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직 불구 매월 1000만원 대외활동 수당

오는 2월 회장 임기가 만료되는 중소기업중앙회(중기중앙회) 후임 인선 절차가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다. 하지만 중기중앙회의 회장직에는 출마의사를 밝힌 예비후보만 7명에 달했다.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선거 열기가 뜨거운 만큼 최근에는 혼탁ㆍ과열 양상까지 빚어지고 있다. 벌써 선관위로부터 경고 조치를 여러 번 받는 등 과열되는 경쟁 열기에 안팎에서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막대한 권한, 부총리급 대우

중기중앙회의 선거가 유독 뜨거운 것은 중기중앙회 회장 자리가 주는 실익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중기중앙회 회장은 별도의 급여를 받지 않는 명예직이지만 권한은 실로 막대하다.

중기중앙회 회장의 임기는 4년이며 연임이 가능하다. 현 김기문 회장은 현재 두 번째 임기의 만료를 앞두고 있으며 김기문 회장은 연임할 당시인 4년 전 선거에서는 단독 추대된 바 있다.

회장에 취임하면 기본적으로 부총리급 예우를 받는다. 동시에 중소기업 홈쇼핑인 홈앤쇼핑 이 사회의 의장을 겸직한다.

매년 5월 개최되는 대한민국 중소기업인 대회를 주최하고 대통령ㆍ국무총리가 주재하는 각종 경제 회의와 중소기업 관련행사에 중소기업 대표 자격으로 참석한다. 출국 시에도 장관급 의전 예우를 받는다. 대외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매월 1,000만원의 대외활동수당도 지급된다.

또 정회원인 578개 조합에 대한 감사권을 갖고 있는 등 실질적인 권한도 강하다.

정ㆍ관계 대화 통로

중기중앙회 회장은 정부가 정책적으로 관심을 쏟고 있는 창조경제의 핵심인 중소기업계를 대표하는 자리다. 때문에 대통령을 비롯, 각계 고위층을 만날 기회가 잦은 편이다.

실제로 역대 대통령들은 중기중앙회를 자주 방문했다. 1993년 신년인사회에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 참석했고 2003년에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중기중앙회에서 정책 토론회를 진행했다. 2012년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중기중앙회를 찾았고 같은 해 박근혜 대통령도 당시 새누리당 전 비대위원장 신분으로 중기중앙회 창립 50주년 행사에 참석했다.

특히 현 김기문 중기중앙회 회장은 재임기간 대통령의 해외 순방 때마다 일정을 함께하는 등 은 위상을 실감케 했고 현재 국세행정위원회 위원장, 중소기업창조경제확산위원회 위원장 등을 맡고 있다.

후보 난립, 과열 양상

내달 27일 제 25대 회장을 뽑는 선거일을 앞두고 지난 18일 후보자 예비자 등록이 개시되자 현재까지 출마의사를 표명한 예비 후보는 김용구 전 중기중앙회장, 박성택 아스콘연합회장, 박주봉 철강구조물조합 이사장, 서병문 주물조합 이사장, 윤여두 농기계사업조합 이사장, 이재광 전기조합 이사장, 정규봉 정수기 조합 이사장 등(이상 가나다 순) 7명이다.

중기중앙회 회장의 실익이 크다 보니 매번 선거 때마다 혼탁·과열 양상이 벌어지는 상황이 반복돼 왔다. 다른 경제 단체장들은 대게 거물급 인사가 회장으로 단독 추대되는 게 대부분인데 유독 중기중앙회장 선거는 과열 양상을 띠어 왔다. 2007년 선거 때도 5명의 후보가 난립했고 2004년에는 금품과 향응 제공이 불거져 후보자 등 수십 명이 경찰조사를 받기도 했다. 여기에 이번 회장 선거에는 공고 전부터 역대 최다인 8명이 출마 의사를 밝혀 치열한 경쟁이 예고된 바 있다.

1명사퇴, 3명경고

지난 12일 한상헌 한국농기계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예비 후보 등록 전임에도 사퇴를 결정하고 사퇴문을 발표했다. 한 이사장은 과열 양상으로 치달으며 후보자간 비방이 거세지는 있는 선거 분위기에 대해 비판했다.

