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이 삼성과의‘빅딜’을 성사시켰다. 한화그룹은 삼성그룹이 보유하고 있던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 등 2개 계열사에 대한 지분 인수 절차를 최근 마무리한 것.이로써 한화그룹은 국내 화학·방산업 내의 독보적인 입지를 넘어 글로벌 화학·방산업체로 발을 내딛었다. 그 시너지는 해당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전방위적으로 퍼져나갈 것으로 보여 김승연 회장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최대 화학·방산업 탄생

지난 30일 한화그룹에 따르면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는 29일 각각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회사이름을 한화테크윈(주)와 한화 탈레스(주)로 바꿨다. 지난 4월 말 한화종합화학과 한화토탈이 한화그룹 계열사로 새 출발한데 이어 한화테크윈과 한화탈레스가 합류함으로써 지난해 11월 한화그룹과 삼성이 맺은 자율‘빅딜’이 완료된 것이다.

이로서 한화 그룹은 60년 성장의 원동력인 방위사업과 석유화학사업에서 국내 1위의 지위를 확보하게 됐으며 이 분야 세계선도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화 그룹의 방위사업 분야 매출은 기존 1조 828억원에서 2조7136억원으로 3배 가까이 커졌다.

또 다른 주력 사업인 석유화학 분야에서는 매출액이 19조원을 넘어서면서 매출 기준으로 국내1위로 올라섰다. 석유화학의 기초 원료인 에틸렌 생산 규모도 세계 9위 수준인 291만t으로 증대되면서 그 입지를 굳혔다.

한화그룹은 한동안 주요 사업인 방산과 유화 부문이 미미한 성장세로 정체에 시달려 왔지만 이번 빅딜로 돌파구를 찾은 셈이다. 김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방산과 화학 부문은 한화그룹 선대 회장과 제가 취임 당시부터 열정을 쏟았던 사업”이라며 그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한화, 재계 9위로 상승

이번 합병으로 한화 그룹 전체 매출은 지난해 약 37조원에서 약 50조원대로, 자산총액도 약 38조원에서 50조원으로 늘어난다. 재계 순위도 한진그룹을 제치고 9 위로 한 단계 올라서게 된다. 물론 이 숫자는 단순 계산으로 나오는 부분이다. 여기에 기존 기업들과의 시너지를 생각하면 그 정도를 예상하기 쉽지 않다.

인수 이전 각사의 개별 사업만으론 수출시장 경쟁심화 등에 따른 성장의 한계가 부각됐는데 연관 사업들이 모여 수직·수평 계열화 및 다각화를 이루면서 리스크를 벗고 글로벌 일류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한화는 지난 16일 프랑스 파리 에어쇼에서 이탈리아 미카에르사와 랜딩기어 시스템 분야 국제공동개발에 관한 양해각서를 교환했다. 이에따라 미카에르사에서 공급하고 있는 항공기와 헬리콥터에 장착되는 랜딩기어 핵심부품 공동개발에 참여하게 됐다.

랜딩기어는 이착륙시 항공기 무게를 지지하는 구조물로써 항공기 전체 단가의 5%를 차지하는 고부가가치 핵심품목으로 세계 굴지의 항공업체들에게 랜딩기어 부품을 납품할 수 있는 기회를 확보한 것이다.

한화테크윈(구 삼성테크윈)도 세계 3대 항공기 엔진 제작사인 미국 P&W사와 항공기 엔진 국제공동개발사업(RSP) 계약을 통해 총 17억달러 규모의 엔진부품 공급권을 획득하면서 항공기·함정용 엔진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와 같이 항공기 부품과 더불어 한화의 기존 탄약, 자주포, 레이더 등의 방산사업과 삼성테크윈의 무인 로봇, 항공기 엔진, 칩 마운터, 에너지장비, CCTV 사업 등과의 시너지 효과가 본격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김 회장은 화학·방산뿐만 아니라 내달 서울 면세점 입찰에 나서는 등 화학·소재, 기계·방산, 태양광, 금융·서비스를 내세워 세계 선두를 목표로‘퀄리티 그로스(Quality Growth)2020’비전 달성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경영권도 강화

이번에 인수한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 그리고 지난 4월에 인수한 삼성종합화학과 삼성토탈까지 4개 회사를 인수하는데 들어간 비용은 총 1조8541억 원이다.

지난 29일 임시주주총회 이후 (주)한화는 조정된 최종 인수금액인 8232억원 가운데 삼성 측에 분할 납부하기로 한 계약에 따라 1차 분 4719억 원을 지급하고 삼성 측이 보유하고 있던 삼성테크윈 지분 32.4%를 모두 수령했다. 이를 통해 한화그룹은 한화테크윈의 최대주주가 되면서 경영권을 확보했다.

또 한화테크윈이 보유한 한화탈레스의 지분 50%도 동시에 확보해 한화탈레스의 공동경영권도 갖게 됐다. 한화테크윈은 한화종합화학의 지분 23.4%도 보유하고 있어 한화그룹은 지난 4월말 한화에너지와 한화케미칼이 57.6%의 지분을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한 한화종합화학의 지분율을 81%까지 높이게 됐다.

김승연 회장‘행보 주목’

이런 성과를 두고 업계에서는 김승연 회장의 날카로운 안목이 작용한 인수합병(M&A)이 다시 한번 그 진가를 보였다는 평가다.

한화그룹의 역사는 김 회장의 M&A 를 빼고는 이야기가 되지 않는다. 20대에 그룹 총수로 취임한 김 회장은 그동안 숱한 M&A를 거치며 한화그룹을 국내 10대그룹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아버지인 김종희 창업주가 닦은 기반 위에 견고한 성을 쌓아 올린 셈이다.

김 회장은 한국화약의 총수에 오른 직후인 1982년에 한양화학과 한국다우케미칼(현재 한화케미칼)의 인수를 단행했고 이를 그룹의 성장동력으로 육성했다. 당시 제2차 오일쇼크로 인해 글로벌 석유화학 경기가 크게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김 회장은 향후 발전을 확신하고 인수를 단행했다.

이후 1985년 정아그룹(현재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인수를 통해레저 산업에 진출했고 1986년 한양유통(현재 갤러리아)을 인수한데 이어 2000년에는 동양백화점(현재 갤러리아타임월드)을 인수하면서 유통업을 강화했다. 김승연 회장은 2002년 대한생명(현재 한화생명)의 인수를 단행하면서 재계를 놀라게 했다.

당시 2조3000억원에 달하는 대한생명의 누적손실로 따른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대한생명은 6 년 만에 누적 손실을 완전 해소했고 연간 5000억원의 이익을 올리는 알짜회사가 됐다.

또한 김 회장은 기존 사업에 이어 그룹의 신성장동력으로 태양광 사업을 주목하면서 관련 기업 M&A를 잇달아 진행했다.

2010년 솔라펀파워홀딩스 인수에 이어 2012년 유럽 태양광 시장 1위 업체인 큐셀을 인수했고 지난해 두 회사를 합병해 한화큐셀을 탄생시켰다. 한화큐셀은 셀생산규모가 3.28GW에 이르는 세계 1위 태양광 셀 회사로 도약했다.

한편 김 회장이 삼성그룹과의 빅딜을 마무리함에 따라 다음 목표에 이목이 쏠린다. 재계에서는 김 회장이 신년사를 통해 방산 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한만큼 국내 방산 업체 2위인 KAI(한국항공우주산업) 인수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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