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40) 대한항공 부사장이 ‘땅콩리턴’으로 물의를 빚어 보직 사퇴한 가운데 대한항공 홍보영상이 화제다.

9일 방송된 JTBC ‘팩트체크’에서는 대한항공의 홍보영상을 공개했다. 공개된 영상 속에서 승무원들은 땅콩을 봉지째로 승객에게 제공하는 모습이 들어있다.

승무원들은 승객의 의사를 묻고 접시에 담아 내놓아야 한다는 매뉴얼과 달리 마카다미아넛의 ‘마우나로나’를 일등석 승객에게 봉지째 음료와 함께 제공하고 있었다. 게다가 해당 홍보영상은 대한항공 측에서 언론사에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일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은 승무원이 견과류를 봉지째 제공한 것을 문제 삼아 항공기를 '램프리턴'시켜 구설수에 올랐다. 조현아 부사장은 먼저 고객 의향을 물은 뒤 땅콩 등 견과류를 접시에 담아서 내와야 하는데 봉지째 갖다준 게 매뉴얼과 다르다고 질책했다. 해당 홍보영상과는 일치하지 않는 대목이다.

영국 BBC 방송과 가디언지 등 세계 유력 언론들도 이른바 ‘땅콩리턴’ 사건을 앞다퉈 보도했다. 여론의 거센 비난 속에 대한항공은 지난 8일 밤 9시경 조현아 부사장의 지시에 따라 공식 대한항공 사과문을 냈다. 그러나 조현아 부사장의 문제 제기가 당연한 일이라는 사과문은 논란의 불씨를 더 지폈다.

대한항공 조종사 노동조합도 성명을 통해 “회사가 조 부사장의 중대 과실을 덮으려고 승무원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며 “책임은 기장이 ‘탑승구로 돌아가야 한다’고 (관제탑에) 보고하게 한 조 부사장이 져야 한다”고 밝혔다.

결국 조양호(65) 한진그룹 회장은 9일 긴급 임원회의를 열고 큰딸인 조현아 부사장의 보직 사퇴를 결정했다. 조현아 부사장은 회의에서 “본의 아니게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고객과 국민께 죄송스럽다. 저로 인해 상처를 입으신 분이 있다면 너그러운 용서를 구한다”며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대한항공의 모든 보직에서 물러나겠다”고 전했다.

지금껏 조현아 부사장은 대한항공의 기내서비스·호텔사업부문 총괄부사장(CSO)을 맡아왔다. 그러나 대한항공 부사장 직위와 칼호텔네트워크·왕산레저·한진관광 대표이사 등 다른 계열사 직위는 그대로 유지한다. 임원으로의 혜택은 유지되는 셈이다. 이에 비난을 피하려는 임시방편이라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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