한 이사장은 “이번 선거는 역사상 유례없이 8명이나 되는 후보가 출마함에 따라 벌써부터 과열과 혼탁, 흑색비방선거를 넘어 돈선거까지 우려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누군가는 이 혼탁한 선거에 대한 경종을 울려 음해와 금권선거를 배척하고 깨끗한 선거문화 정착을 위해 살신성인해야 한다는 시대적 양심의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회장 선거를 위탁관리하고 있는 선관위로부터 경고도 잇따르고 있다. 서울선관위 정창영 단속본부장은 “중기중앙회장 선거를 위탁받은 이후 현재까지 3건의 경고가 발생했다. 경고를 받은 후보는 각기 다른 사람이며 금품과 관련된 것은 아니고 사전선거 운동과 관련된 것이다.”고 설명했다. 유형별로는 중앙회 회원단체 대표를 상대로 중앙회 비방, 후보 홍보 유인물 배포, 출판기념회를 통한 후보 홍보 등이다.

김기문 회장‘중립’요구

현 회장인 김기문 회장의 선거개입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21일 서병문 중기중앙회 수석부회장을 비롯해 박성택 아스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장, 박주봉 철강구조물협동조합 이사장, 윤여두 농기계사업협동조합 이사장, 정규봉 정수기공업협동조합 이사장 등 예비 후보 5명은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김기문 중기 중앙회장을 비롯한 중소기업중앙회 사무국은 이번 선거에 일체 개입하지 말고 엄정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서 부정선거 논란에 휩싸였다.

이 자리에 불참한 김용구 전 중기중앙회장도 문자 메시지를 통해 이날 참석한 5명 예비 후보들과 같은 의견임을 밝히고 기자회견문에 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예비 후보 7명 중 6명이 김 회장의 중립을 요구하고 나섰음에도 이재광 전기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이 자리에 불참했고 어떤 반응도 내놓지 않아 의혹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이들은 김기문 현 회장을 비롯한 중회 회장단의 특정 후보 지지가 표면화될 경우 선거 레이스의 양상은 크게 바뀔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특정후보가 직, 간접적으로 현 회장단 지지를 받을 경우 선거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김 회장이 공정 선거를 위해 중립을 지킨다는 입장이지만 언제 상황이 바뀔지 모른다. 회장단에서 출마의사를 밝힌 후보 3명의 경우 김 회장의 지지 여부에 따라 희비가 갈릴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전략 싸움 치열

후보자 도덕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회장 후보자는 불법선거나 개인 비위 혐의 등 도덕성 문제가 부각될 경우 선거인 추천은 물론 회장 선거에서 일정부분 표를 잠식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중소기업협동조합 한 대표는 “이미 특정 예비 후보가 사퇴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추천과 후보 도덕성 등의 변수가 남아 있어 판세를 전망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선거 양상이 갈수록 과열되고 있고 판세도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갯속 정국으로 빠져들면서 후보 간 합종연횡 가능성도 제기된다. 예비 후보들이 이해관계에 따라 특정 후보를 중심으로 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른 협동조합 고위 인사는 “특정 후보들이 당선 가능성과 도덕성은 물론 현 회장단의 지지여부 등을 감안해 선거 전략을 짜야 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서로 연대해 당선 가능성이 높은 인사를 지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기권 비중 10~20% 높아

한편 중기중앙회장 선거는 정회원(중소기업협동조합장 등) 530명의 간선제로 진행된다. 유권자의 10% 이상 추천을 얻은 예비후보만 본선에 나갈 수 있고, 본선 후보들은 다음달 27일 총회에서 본선거를 치르게 된다. 한명이 20% 이상 추천을 받아야 한다. 5명까지 ‘컷 오프’가된다.

자신을 추천한 후보자 명단을 본인이 열람할 수 있다는 규정도 변수 중 하나다. 조합들은 대부분 후보와 잘 아는 사이이기 때문에 여덟 사람이 모두 추천을 부탁하면 어느 쪽 편을 들어야 할지 난감해진다. 한 사람 편을 들게 되면 나머지 일곱 명의 후보와 사이가 껄끄러워진다. 이에 후보 추천을 기권하는 사람이 전체 선거인단의 10~20%에 달할 정도다. 이같은 규정은 향후 분쟁의 불씨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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