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3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8·15 특별사면' 준비를 지시했다. 이번 특사의 최대 관심사는 재벌 총수 등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사면 대상에 포함될지 여부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올해는 광복 7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라며 지금 국민들 삶에 어려움이 많은데 광복 70주년의 의미를 살리고 국가 발전과 국민 대통합을 이루기 위해 사면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또 올해를 대한민국의 자긍심을 고취하고 여러 어려움에 처한 대한민국의 재도약 원년으로 만들어야 하겠다면서 관련 수석은 광복 70주년 사면에 대해 필요한 범위와 대상을 검토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광복 70주년이라는 상징성과 집권 3년차 국민 통합의 필요성 등을 고려하면 이번 특사가 작년 설 명절 특사 규모를 뛰어넘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은 취임 후 지난해 1월 서민 생계형 사범에 국한해 한 차례 사면권을 행사했다. 당시 서민 생계형 사범을 중심으로 5900여명이 사면을 받았다. 비리 기업인에 대한 사면권 행사를 엄격히 제한하겠다는 대선 공약에 따라 그룹 총수 등은 제외됐다.

박 대통령은 그간 이 제한 원칙을 엄격하게 지켜왔다. 부정부패에 연루된 고위 인사들에 대한 무분별한 사면은 대통령의 권한 남용이며 국민 뜻을 거스르는 것이라는 게 박 대통령이 견지한 사면관의 원칙이다.

하지만 대내·외적 경제 여건이 어렵고 국가 통합을 실천하는 차원에서 이번에는 이런 원칙을 깨고 지위고하를 떠난 포괄적인 사면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 930대 기업 사장단이 참석한 가운데 간담회를 열고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실질적으로 투자를 결정하는 기업인들이 현장에서 다시 경제에 기여할 기회를 주기를 간곡히 호소한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공교롭게도 박 대통령의 특사방침 천명은 이들 경제인의 요구에 화답한 형식이 됐다.

박 대통령은 전경련이 기업인 사면요청을 내놓은 지난 9일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기업인들이 마음껏 투자할 수 있도록 정부가 가진 모든 수단을 동원할 필요가 있다며 경제살리기에 올인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기업인 특별사면도 '모든 수단'으로 검토될 수 있는 분위기는 조성된 것.

박 대통령이 지난 13일 회의에서 내수 진작과 수출 활성화 대책이 시급하다는 등 경제 상황과 관련된 언급을 한 뒤 전격적으로 사면 방침을 밝힌 것도 눈여겨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한 특사의 필요성을 주문하며 '국가발전'과 '국민대통합'을 꼽은 것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박 대통령은 작년 설 명절 특사 전에 부정부패와 사회지도층 범죄를 제외하고 순수 서민생계형 범죄에 대해서만 특사를 하겠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국가 발전과 국민 대통합을 위해 사면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는 말로 특사 대상에 포괄적 기준을 제시했다. 대선 공약 당시 입장에 비해 탄력적인 사면관을 밝힌 것이다.

특사가 이뤄진다면 재계에서는 형이 확정돼 복역 중인 최태원 SK그룹 회장, 최재원 SK그룹 수석 부회장, 구본상 LIG넥스원 전 부회장과 집행유예 확정 판결을 받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이 대상자로 분류된다.

이재현 CJ그룹 회장과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은 항소심 판결 후 대법원 상고가 이뤄져 일단 이번 사면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이번에도 사면권 행사를 엄격하게 제한할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사회지도층 인사 사면에 부정적인 여론 지형이 변하지 않은 상황에서 원칙을 뒤집기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특사 로비 의혹이 불거진 지난 4월 대국민 메시지를 통해 법치주의 확립을 위해 사면은 예외적으로 행사돼야 한다특히 경제인 특별사면은 납득할 만한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라고 선을 그은 바 있다.

박 대통령은 성 전 회장 의혹을 계기로 사면권 행사의 요건과 절차를 강화하는 제도 개선을 지시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가석방 요건에 해당하는 기업인의 경우 특별사면이 아닌 가석방의 형식으로 풀려날 가능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최태원 회장은 26개월째 수감 생활을 하고 있어 가석방 요건은 충족된 상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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