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거 중인 부인의 전 남편과 의붓딸을 살해한 안산 인질범이 막내딸의 시신을 옆에 둔 채 5시간여 동안 경찰과 대치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 안산상록경찰서는 인질살해 피의자 김모(47)씨가 지난 13일 오전 경찰이 투입되기 전 막내딸을 살해한 뒤 5시간 동안 시신을 옆에 둔 채 같은 방에서 경찰과 대치했다고 14일 밝혔다.

동생의 주검 옆에서 목에 흉기를 댄 인질범과 같은 방에 있었던 큰딸(17)은 아직도 정신적인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김씨는 지난해 8월부터 별거 중인 부인 A(44)씨가 휴대전화를 받지 않자 지난 12일 오후 3시부터 3시 30분 사이 안산시 상록구에 있는 A씨 전남편 B(49)씨 집으로 향했다.

김씨는 B씨 동거녀(32)에게 'B씨 동생이다'고 속이고 집으로 들어갔다. 그는 바로 부엌에 있던 흉기로 동거녀를 위협, 결박해 작은방에 감금했다. 그리고 B씨가 이날 오후 9시께 집에 돌아오자 목 등을 수차례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시신은 욕실에 방치했다.

이후 오후 11시까지 순차적으로 의붓 막내딸과 큰딸이 집에 오자 넥타이와 신발끈 등으로 묶어 작은방에 가뒀다.

그동안 김씨는 A씨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A씨가 김씨 전화번호를 '수신거부'해 놨기 때문에 연결되지 않았다.

B씨 집에서 밤을 꼬박 새운 김씨는 13일 오전 9시 17분께 큰딸 휴대전화기를 이용, A씨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또 연결되지 않았다. 3분 뒤 A씨가 큰딸에게 전화를 걸어오자 그제야 인질극 사실을 알렸다.

인질들은 오전 9시 32분부터 38분 사이 결박을 풀기도 했다. 그러나 김씨에게 저항하다가 다시 제압당했다.

결국 김씨는 오전 9시 38분께 A씨가 전화를 받지 않자 격분해 막내딸을 흉기로 찌른 뒤 목을 졸라 살해했다.

경찰은 '엄마와 통화가 되지 않자 동생을 흉기로 찔렀다'는 큰딸의 진술과 오전 9시 38분부터 52분 사이 '14분'이 김씨와 A씨간 통화가 이뤄지지 않은 가장 긴 시간인 점, 김씨 자백 등으로 미뤄 이 시점에 김씨가 막내딸을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경찰은 오전 10시 15분 경찰이 개입한 사실을 김씨에게 처음 알린 뒤 통화를 계속하며 협상을 이어갔다. 이 때 부터 5시간 후 인질극은 종료됐다.

시신을 옆에 방치한 채 큰딸과 B씨 동거녀를 인질로 삼은 김씨는 오후 2시 30분께 특공대에 검거됐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의료기관에서 보호 중인 큰딸은 아직도 정신적인 충격 탓에 실어증세를 보이는 등 피해자 진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편 경찰은 김씨에 대한 사건 경위 조사가 마무리되는대로 인질살해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