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장 자녀교육·경영자 리더십 실패 지적

▲ 조현민
▲ 조원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책임론이 커지고 있다.

대한항공 ‘땅콩리턴’ 사태의 원인을 제공한 조현아 전 부사장의 부친이자 대한항공의 실질적 경영자이기 때문.

대한항공의 오너 리스크는‘오너일가의 전횡’때문에 발생했다. 기업의 신뢰를 추락시켰다. 경영을 위협하고 있다. 게다가 대한항공’까지 사라질 위기에 직면했다.

지난 12일 조 회장은 김포 대한항공 본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제가 여식에 대한 교육을 잘못시킨 탓”이라며“조현아 전 부사장의 아비로서 국민 여러분들께 다시 한 번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답했다. 그러나 여론은 싸늘했다.

조 회장의 아들딸들의‘월권’은 오래 이어진 탓이다. 일반사원들이 평생 달아보기 힘든 임원배지를 30대 초반에 달았다. 기자들 사이에선 “대한항공 사이에선 회장 4명을 모시는 회사”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들렸다. 조 회장의 자녀 3명이 회장 행세를 했다는 의미다.

3인은 재계의 트러블 메이커였다.

조 전 부사장은‘땅콩리턴’에 앞서 지난해에는 출산을 두 달 앞두고 미국 하와이로 출국해 '원정 출산'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조원태(한진칼 대표)대한항공 부사장은 지난 2005년 3월 연세대 정문 앞에서 가족을 태우고 운행하던 태모(당시44)씨 차량 앞에 무리하게 끼어들었다. 태씨는 조 부사장에게 차를 세울 것을 요구했지만 버스 전용차로를 이용해 달아났다.

결국 교통정체로 차를 멈춰야 했고 뒤쫓아 온 태씨 일행과 실랑이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조 부사장은 태씨의 노모를 넘어뜨려 경찰에 입건됐다. 조 부사장을 밀친 태 씨도 불구속 입건됐다.

앞서 조 부사장은 2000년 6월 세종로 광화문 앞길에서 차선을 위반하려다 이를 단속하려던 경찰을 치고 100m정도 달아났다가 시민들에게 붙잡혀 공무집행 방해로 입건됐다.

이뿐 아니다. 지난 2012년 조양호 회장과 조원태 전무의 인하대 운영 관련 항의 학생과의 말다툼 논란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날 인하대 운영과 관련된 정보 공개 요청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던 중 조 회장의 아들인 조 부사장이 나타나자 시민단체 관계자들은“조원태가 왔다. 조 전무는 인하학원과 한진정보통신간 거래내역을 공개하라”고 외쳤다.

조 부사장은 매우 불쾌한 듯이 그들 앞으로 다가와“내가 조원태다. 어쩔래 ×××야”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현장에 있던 기자들에게도 막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조 회장은 인하대 운영과 관련된 정보 공개 요청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던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학생이 학교의 주인인데 왜 정보를 공개하지 않느냐. 왜 학생들이 도서관 출입도 하지 못하게 하느냐”는 지적에 “학생이 주인이 아니라, 학교 주인은 나다. 여긴 사립학교이고 사유지다”라는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막내인 조현민 대한항공·진에어 전무는‘고소의 여왕’이다.

과거 진에어 유니폼과 관련 트래블메이트 김도균 대표와 명예훼손에 대한 설전을 벌였다.

홍보와 마케팅 등 통합커뮤니케이션실의 책임을 맡은 그는 자신들과 갈등을 빚은 언론사에 대해 재벌들의 모임인 전경련 산하의 광고주 협회를 통해‘나쁜 언론’이라고 재갈을 물렸다.

또 걸핏하면 소송을 걸었다.

본지 기자를 상대로 제기했다. 결과는‘혐의 없음’으로 마무리됐다.

또한 조 전무는 공중파 방송프로그램에 출연해“나는 낙하산이다”라는 부적절한 발언을 해‘미생’들에게 상처를 줬다.

일본에서‘경영의 신’으로 불리는 이나모리 가즈오는 “머리 좋은 인재보다 품성과 인격을 갖춘 인재가 더 중요하다”고했다.

