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비콘 강을 건넌 문·박 갈등 전대 이후 계파갈등 관건

문·박의 당권전쟁이 치열했다. 2·8전당대회에서 당 대표에 도전한 둘은 설전을 거듭했다. 상대방의 치부까지 들춰내는 감정싸움으로 번졌다. 당은 심각한 계파 갈등 등으로 내부균열이 커졌다. 이런 상황에서 야권 진보진영에서는 신당추진 움직임도 활발하다. 문·박은 당의 ‘위기’를 말한다. 그런데도 당권경쟁은 더욱 치열했다. 경선 초반 호남홀대론, 당권-대권분리론 등 지역과 계파갈등으로 시작해 경선 룰 변경, 편법 시비 논란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전대에서 새로운 당대표가 세워졌지만 새정치의 갈등은 지속되고 있다.

지난 2·8전당대회에서의 당권 경쟁은 치열했다.

문재인-박지원 후보의 양강구도로 치러줬다. 친노(문재인)와 비노(박지원)의 계파전 양상이다. 당 대표는 향후 총선과 대선을 진두지휘하게 된다. 총선에서는 공천권을 행사하게 된다.

문·박의 당권 경쟁이 극한 계파전쟁으로 치닫게 된 데는 총선의 공천권 때문. 문·박 계파에 속한 의원들로선 자신들의 수장이 당권을 쥐어야만 무난히 공천권을 확보할 수 있다. 반면 상대측이 당권을 장악하면 자칫 공천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이런 이유가 계파갈등이 첨예한 이유다.

2·8전당대회에서 향후 당을 이끌 대표가 당선됐다. 이것은 분란의 끝이 아니다. 새로운 시작이라는 게 정치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문·박은 전당대회를 치르면서 네거티브로 상대방의 약점을 공격하는 등 심각한 내홍을 겪었다. 이미 돌아올 수 없는‘루비콘강’을 건넜다는 말로 문·박의 현 상황이 표현되기도 한다.

내부 계파 갈등, 터질듯한 상황

무엇보다 새정치연합의 안과 밖의 상황이 심상치 않다.

내부에선 극에 달한 갈등으로 내부 균열이 커졌다. 문·박의 당권경쟁이 계파갈등이 진원지. 경선초반 호남홀대론, 당권-대권분리론 등 지역갈등으로 시작된 계파갈등은 경선 막바지 여론조사 방식반영과 관련된 경선 룰 변경을 놓고 갈등이 폭발한다.

양 측의 일반 여론조사에 대한 공방이 확산되자 전대준비위원회는 지난 2일 긴급회의를 열어 지지후보 없음을 유효표로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 이는 문 측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이에 박 측에서 강하게 반발했다.

이 같은 갈등의 골은 방송사 토론회을 통해서 확인됐다. 경선룰 갈등은 친노와 비노간의 계파갈등으로 점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문은 “당이 기존 규정대로 하자는 해석을 내놓은 것 뿐”이라며 “전대준비위원회도 기존 룰대로 하자고 하니 친노라고 말씀하시는 것 아닙니까?”라고 말했다.

이에 박은 “특정 계파가 2012년 총선 때 공천을 독점해서 실패했다”면서 “계파정치하지 말라고 했다. 아직도 당을 한 계파가 독점해서 여러 가지 반칙을 일삼고 있다. 이번에도 경선 룰 을 바꿔버렸다”고 했다.

후보들은 공방이 오고 가면서 감정이 격양되어 고성을 섞어가며 감정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당 대표로 출마했던 이인영 의원은 “당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린다.”면서 “계파 확대를 위한 싸움터가 됐다. 싸움을 멈추지 않으면 당이 위험하다. 계파와 지역이라는 낡은 질서를 끌어안고 새로운 단결과 통합을 이뤄 민생정당, 생활정당으로 다시 태어나도록 전력을 다 해야 한다.”고 했다.

선거과정에서 혼탁해진 선거운동에 대한 지적도 적지 않다.

