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길홍 공정뉴스 회장
세습제의 조선왕조 때나 민주주의 하는 지금이나 군왕과 대통령에게 권력은 백성을 다스리고 국정을 주도하는 힘의 원천이다.

선왕에게 물려받은 왕권과 헌법이 규정한 권력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군왕과 대통령의 권위와 위정(爲政)이 좌우된다.

역성(易姓)혁명으로 조선을 개국한 태조 이성계는 왕자들이 벌인 살육의 비극에 실망한 나머지 아들 태종 이방원에게 임금자리를 내주었다. 권력은 부자도 나누어 가질 수 없다는 고사(故事)의 하나다.

절대 군주가 지배하는 왕조에서 왕권과 벼슬을 놓고 싸우다가 숱한 선비들이 귀양가고 사약을 받는 사화(士禍)가 즐비했다.

왕조시대의 군왕과 마찬가지로 민주화시대의 대통령도 권력을 관리하는 리더십은 필수적으로 갖추어야할 자질과 능력으로 인식된다.

일부 정치인과 전문 학자들은 우리나라 대통령을 제왕적 대통령이라고 주장한다.

현행헌법의 3권분립을 위협할 수도 있으며, 마음먹으면 무엇이든지 간여할 수 있는 무소불위(無所不爲)의 절대권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유신헌법으로 선출된 박정희전두환 전대통령은 특유의 카리스마도 있지만 그 배후에는 상명하복하는 국군이라는 플러스 알파의 든든한 파워조직이 버티고 있다.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유신헌법과 이같은 파워집단의 영향을 받아 여야정치권과 공무원 조직 등을 관리하는 권력의 배분과 조정이 용이했는지 모른다.

그때는 제왕적 대통령이 가능했을 것이다.

79년까지 18년 재임했던 박정희 전 대통령은 61년 장면 전총리, 장도영씨 등 반혁명세력의 축출과 71년 김성곤씨 제명 등 10.2 항명파동의 정리, 73년 윤필용장군 사건처리 등에서 보여준 것처럼 권력주변의 정비와 조정에 과감하고 냉혹한 결단성을 과시했다.

하지만 791026일 차지철경호실장과 김재규 중앙정보부장 등을 감시하고 조정하는 측근 실세들의 권력관리에 실패하여 김재규에게 시해당하는 비운을 맞았다.

전두환 전대통령은 집권과정에 문제가 있었지만 어쨌든 876.29 민주화 선언과 5년단임 헌법개정후 평화적 정권 교체를 헌정사상 처음 실천했다. 취임할 때 약속한대로 권력관리에 일단 성공했다.

전 전대통령은 육사동기인 노태우 민정당대표를 후계자로 지명하여 대통령에 당선시켰으나 88년 백담사로 2년동안 유배당하는 죽마고우의 배신을 감수했다.

이어 노태우 전대통령의 3당합당에 소수의 제2야당으로 참여하여 야망대로 대통령을 차지한 김영삼씨가 5.18 특별법을 소급입법하여 비자금 조성과 12.12 군사반란죄로 실형을 선고받고 노 전 대통령과 함께 감옥까지 갔었다. ·노 전직 대통령은 생사를 좌우했던 후계자를 결정하는 권력관리에 처절한 실패를 경험했다.

민주화 투쟁경력을 자랑했던 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도 아들들의 부정부패와 친인척 및 측근참모의 전횡을 단속하지 않아 퇴임후 자살하는 등의 불명예와 오욕을 남겼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만사 형통(萬事兄通)”이라는 속어가 말하듯 형 이상득 전의원의 관리를 잘못하여 형이 주도한 해외 자원개발시비 때문에 곤욕을 치룰 위기에 처했다.

민간인 대통령들이 집권한 92년 이후는 모두가 개인의 정치관록도 힘을 보탰지만 측근참모와 친인척등의 비리와 부정이 불거져 임기후반 일찍 찾아온 불청객인 권력누수(漏水)와 레임덕 현상에 많이 시달렸다.

지금 우리나라는 행정은 국가원수인 대통령이, 입법은 여야가 할거한 국회에서 사법은 각급 법원에서 국가권력을 나누어 행사되고 있다. 여기에다 선거와 여론에서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언론, 보수, 진보 시민단체, 각종 협회와 노동조합 등 수많은 이익단체들도 뒤질세라 일정지분의 권력을 분할해 차지하려는 투쟁과 공작이 나름대로 치열하다.

종북정당까지 끼어든 복잡한 정치판에서 제왕적 대통령과 과반수이상의 집권여당이라 할지라도 법정임기가 보장된 국가권력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국정을 수행하기는 현실적으로 정말 어렵고 힘들다.

이렇게 되면 결국은 모두가 법과 제도의 원칙을 따르는 정도(正道)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국가안보를 유지하며 국정을 총괄하는 국가원수인 대통령은 역할을 분담한 정부조직과 소관 부서를 책임진 사람, 다시말하면 시스템을 잘 활용하여 권력관리를 성공적으로 운용해야 할 것이다.

군출신 대통령들이 휘하 참모조직의 임무와 일선 행정의 지휘조직의 역할을 구분하여 국가를 운영해온 과거의 사례를 살펴보면 좋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정부활동에 대한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대통령은 정책의 분야별로 장관에게 인사 등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는 동시에 소관부서별 국가기관의 기능과 조직에 위임하여 국정을 운영하는 원칙을 지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지금의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참모조직보다 일선행정의 지휘조직을 활성화하는 테크닉과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여겨진다. 그래야만 공무원의 복지부동(伏地不動)으로 발생하는 말단기관의 동맥경화를 예방 할 수 있다. 더불어 국정전반을 공개적인 시스템으로 추진하면 최근 권력 주변의 비선(秘線)조직 운운과 같은 유언비어는 물론 정부인사를 둘러싼 불필요한 오해와 잡음 등을 방지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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