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유승민 당권장악 공천살생부 소문 흉흉

▲ 김무성

주박월김(晝朴夜金)이 현실화됐다. 비박계인 김무성 의원이 당대표 자리를 거머쥔데 이어 원내대표 자리를 유승민 의원이 차지했다. 비박이 당을 장악했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막기 위해 청와대도 나름대로 신경을 썼다. 이주영 전 해양수산부 장관을 내세웠다. 친박 핵심을 청와대로 불러 식사를 했다. 당일 국무회의까지 미루며 최경환·황우여 부총리, 김희정 장관까지 투표에 참가시키며 총동원령을 내렸다. 하지만 참패했다. 주박야김이 원인이었다. 친박까지 유승민에게 표를 던진 것이다. 이를 계기로 레임덕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친박은 끝났다. 비박계인 김무성-유승민이 각각 당 대표와 원내대표를 맡아 당권을 장악했다. 이밖에 정책위의장, 사무총장 등도 비박계이다.

지난 2일 원내대표-정책위의장 경선에서 비박계인 유승민-원유철 후보가 84표를 얻었다.

친박계인 이주영-홍문종 후보는 65표 득표했다. 19표차이다.

청와대는 비박계가 당권을 장악하는 것을 막기 위해 노력했다. 이주영 전 해양수산부 장관과 홍문종 의원을 각각 원내대표와 정책의장 후보로 세웠다. 그리고 친박 핵심을 청와대로 불러 식사를 하면서 단합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선거 당일 국무회의까지 미루며 최경환·황우여 부총리, 김희정 장관까지 투표에 참가시키며 총동원령을 내렸다.

하지만 참패했다.

박근혜 대통령에겐 악몽이나 다름없다. 당대표와 원내대표인 김무성-유승민은 전여옥 전 의원과 함께 박근혜 대통령이 가장 싫어하는 정치인 3명이다. 과거 김-유는 친박의 핵심이었다. 배신의 낙인이 찍힌 인물들이다.

김-유 라인은 청와대 문건유출 배후로 처음 언론에 등장했다. 지난달 김 대표는 수첩에 적힌 ‘정윤회 문건유출 K-Y배후’라는 메모가 언론의 카메라에 잡히면서 시작됐다. 이준석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과 음종환 전 청와대 행정관의 진실게임으로 번지면서 일파만파 파문이 확산됐다. 이때 유는 청와대 비서진을 향해 “얼라들~”이라며 불편한 관계를 드러낸바 있다.

아무튼 김-유에 의해 박근혜 대통령의 입지가 축소될 전망이다. 더 이상‘증세 없는 복지’의 신기루를 고집하거나 측근을 감싸기 힘들게 됐다.

벌어지는 당청관계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는 ‘수평적 당청관계’를 넘어 ‘당 중심의 당청 관계’를 요구했다.

3일 김 대표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새누리당은 박근혜 정부와 공동 운명체”라며 “정부와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지지율이 떨어지면서 국정운영의 추진 동력이 약해진 국가 리더십의 위기다. 이런 때일 수록 청와대·정부·국회 등 국정운영의 파트너들이 역동적인 파트너십을 창조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당 주도를 여러 차례 강조했다. “당이 주도해서 고위 당·정·청 회의를 수시로 열어 국정 현안을 효율적이고 신속하게 풀어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과 새누리당 대표 간 정례회동을 통해 소통을 강화하고 국정이 원활히 돌아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들에게는 “총리는 책임총리답게 거중 조정능력을 발휘하고 장관들도 소신과 강단으로 무장, 현안을 해결하려는 치열함을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이는 청와대 권력을 상당 부분 넘겨받아 실질적인 주도권 을 틀어쥐겠다는 것이다.

3일 김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증세 없는 복지는 불가능하다. 정치인이 그런 말로 국민을 속이는 것은 옳지 않다”며 ‘증세없는복지’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청와대를 겨냥했다. 유 원내대표가 “과감한 인적 쇄신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김-유 투톱의 압박이 거세지면서 박 대통령은 기로에 선 모습이다. 비박계가 당권을 통해 막강한 입법권을 차지했다. 박근혜 정부가 공무원 연금개혁 등을 추진하려면 당의 협조를 구해야 한다. 이제 반강제적인 당청소통이 자동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당청 관계의 변화를 수용하느냐 아니면 제3의 활로를 찾느냐다. 이전보다 선택지가 많지 않다. 대통령이 자신감 있게 국정을 운영하기 위해 필요한 여론의 지지라는 ‘자산’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상황을 지켜보며 어떻게 대응할지를 고민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전날 ‘당·정·청협의를 통한 정책 조율’을 언급한 만큼 일단 당에서 요구하는 사항들을 들어보는 자세를 취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인적 개편 요구에 대해서도 즉답을 피했다. 인적 쇄신의 핵심인 김기춘 비서실장의 교체 시기가 앞당겨지고 후임 비서실장에 ‘소통형’을 발탁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친박계에선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청와대가 내년 총선 공천에 입김을 미치기 어렵게 됐다.

공천을 따내려면 정치권력의 원천인 공천권을 가진 김-유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게 됐다. 이런 이유에서 시간이 흐를수록 주박야김(晝朴夜갏)·탈박월유(脫朴越괢)의 흐름이 거세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런 상황은 박 대통령에 대한 레임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내년 총선에서 금뱃지를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든든한 버팀목이던 박대통령의 지지율이 20%대까지 떨어졌다. 결국 박 대통령과의 선을 그으려는 현상도 생겨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득표에 도움되지 않으니 차라리 탈당하라”는 막말까지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런 것이 권력의 속성이다.

당·정 화해 목소리 커져

당·청 갈등에 대한 우려와 질책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집권 3년차를 맞는 박근혜 정부가 성공한 정부가 돼야만 재집권이 가능하다. 이런 이유에서 당청간의 갈등은 해소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주요당직자 회의를 주재하며 “증세는 최후의 마지막 수단이라는 측면에서 정부와 새누리당의 의견 차이는 전혀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또 “박근혜 정권은 새누리당 정권이다. 따라서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은 우리 새누리당이 최우선적으로 지키려는 노력을 해야한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이어 “최근 당정 간, 당내 간 갈등설이 많이 보도되고 있다. 민주주의는 여러 견해를 하나로 모아가는 과정이다. 새누리당에 토론이 많다면 그것은 민주정당인 새누리당이 살아있고 건강하다는 증거로 환영하고 권장해야 할 사항”이라고 했다.

이어 “그런데 이를 두고 친박, 비박 간 전쟁이니 하며 자극적으로 표현되는 건 옳지 못하다. 당에서도 이와 관련해 전혀 흔들릴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 동안 ‘증세’에 무게를 둬온 유승민 원내대표도 “저부터 제 생각을 고집하지 않겠다”며“마음을 열고 이 문제를 토론하겠다”고 당정 화해론에 힘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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