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에 대한 신의 대답

마음은 훈련하는 대로 간다, 지혜는 생각의 흐름이 출렁거리지 않을 때 온다

오랜 세월 인류가 반드시 읽어야 할 고전이자 경전으로 손꼽혀 온 바가바드 기타가 새롭게 출간되었다. 700구절로 된 시 형식을 띤 이 책은 신의 현현(顯現) 크리슈나와 위대한 영혼의 소유자 아르주나가 나누는 이야기다. 그 이야기 속에는 마음, 물질, 카르마, 요가, 명상, 지혜, 깨달음, 윤회, 삶과 죽음 등 인류가 품어온 거의 모든 의문과 그 대답이 들어 있다. 간디는 평생 이 책을 곁에 두고 읽었으며, 독립운동가 틸라크는 인도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하기 위해서는 바가바드 기타에서 적극적인 행동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었다. 시대와 종파를 가리지 않고, 사회적·문화적 지위와 영적 수준이 서로 다른 많은 사람들이 도움을 받았고 지금도 받고 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영향을 주는 보편성을 가진 대중적인 책이다. 이번에 새롭게 출간된 이 책은 무엇보다 독자들이 경전에 담긴 메시지를 가장 잘 전달받을 수 있는 번역본이기에 더욱 반갑다.

인간은 겉으로는 아무런 행위를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마음은 끊임없이 감각의 대상을 ?아 다닌다. 감각의 힘은 아주 강하며, 감각을 통제하지 못하면 욕망의 폭풍과 무기력의 수렁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욕망과 분노 에너지를 가장 잘 다룰 수 있을 때 내면의 전쟁에서 진정한 승리를 맛보게 될 것이다. 이 책은 상징적인 비의가 농축된 데다 전달하는 내용이 간결하고 명료하다.

크리슈나여! 도대체 삶이 무엇이기에 이런 전쟁을 해야 된단 말입니까?” 바가바드 기타는 이 질문에 대한 크리슈나의 대답이다. 선과 악의 싸움에서, 진리와 망상의 싸움에서, 탐욕의 올가미에서 벗어나기 위한 아르주나의 몸부림은 곧 우리의 몸부림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마치 바로 내 곁에 구루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하여 이 책은 다정하면서도 단호하게 우리의 마음을 훈련시켜준다.

보이지 않는 마음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보여주는 지도와도 같은 책

물질이란 에너지가 특정한 상태로 존재하는 것이고, 에너지란 물질의 또 다른 모습이다. 현대 물리학에서도 물질과 에너지의 경계가 사라졌다. 마음이 에너지 장에 영향을 주고, 그것이 물질 현상으로 나타난다. 물질 현상과 에너지 장의 변화가 인간의 마음과 육체에 영향을 미친다. 이처럼 만물은 눈에 보이지 않는 데서 시작해서 눈에 보이는 현상세계에 나타난다.

바가바드 기타에서는 그것을 프라크리티푸루샤’, 그리고 세 가지 구나를 통해 말한다. 구나란 성질 또는 기운을 가리키는 말이다. 사트바 구나는 맑고 고요하고 밝고 가볍고 조화로운 기운이다. 라자스 구나는 열정적이고 활동적인 기운이며, 타마스 구나는 어둡고 무겁고 무기력한 기운을 일컫는다. 인간을 포함하여 모든 존재가 어떤 기운이 우세하냐에 따라 그 성질과 성격이 결정된다. 이 물질의 세 성질과 그것이 만들어내는 모든 변화가 프라크리티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프라크리티가 행위의 원인이자 결과이며 행위자다. 그로 인한 모든 쾌락과 고통의 향수자가 푸루샤다. 푸루샤는 프라크리티 안에 머물면서 프라크리티에서 비롯된 구나들의 활동을 지켜보며 경험한다.

모든 행위가 세 가지 기운의 상호 작용에 의해 일어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결과에 집착한다. 그러나 푸루샤와 프라크리티와 구나의 본성과 변화를 이해한 사람은 에고의식과 오만함과 분노와 공격성을 벗어놓게 된다. 바가바드 기타의 전쟁은 우리 내면의 영적인 전쟁이다. 크리슈나가 아르주나에게 가르치는 것은 외적인 전투가 아니라 영적인 온전함이다. 아르주나가 싸워야 할 상대는 육체적인 친족과 친구가 아니라 자신의 내부에 있는 부정적인 에너지다. 다르마의 들판에서 벌이는 전쟁은 이기고 지고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존재에 또는 자신의 의무에 얼마나 충실한지를 가늠하는 내면의 전투라고 할 수 있다.

