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사태’로 재벌개혁 목소리 높아지고 있는데도 청와대는 ‘침묵’ 모드

 
왕자의 난으로 촉발된 ‘롯데 사태’로 인해 재벌개혁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와 재계 사이에는 해빙무드가 조성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롯데 사태’를 계기로 재벌이 우리 경제의 최대 리스크임이 입증되고 있다며 재벌개혁을 최우선적으로 추진해야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반면 청와대와 정부 여당은 박근혜 대통령이 역점을 두고 있는 경제활성화 정책과 노동개혁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는 형국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대기업 총수 17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 간담회를 함께하며 재계와 스킨십을 강화했다. 특히 원칙과 소신을 강조해 온 박 대통령이 이번 광복절 특사에 대기업 총수들을 대거 포함시킬 것으로 알려지면서 청와대와 재계간의 해빙무드는 밀월 관계로 발전되고 있는 형국이다.

 대통령 집권 후반기 경제활성화?노동개혁에 방점 재계는 화력 지원


박근혜 대통령이 진두지휘하는 청와대와 대기업이 주축이 된 재계가 해빙 기류를 타기 시작한 것은 지난달 24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 대통령은 7월 24일 창조경제 혁신센터를 지원하는 17개 대기업 총수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참석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조현상 효성그룹 부사장, 권오준 포스코 회장, 황창규 KT 회장,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 김상헌 네이버 대표이사, 허창수 GS그룹 회장,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김범수 다음카카오 의장,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 등으로 박근혜 정부 출범이후 가장 많은 재계 인사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특히 초청 인사 중에 김승연 한화 회장이 포함된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김 회장은 현재 집행유예 기간 중인 ‘형집행자’ 신분이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지난해 2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위반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50억 원, 사회봉사명령 300시간을 선고 받은 바 있다. 따라서 김 회장은 법적으로 한화 그룹 경영에 직접적으로 참여할 수 없는 신분이다. 현행법 상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은 집행유예가 종료된 뒤 2년, 징역형 집행이 종료되고 5년까지는 범죄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에 취업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칙과 소신을 정치 철학으로 내세우고 있는 박 대통령이 이러한 정황을 모를리 없을텐데 김 회장을 청와대로 초청한 배경이 석연치 않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게다가 김 회장은 광복 70주년이 되는 이번 8.15 특사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는 점에서 뒷말이 무성하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청와대와 재계가 이번 광복절 특사 대상에 대기업 총수들을 포함시키는 것으로 조율을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실제로 재계 주변에서는 김 회장을 비롯해 복역 중인 SK그룹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부회장, 구본상 LIG 넥스원 전 부회장, 구본엽 전 LIG건설 부사장 등이 이번 사면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집권 후반기에 접어든 박근혜 대통령이 임금피크제, 고용시장 유연화를 골자로 한 노동시장 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할 의지를 보이자 야권과 노동계는 크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박 대통령이 대기업 총수들을 대거 청와대로 초청하고, 비난여론에도 불구하고 특사 대상에 대기업 총수들을 포함시키려는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는 분석이다.
 

원칙주의 무색하게 광복절 특사에 대기업 총수 대거 포함 ‘신밀월’ 과시

청와대와 정부 측은 이번 광복절 특사의 명분을 ‘경제살리기’와 ‘국민 사기진작’으로 방향을 잡고 대기업 총수들을 비롯해 민생사범, 단순 경제사범, 교통법규 위반자들까지 포함시켜  그 대상자가 수 백만 명에 달하는 대규모 사면을 단행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현재 사면 대상자 초안을 만들어 조율중인 법무부는 10일 사면심사위원회를 거쳐 법무부 안을 확정하면 정부는 13일 박 대통령 주재로 임시 국무회의를 열고 특별사면안을 확정할 방침이다.
하지만 대기업 총수들이 포함된 특별사면이 확정될 경우 적잖은 후폭풍이 일 것으로 보인다. 여야 정치권이 노동개혁과 재벌개혁을 놓고 팽팽한 기 싸움을 전개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기업 총수 사면은 박근혜 정부의 ‘친재벌’ 기류를 스스로 자인한 꼴이 될 수 있고, 재벌 총수 사면에 반대하는 여론이 우세했다는 점에서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기호 정의당 의원은 6일 논평을 통해 “재벌 총수들에 대한 무분별한 사면권 남용은 대한민국에 재벌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씌우는 것”이라며 재벌 총수 사면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판사 출신인 서 의원은 이날 “언론에 따르면 법무부가 마련한 특별사면 심사대상자 초안에 SK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부회장, 김승연 한화 회장, 구본상 전 LIG넥스원 부회장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제한 뒤 “박근혜 대통령 스스로 원칙을 깨고 재벌총수들에 대한 사면을 강행한다면, 대선 공약불이행을 선언하는 것”이라고 압박했다.
 

이어 “지난 2012년 대선때 박 대통령은 ‘대기업 지배주주?경영자의 중대 범죄에 대한 사면권 행사 제한’을 공약했다. 특히 2013년 당선인 시절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설 특사 계획’을 두고, ‘특사가 강행되면 이는 국민이 부여한 대통령 권한 남용이며, 국민 뜻을 거스르는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경제 정책을 둘러싼 야권의 거센 역공도 예상된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롯데 사태’를 계기로 청와대와 정부 여당이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노동개혁보다 재벌개혁이 우선이라는 강공작전을 펼치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4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사태를 통해 드러난 재벌의 문제점을 부각시키면서 노동개혁에 주력하고 있는 청와대와 정부 여당을 성토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삼성과 롯데 경영권 문제를 거론하며 “경제난과 청년실업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며 구조개혁을 역설한 정부의 주장이 얼마나 허망한지 알 수 있다”고 비판했다.
 

국회부의장인 이석현 의원도 “소수 지분을 가진 총수 일가가 베일 속에서 황제 경영을 하고 그 집안 싸움에 임직원과 기업이 명운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롯데 사태를 비판한 뒤 “노동개혁보다 재벌개혁이 우선순위임을 깨닫고 재벌개혁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새정치연합은 재벌개혁을 위해 조속한 입법화를 추진키로 해 경제정책을 놓고 정부 여당과 치열한 혈투를 예고하고 있다. 최재천 정책위의장은 “한국경제의 모순은 재벌 지배구조와 가족경영, 상속경영임이 최근 일련의 사건으로 나타났다”며 “지금이라도 ‘경제민주화 시즌2’ 재벌개혁을 위한 공동 노력에 나서야 한다. 여야 모두 경제민주화 공약을 되살려 당장 입법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과연 박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들의 청와대 회동 이후 불거진 청와대-재계 신밀월설의 실체는 무엇일까. ‘롯데 사태’ 이후 재벌개혁 문제가 정치권의 핵심 이슈로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8.15 광복절 특사에 대기업 총수들이 포함될지 여부는 ‘신밀월설’의 실체와 맞물려 하반기 정국을 달구는 뜨거운 감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공정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