다. 내게는 글을 쓰는 일이 가장 즐겁고 당연했다.

심지어 군 시절에도 글은 내게 큰 힘이 됐다. 당시 장교들은 자신의글이 잡지에 실리면 가산점을 받았다. 그런데 내가 대필을 해주면 수필이든 시든 거의 다 실렸다. 덕분에 인기가 있었다. 장병들을 상대로 글쓰기 교실을 맡게된 일도 있었다.

-걸어온 길을 간략하게 정리해 달라

▲평생 글만 쓰고 살았다고 보면 맞을 것 같다. 내 첫 직장도 글쓰는 직업이었다. 기자였다. 기자 생활을 하면서도 작품 활동은꾸준히 했다. 그러다 몇 년 간 다른 일을 했다. 그리고 몇몇 주간신문이나 기업에서 일을 했다.주간지를 일간지로 만들거나 해당 신문의 기틀을 닦아주거나 하는 일들이 거의였다. 그 후 연이닿아 중국을 몇 년간 다녀왔다.이 모든 기간 동안 작품 활동은꾸준히 해왔다. 그리고 한국으로돌아와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한국 문단이 격변하는 것을 직접목격하고는‘순수문학’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으로‘시와 수상문학’을 만들게 됐다. 소위‘잘팔리는 글’이 대세를 점한 상태에서 노년층을 위한 문학은 사실상 소외당했다. 청소년들은 자극적인 미디어와 만화 등에 매료되어 문학에서 멀어져 간다. 출판사 역시 수익성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점점‘순수문학’이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경력을 보면 돈 많이 벌었을 것 같다,

▲솔직히 말하면 그런 자리들이 많기는 했다. 그런 시대이기도 했고. 당시 신문 기자들이 지금과는 비교도 안 되게 대우받던시절이라 소위‘촌지’가 왕왕 오가기도 했다. 그리고 신문사 다음 직장도 어디라고 밝히진 않겠지만‘힘 꽤나 쓰는’자리였다. 정말 나쁜 마음만 먹었으면 한 재산 챙길 수도 있었다. 실제로 두번째 직장에서는 내 앞으로 빌딩이 10채 있다고 모함을 받았다.

그게 가능한 자리기도 했고. 하지만 나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한 번은 학창시절 은사님과 술자리를 할 때“선생님 제가 사겠습니다.”고 말했더니 은사님께서“너 돈 좀 뜯고 다니냐?”고 물어보시더라. 절대 그런 일 없다고대답하니“그럼 내가 살게. 그래도 내가 너보다는 많이 번다.”고말씀하셨다. 이 짧은 문답에는참 많은 가르침이 담겨 있었다.그 자리에는 부정하게는 살지 말라고 가르치신 은사님이나 그 가르침을 잊지 않은 내가 있었다.이런 은사님들이 많았다. 덕분에나쁜 길로 빠지지 않고 순수한‘문인’으로 남을 수 있었다.

-시와 수상문학에 대해 소개해 달라

▲‘치유 문학’이라고 표현하겠다. 시와 수상문학에 유명 작가는 없다. 대부분이 작가출신이아닌 40대에서 60대 중·장년층이다. 유년 시절 문인을 꿈꿨지만 현실에 치여 포기한 사람들이문학을 통해 자신을 되돌아보고치유 받는 것이 목적이다. 그래서 등단도 쉽지 않다. 지난 6년동안 단 15명만이 등단했다. 작가로서 부끄럽지 않은 수준까지이르지 못하면 등단 안 시킨다.소위‘잘 팔리는 글’이 아닌‘순수문학’을 위해 모인 이들이기에 허울뿐인‘명예’는 중요하지않다.

명예는 자기가 아니라 남들이 만들어주는 것이다.하지만 그 덕분에 더욱 귀한글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분명잘 팔리는 글은 아니지만 현재사실상 전무에 가까운 노인들이공감할 만한‘노인 문학’을 추구할 수 있다.청소년들도 마찬가지다. 인터넷의 발달로 학생잡지가 전멸했다. 문인을 꿈꾸는 청소년들은작품을 써도 낼 곳이 없다. 몇몇백일장이 남아 있긴 하지만 지면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이런‘문학도’청소년들을위해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한국문인 협회에서도 이런 취지를 듣고 공감했다. 현재 문학계에는 자극적인 글은 흘러넘치지만 정작 순수문학은 쇠퇴한 현실이 가슴 아프다.

-어플리케이션‘파란풍경마을’은?

▲도서출판 지식과 사람들, 문예 계간‘시와 수상문학’그리고코리아 정보통신이 만든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이다. 간단히 설명하면 핸드폰으로 시와 소설,수필을 즐길 수 있다고 보면 된다. 특이한 점은 시나 수필은‘듣기’기능이 있다. 해당 작품을 작가가 직접 낭송하는 것을 들을수 있다. 노안으로 문학을 즐기지 못하는 어르신들에게는 좋은대안이 될 것이고 청소년에게는유행가 대신 시를 들을 수 있다.무엇보다 노인들에게 가장 큰현실을 위로하고 공감할 문학이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청소년들에게는 문인의 꿈을 펼칠 지면이극단적으로 적다. 파란마을풍경은 그 대안이 되고 싶다.

아직은 초기 단계라서 작품 수가 많지 않지만 자리를 잡으면 문학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실제로 코리아정보통신에게“2년 동안 단 한 푼도 못 벌 것이다.”고 말했다. 해당사  회장님이 문학에 대한 열정과 미래를 보고전폭적인 기술 지원을 약속했다.‘파란풍경마을’의 취지에 대해공감해주는 여러 분야 인사들 덕분에 많은 힘을 얻었다.

-문인을 꿈꾸는 장년층과 청소년이 받을 수 있는 혜택이 뭔가?

▲일단 중·장년층에게는 문학교실을 열고 있다. 글 쓰는‘기교’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안에서 글을‘끌어내는’훈련을 시킨다. 자기를 이해하지 못하고 무슨 글을 쓸 수 있겠나? 각박한 사회를평생 동안 헤치고 나온 사회인이라면이런 훈련이극단적으로부족하다.

자기 자신을 아는 것에서‘치유’도‘문학’도 시작되는 것이다.청소년들은‘중·고학생 문학광장’을 무료로 운영하고 있다.꿈을 심어주던 월간지가 인터넷게임에 밀려 잃은 그 자리다. 발표 공간을 무료로 제공하며‘바른 글쓰기 지도프로그램’을 병행한다.

-작가를 꿈꾸는 문학도에게 하고 싶은 말은?

▲문학은 진실해야 한다. 자기글에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인터넷상에서 익명으로 아무 글이나 휘갈기는 것에무슨 깊이가 있고 진실이 담기겠나? 진심으로 글을 쓰고 싶다면진지한 성찰과 고민을 통해 노력하는 방법 밖에 없다. 나는 그 기준을 기간으로 본다.

얼마동안 노력을 계속해왔느냐가 가장 기본적인 척도이기 때문이다. 요즘세상에 쓰고 싶은 글을 쓰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다. 쓰고 싶은 글이 자극적이고 원색적인 ‘잘 팔리는 글’이라면 모르겠지만 ‘순수문학’을 추구한다면‘파란풍경마을’과‘시와 수상문학’이 대안이 되어줄 수 있다.

저작권자 © 공정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