마음은 바람 부는 대로 흔들리는 등불, 마음을 훈련시키면 바람 없는 곳에 놓인 등불이 된다

역자는 바가바드 기타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을 이렇게 말한다. “아트만(참 자아)이 구나(세 성향의 에너지)의 활동을 통해서 현상세계를 펼치고 변화무쌍한 그 세계를 스스로 경험하지만 자신은 그 변화에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다라고. 이로 인해 다른 누구가 아닌 진정한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는 기쁨을 갖게 된다.

무지한 사람은 불에 대한 이야기를 단지 듣기만 한 사람이고, 지혜가 있는 사람은 불을 본 사람이며, 깨달은 사람은 불을 피우고 그것으로 음식을 해먹을 줄 아는 사람이다. 이 책에서 전달하는 메시지를 알아채려면 냉철한 지혜와 그 지혜를 끝까지 밀고나가는 정신의 끈질김이 필요하다. 그렇게 제대로 이해하고 실천하게 된다면 행위에 속박되지 않은 자유로운 삶을 살게 될 것이다.

아르주나는 크리슈나에게 이렇게 묻는다. “마음은 쉬지 않고 이리저리 날뛰며, 거세고 완고합니다. 이런 마음을 제어하려는 것은 마치 바람을 잡으려는 것처럼 어려운 일처럼 보입니다.” 이에 크리슈나는 어렵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답한다. 외적인 대상에 초연해지는 수행을 함으로써 에고의 의지를 제어하고 마음을 제어할 수 있다고. , 마음을 안으로 돌리고 바깥 세계와 접촉하는 감각기관을 제어하면서 진정한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를 찾는 훈련을 계속하다 보면 자신의 참 자아를 깨닫게 된다고 말이다.

마음이 자신의 친구이나, 자기 내면에서 참 자아를 발견하지 못한 사람에게는 마음이 그를 괴롭히는 적이 된다. 아름다운 시 구절의 형식에 담긴 메시지는 수천 년을 이어온 그 세월의 무게만큼이나 텍스트 한 구절 한 구절 그 울림이 너무나도 깊다.

잃어버린 영적인 힘을 되찾고 용감한 전사가 되는 길

바가바드 기타는 초월적인 체험을 다루는 신비스런 이야기가 아니다.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긴박한 상황에서 자신의 확고한 내면을 직시하여 휘말리지 않고, 그것을 딛고 올라갈 수 있는 가장 높은 곳까지의 모든 과정을 그리고 있다. 다양한 방법을 제시하여 전쟁 같은 삶을 지혜롭게 살게끔 훈련시키는 보물 같은 책이다. 동시에 경종을 울리는 것 역시 빼놓지 않는다. 바가바드 기타에서는 이렇게 강조한다. “경전에 대한 지식이 깨달음을 가져다주지 않으며, 오직 수행을 통해 직접 체험함으로써만 깨달을 수 있다.”

이 책은 일상적인 의식의 흐름이 끊어지고 더 깊은 의식만 깨어 있는 상태인 사마디에 이를 수 있게 돕는다. 그리고 잃어버린 영적인 힘을 되찾아 용감한 전사로 거듭나는 방법을 아르주나를 통해 우리에게 전달한다. 존재 전체가 변형되려면 생각을 바꿀 수 있는 형이상학적인 체계와 그 체계를 뒷받침하는 훈련이 필요한데, 바가바드 기타는 그 둘을 모두 제시하고 있다.

현실적인 여러 가지 구도의 방법을 찾는 사람들에게, 일상적인 삶을 포기하고 수행자가 되는 길과 세속적인 생활을 하면서도 집착하지 않는 훈련을 하는 길에 대한 대조적인 설명은 실질적인 가이드가 되어준다. 인간이 영적인 길을 찾아 나설 때는 삶의 대한 번민과 슬픔이 있어서다. 그것이 없다면 아마도 찾아 나설 이유는 없을 것이다.

오랜 세월 인류에게 전해 내려온 이 경전을 통해 흔들리지 않은 지성의 분별력을 확립하여 자신을 단호하게 다스리고, 어떤 상황에서도 흥분하지 않고 고요하고 평온한 상태를 유지하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온 천지가 물로 가득 차 있다면 작은 물병은 쓸 데가 없다. 마찬가지로 깨달음을 얻은 사람에게는 경전이 필요치 않다.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은 어쩌면 찰나에라도 그런 경험을 하게 될 수 있을 것이다.

저자 뱌사하/ 역자 정창영/출판사 물병자리/ 2015.06.10./ 페이지 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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