전대에 앞서 마련된 국회의원, 시·도당 위원장, 지역위원장의 당내 선거 관여 금지 조항에도 불구하고 당원들에게 특정 후보의 지지를 호소하는 확인되지 않은 문자가 보내졌다. 지역 대의원들을 줄 세우는 ‘오더’도 자행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전대과정에서 구태와 편법이 판쳤다. 새로 선출된 당대표 가지고는 당통합은 커녕 국민의 지지를 얻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전대가 끝났지만 선거기간 동안 후보간의 감정싸움이 치열해 그간 쌓였던 앙금이 쉽게 해소되진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밖도 시끄러운 새정치

밖에선 새정치연합에 실망한 야권 진보진영의 신당추진 움직임이 있다. 새정치연합으로선 잠재적 위협요소이다.

지난달 11일 정동영 전 상임고문이 새정치연합을 탈당하고 국민모임(가칭)이라는 진보정당 창당에 참여하기로 했다. 최규식, 김성호, 임종인, 유원일, 정범구 전 의원 등이 참여한다. 이밖에 천정배 전 법무장관도 거론되고 있다.

국민모임에는 명진스님, 김세균 서울대 명예교수, 손호철 서강대 교수, 정지영 영화감독, 김영호 전 언론연대 대표 등 지식인, 문화예술계, 종교계, 시민사회 인사들이 참여하고 있다.

국민모임은 오는 4월 재보선에 적극 참여를 선언한 상황이다. 새정치연합이 내부갈등을 빨리 봉합하지 못할 경우 제1야당으로서 자존심에 상처를 입을 수 있다.

한 중진 의원은 “새누리당은 대통령 국정지지도가 추락하자 변화를 선택하며 국민눈치를 보는 시늉이라도 하는데 우리는 집안싸움으로 날을 새우고 있어 자괴감을 느낀다”며 “전대 후에라도 정신을 차려야 할 텐데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 상태로 오는 4월 재보선을 치른다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말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만약 4월 재보선마저 패할 경우 대표의 위상도 위협받을 수 있다.

대표 자리를 내놓아야 할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이후 치러진 7·30재보궐 선거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은 새누리당에 참패했다. 당시 이길 수 있는 선거에서 전패한 것이다. 그 결과 안철수·김한길 공동대표가 물러났고 손학규 전 대표가 정계 은퇴를했다.

경선불복 심각

양측 간 갈등은 이미 깊어졌다. 막판에 불거진 룰 사태로 일부에서 경선 불복 사태까지 섣부른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5일에는 전대준비위의 경선 룰 유권해석은 무효라는 가처분신청까지 제기됐다. 전대 갈등이 송사로까지 비화됐다.

문·박은 각각 노무현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냈다. 영·호남의 대표주자라는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

전대 과정에서 선명한 대비 구도를 낳으며 진영간 전면대결 양상으로 확전됐다. 양측의 갈등이 골 깊은 앙금을 남겼다. 전대 후 내분이 오히려 격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문·박은 알고 있다. 계파갈등이 당을 위기로 내몰 것이라는 걸. 이런 이유에서 박은 ‘통합 후보’를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문은 ‘친노 배제론’까지 꺼내들었다. 계파 종식을 외쳤다. 하지만 당 안팎의 시선은 불안하다.

새 지도부가 차기 총선 공천권을 행사한다는 점에서 상대측이 당권을 장악하면 자칫 공천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현실적 위기감까지 돌고 있다.

새정치 내부에선 분당설이 뜨겁다. 당이 둘로 쪼개질 수 있다는 것이다. 친노와 친DJ(호남계)로 나뉠 것이라는 추측이다.

정계의 한 관계자는 “새정치민주연합은 위기다. 4월 재보선이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며“이번에도 패배할 경우 당은 둘로 갈라질 가능성이 높다.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을 앞세운 유령정치를 끝내지 않으면 가망은 없다. 지역당과 구시대 프레임은 새정치민주연합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국민들의 시대적 요구를 받아들인 정치로 새로운 틀을 다시 짜야 한다”고 했다.

문·박의 싸움에 결과는 누가 문밖으로 쫓겨날 것인가. 배수의 진을 친 둘의 진검승부는 전대 이후 갈등을 수습하는 것이 관건이다. 대표는 오는 4월 재보궐 승리와 야권 진보진영의 신당창당으로 생기는 당의 누수현상을 어떻게 막느냐는 숙제가 있다. 누가 최종 웃고 누가 문밖으로 쫓겨날 지에 정치권 안팎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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