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경영강화, ‘ 적극대응’ 생사갈림길 좌우

▲ 조현아

‘평판 리스크’(Reputation Risk) 관리가 기업의 핵심 경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평판 리스크란 부정적 여론으로 시장에서 신뢰를 상실해 발생하는 위험을 의미한다. 특히‘땅콩 회항’사건으로 대한항공에 대한 사회적 반감이 확산하면서 기업들은 더욱 평판 리스크 관리에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기업들은 제품 개발에서부터 자금조달, 경쟁사의 공세, 상품 판매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리스크를 만난다.

그 중에서도 가장 곤혹스러운 게 평판 리스크다. 다른 리스크는 사전 예측이나 대처가 어느 정도 가능하지만 평판 리스크는 언제 어디서 터질지 예측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특히 대한항공처럼 초기 대응을 어설프게 했다간 리스크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곤 한다.

매출ㆍ주가 영향, 위기 몰리기도

사실 ‘땅콩 회항’같은 ‘갑의 횡포’는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인터넷ㆍ스마트폰ㆍSNS 등의 발전으로 각종 소문이‘빛의 속도’로 전파되면서 임직원 한 명만 잘못해도 대응할 틈도 없이 기업 이미지 전체가 타격을 받는다. 수년간 사회공헌ㆍ자원봉사 등으로 쌓은 기업 이미지가 한순간에 날아간다.

평판관리 전문가들은 “아무리 재무구조가 탄탄한 기업이더라도 나쁜 평판이 지속되거나 도덕성 문제가 불거지면 실적이 나빠지고 브랜드가치가 하락하는 등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처럼 최근 평판 리스크로 곤욕을 치른 곳이 KB금융지주다. 올 초부터 KB국민카드 정보유출 사건에 이어 국민은행 도쿄지점 부실대출 사건, KTENS 대출사기 등으로 고객은 분노했다. 여기에 임영록 KB금융지주 전 회장과 이건호 전 국민은 행장 간의 내분까지 불거지면서 고객의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

문제는 단순히 이미지 실추에 끝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소비자 불매운동이 거세지고 점유율이 하락해 상반기 적자를 기록하기도 한다. 대한항공 역시 겨울 휴가철 성수기를 앞두고 예약률이 떨어졌고 주가 흐름도 경쟁사에 비해 떨어지고 있다.

이런 평판 리스크는 국내에서만의 문제가 아니다. 삼성전자는 지난 7월 중국 광둥(廣東)성 둥관(東莞)시에서 공장을 운영 중인 협력업체 둥관신양과 휴대폰 부품 납품 거래를 잠정 중단했다.

지난 11일 중국 노동자 인권단체 중국노동감시(CLW)가 “최소 20명의 청소년이 둥관신양 공장에서 노동 착취를 당하고 있다”고 폭로한 것이 시발점이었다.

CLW와 중국 언론은 둥관신양을 “삼성 휴대폰을 만드는 공장”이라며 공격했다. 주요 외신들도 관련 기사를 일제히 보도했다.

삼성 관계자는 “자체 조사 결과 임시 직원 채용 과정에서 불법 행위를 저지른 정황이 포착돼 조치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국내 재계의 한 전문가는 “삼성 브랜드에 ‘아동 노동 착취’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니는 것이 엄청난 부담이 됐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소통’중요

이런 평판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기업들이 신경 쓰고 있는 게 ‘온라인 소통’이다. 갈수록 SNS의 여론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점을 고려했다. 현대차그룹은 올들어 ‘온라인 소통 강화 3개년 계획’을 마련해 추진 중이다. 일종의 SNS 대응팀인 콘텐트편집국을 두고 국내 그룹사 가운데 가장 많은 10개의 SNS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삼성ㆍLGㆍSK그룹도 전담 운영 인력을 두고 SNS를 통한 온라인 소통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하지만 온라인만으로는 평판 리스크를 막기에 한계가 있다.