주요 외신은 땅콩리턴을 대서특필하면서 사건의 본질이 오너 딸의 인정부족에서 비롯된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한 더 나아가 대한항공 일가의 세습·족벌 경영 때문이라고 했다. 이는 곧 대한항공의 현안 책임에 조양호 회장에게 있다는 지적이다.

뉴욕타임스는 “마치 왕조처럼 세습과 족벌경영으로 비난받은 한국 재벌의 상징적 사례”라고 판했다.

영국 유력 매체 가디언은 “(북한의)고려항공이 대한항공보다 나은 이상한 순간”이라고 논평해 재벌가의 세습경영 현실을 꼬집었다.

선진국 대기업들은 대주주의 자녀라도 능력이 입증되지 않으면 경영에 참여시키지 않고 있다. 조 회장 일가는 지주회사 한진칼 등을 통해 대한항공 지분 47.08%를 가지고 대한항공을 좌지우지했다. 더구나 능력이 입증이 안 된 자녀들을 경영에 투입시켜 기업 리스크를 자초했다는 비난이다.

대한항공 사라질까

대한항공이 사라질 위기다. 17일 정부가‘땅콩리턴’으로 물의를 빚은 대한항공의 사명에서 '대한'을 회수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언론에 대한항공이 국영항공사인 것으로 소개됐다. 국영도 국책도 아닌 항공사가 국격(國格)을 실추시킨 만큼‘한국’이란 명칭 사용을 회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땅콩회항은 조 회장의 장녀 조현아 전 부사장이 기내 서비스를 문제 삼아 게이트를 떠났다가 회항한 사건이다.

대한항공은 1962년 6월 국영 대한항공공사로 출범해 1969년 한진그룹에 인수되면서 민영화 됐다.

통상 항공사는 정부가 주인인 국영항공사와 정부가 사명이나 상징에 국호나 국기를 반영할 수 있도록 허가한 국책항공사, 완전 민영화된 민영항공사로 나뉜다. 대한항공은 국책으로 지정된 적이 없다. 하지만 사명에 국호를 사용하고 있으며 로고에 국기나 다름없는 태극문양을 쓴다.

대한항공에서 ‘대한’이란 명칭이 사라질 경우 대한항공으로선 최대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높다.

지난 12일 조 회장은 결국 경영자가 아닌 아버지의 이름으로 머리를 숙였다. 조 회장은“제 여식의 어리석은 행동으로 큰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고 했다. 이 사과의 진의에 대한 논란이 제기됐다.

이날 조 회장은 5분가량의 짧은 기자회견에서 4차례 허리를 숙이고, 1차례 고개를 숙였다. 이 과정에서 조양호 회장이 읽어 내려간 사과문이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됐다. 사과문에는‘서서 90도로인사’,‘ 다시 한번 고개 숙여 인사’등 지문이 적혀 있었다.

결국 조 회장은 사과가 아니라 ‘연기’를 한 것이다. 또한 땅콩리턴으로 인한 오너 리스크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경영자로선 한 마디의 사과도 없었다. 단지 아버지의 이름으로만 사과한 것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조 회장의 사과는 미흡하다. 대한항공을 위험으로 내몬 경영자로서 자질 부족을 드러낸 것이다. 이는 스스로가 아비로서 경영자로서 실패했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고했다.

조 회장은 조 전 부사장을 모든 직책에서 물러나게 했다. 하지만 복귀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여지를 남겼다.

조 회장은“조현아 전 부사장에 대한 복귀는 아직은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아직은’이란 표현은 당장 여론 추이에 따른 복귀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것으로 읽힌다.

한진 총수 일가가 경영에서 물러났다 시간이 지나고 복귀한 사례가 전에도 있었다.

창업주 조중훈 전 회장은 1983년 269명의 승객이 숨진 대한항공기 피격사고로 물러났지만 1년 뒤 회장으로 복귀했다. 조 회장의 막내 동생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 역시 지난해 고액의 연봉과 배당금을 챙겼다는 논란에 휩싸인 뒤 직함을 내려놨다가 9개월만에 등기이사로 돌아왔다.

땅콩 때문에 돌아온 비행기처럼 조현아씨가 경영 일선에 곧 복귀하지 않을지 의심의 목소리는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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