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벤처 1세대 기업인 5명이 국내 최초의 벤처자선 기금을 조성했다. 김범수 다음카카오 이사회 의장 등이 창의성과 도전정신으로 사회 변화를 이끌어 내는 과학인과 기업·단체를 후원하기 위해 뭉쳤다. 첫 투자대상으로 기초과학 연구자와 환경운동가를 돕는 국제 NGO5년 간 50억 원을 투입한다. ‘벤처자선은 국내에선 아직 낯선 기부 사업이다. 벤처 1세대들이 부의 사회 환원에서도 좋은 본보기를 보여주고 있다는 평이다.

새로운 부의 사회환원

28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김범수 의장과 이해진 네이버 의장, 김정주 NXC 대표,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이재웅 전 다음커뮤니케이션 대표 등 5명은 벤처자선 사업을 하고자 지난 5'C프로그램'이라는 유한회사를 설립했다.

사회적으로 의미 있지만 재정이 열악한 기업·단체·비영리기구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벤처자선(Venture Philanthropy)을 시작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모두 C프로그램 이사회 일원으로 경영에 참여하며 대표이사는 컨설팅 업체에서 일하던 엄윤미 씨가 맡았다.

벤처자선은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한 개념이다. 성공한 벤처기업인들이 통상 벤처기업의 투자 원칙과 경영 기법을 활용해 펼치는 기부 사업으로 인식된다. 사회에 비전을 제시하고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 지속적으로 투자를 이어간다는 점에서 이익 환수를 목적으로 하는 벤처투자(VC)나 일방적 후원 형태의 공익재단과는 다르다.

주로 재정상태가 열악한 중소기업이나 사회단체, 비영리기구 등을 지원하는데 국내에서 벤처자선 기금과 이를 모으고 운용하는 회사가 만들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자수성가한 벤처기업인이 공동 출자방식으로 투자금을 조성해 부의 사회환원에 나서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드문 일이다.

앞서 북미와 유럽에선 마이크로소프트의 공동 창업자 폴 앨런, 이베이 창업자 피에르 오미디아 등 성공한 IT 기업인들이 벤처자선을 펼친 바 있다.

이들 5명은 분기마다 모여 기금 투자 방식과 대상을 결정한다. 프로젝트 단위로 투자금을 출자하는 방식으로 기금을 굴려갈 예정이다.

도전·변화·창의성·협동

C프로그램의 기금 투자원칙은 다음 세대가 건강하고 창의적으로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기업·인재·단체에 쓴다는 것이다. 이 회사 엄윤미 대표는 환경·과학·교육·어린이의 놀이 등 다양한 주제로 투자대상을 검토하고 있다이와 관련된 기업이나 단체를 C프로그램이 서로 엮어 사회적 변화를 이끄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C프로그램의 첫 투자대상은 혁신적인 기초과학 연구자, 환경운동가 등을 지원하는 NGO 단체 '내셔널지오그래픽 소사이어티'가 될 전망이다. C프로그램은 이 단체의 아시아기금을 설립하는 데 5년간 총 500만달러(55억원)를 지원한다. 알리바바 마윈(馬雲) 회장도 2012년 이 단체의 중국기금을 만드는 데 투자했다.

회사명은 도전(Challenge), 변화(Change), 창의성(Creativity), 협동(Collaboration) C프로그램이 추구하는 가치의 영어 머리글자를 따 만들었다.

엄윤미 C프로그램 대표는 "현재까지 이사 5명이 낸 기금 규모는 같다"면서 "재단처럼 거액의 기금을 모아놓고 쓰는 게 아니라 특정 기간에 필요한 액수만 모아 사용하는 방식으로 운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2000년대 벤처 붐을 타고 자수성가한 대표적인 IT 기업인 5명은 새로운 사회환원 모델을 제시하는 것으로 또 다른 도전을 시작했다. 그동안의 방식은 개별적으로 벤처투자사를 설립해 스타트업(초기 창업기업)을 육성하거나 공익재단을 설립하는 것이었다.

기업, 사회 변화시켜야

"사회를 지속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조직은 결국 기업이라고 생각합니다."

김범수 다음카카오 이사회 의장은 24일 서울 광장동 쉐라톤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스타트업 네이션스 서밋 2014' 기조강연에서 이처럼 말했다.

김 의장은 "100인의 CEO프로젝트를 통해 벤처 육성이 사명이라고 생각했는데 한발 더 나가니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시각이 존재한다"기업의 재무적 성과를 기부, 자선, 봉사 등을 통해 나누는 것은 작은 규모의 행위 밖에 안된다. 사회를 지속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조직은 '소셜 임팩트' 기업"이라고 말했다.

이어 월마트가 저속득층을 위해 불과 4달러에 필요한 약품을 판매한 것과 네슬레가 2500억원을 들여 커피농가의 환경개선에 투자한 것을 예로 들었다. 단지 돈을 푸는 자선행위가 아닌 사업의 선순환으로 이어지는 활동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기조연설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국에 돌아와서 케이큐브벤처스를 통해 2년 동안 36개 스타트업에 투자했지만 그것으론 부족했다"면서 "스타트업을 위해 플랫폼을 활용해 유통구조를 혁신하거나 스타트업들이 글로벌로 나갈 수 있는 길을 터주겠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환영사를 통해 "정부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통해 3대 전략 중 하나인 '역동적인 혁신경제'를 추진하고 있으며 그 핵심에 벤처창업이 있다"면서 "정부는 창업-성장-재도전의 각 단계에 걸쳐막힌 부분을 뚫고,모험적인 기업에 자금과 우수인력이 유입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 부총리는 또한 "대기업과 신생기업이 파트너쉽을 형성하여 지역특성에 맞는 혁신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전국 17개 시도에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설치하는 작업을 한창 진행중이며 청년들 사이에서도 창업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특히 "구글과 요즈마그룹이 우리나라에 창업 캠퍼스를 설립하기로 결정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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