이른바 ‘라면 상무’,‘ 빵 회장’ 같은 사건은 일회성 돌발행동이 SNS를 통해 확산한 것이기에 온라인 대응이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땅콩 회항’사건 등은 일회성이라기보다는 그간 누적되어온 구조적인 문제가 터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온라인 평판 관리는 부정적 여론을 완화하는 데 효과를 보지만 리스크 이슈를 완전히 제거하는 것은 힘들다. 먼저 잘못된 기업 구조와 내부 문화를 바로잡은 뒤에야 평판 리스크 관리가 가능해진다”고 강조했다.

‘윤리경영 강화’하는 기업들

최근 주요 기업들은 준법경영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윤리경영 매뉴얼을 만들어 평판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해외 사업장에 대한 행동 규범을 만들고 직원의 사원증ㆍ SNS 관리에 나서기 시작했다.

지난 10월 SK텔레콤 서울 을지로 ‘T타워’사옥에는 새로운 입간판이 들어섰다‘. ID카드는 T타워에서 T나게, 밖에서는 T 안나게’라는 내용이다. 회사 바깥에서는 목에 거는 사원증을 빼고 다니라는 얘기다. 사원증을 찬 직원이 꽁초를 아무데나 버리거나 술집에서 소란을 피우는 등 좋지 않은 행동을 할 경우 회사전체의 이미지가 나빠질 수 있다는 것을 우려한 조치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개인적인 행동ㆍ표현이더라도 회사 전체의 목소리로 오해받을 수 있기 때문에 신경써 줄 것을 당부한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돈을 맡기는 고객의 신뢰를 바탕으로 장사를 하는 금융회사는 평판 리스크가 존립 문제와 직결된다. 신경이 더 쓰이기 마련이다. 기업은행은 ‘평판리스크 협의회’, 우리은행은 ‘참금융 추진팀’을 만들어 관리 중이다.

전문가들은“조직의 리더를 중심으로 전사적인 관점에서 평판 리스크 관리에 힘을 쏟아야한다.

일단 사고가 터지면 컨트롤타워를 구축하고, 여론으로부터 진정성을 얻을 수 있도록 처음부터 적극적으로 대응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적극 대처’ 긍정적 효과 전환

2011년 4월 신라호텔은 뷔페식당에 한복을 입은 디자이너의 출입을 거부해 논란을 빚었다.

이부진 회장이 직접 당사자를 찾아 사과하는 등 적극적인 행동에 나섰다. 또한 고객과 소통을 하겠다며 공식 트위터를 개설했다.

17일 저녁 7시경 신라호텔은 공식트위터를 개설해 “최근 뷔페식당 한복출입문제로 빚어진 사회적 물의와 관련 거듭 진심 사과드립니다”고 첫 글을 남겼다. “호텔신라는 앞으로 트위터를 통해 여러분의 어떤 말씀도 겸허히 듣겠습니다”고도 적었다.

트위터 개설 후 만 하루도 되지 않은 18일 오전 이미 390여명의 팔로워가 모였다. 앞서 신라호텔 뷔페식당의 한복 출입금지 사건도 트위터를 통해 알려진 것이다.

2011년 4월 12일 저녁 한복디자이너 이혜순씨의 지인이 한복을 입은 이 씨가 이날 신라호텔뷔페식당 출입을 거부당했다고 글을 썼고 다수의 트위터러가 RT(리트윗, 퍼나르기)해 논란이 시작됐다.

트위터에는 신라호텔 뷔페식당만이 아니라 신라호텔 전체에 한복이 출입이 안 되는 것이라고 과장된 소문까지 돌았다.

당시 신라호텔 관계자는 “논란이 된 식당에도 ‘한복 입장규제규정’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뷔페식당이라 담당자가 한복을 입은 손님에게 조심하라는 설명하는 과정에서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적극 대응으로 신라호텔의 부정적 이미지는 급속히 사라졌다.

지난 2월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 사고 당시 이웅열 코오롱 회장이 사고 발생 직후부터 현장에 머물며 수습 작업을 진두지휘했다. 사태는 무난하게 수습됐다.

전문가들은 “평판 리스크에 대한 사전 대비와 훈련, 사고 발생시 빠르고 진심어린 사과, 그리고 대외 커뮤니케이션 창구의 일원화가 이뤄져야한다”며 “이제 리스크 관리는 지속가능경영의필수 요건이 됐다”며 회피보다는 적극적 대응에 답이 있음을 강조했다.

▲이웅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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