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기, 재판증거자료, 산업스파이 등 조사

▲ 호주 현지에서 PI들과 업무 공조

“피해자와 가해자가 뒤바뀌는 일은 없어야죠”

유우종 한국민간조사협회 중앙회장의 말이다. 실제 피해자와 가해자가 뒤바껴 억울한 옥살이를 한 사람이 있다. 수사기관의 초동수사가 미흡해 발생한 일이다. 한국민간조사협회는 공권력이 미치지 못하는 사각지대에서 조사활동을 벌여 억울한 국민이 없도록 하는데 그 역할을 하고 있다. 현대판 셜록 홈즈로 불리는 민간조사관들은 공권력이 직접 챙기지 못하는 사각지대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지난9월 4일 3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형제가 석방됐다.

재판이 끝나자 사람들이 박수치며 환호했다. 억울한 누명을 벗은 형제를 축하했다. 지적장애를 가진 10대였던 소년들은 억울한 누명을 쓰고 감옥살이를 하는 동안 중년이 됐다.

형제는 1983년 한 소녀를 강간하고 살해한 혐의로 각각 사형과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강압에 못이겨 허위 자백한 결과였다.

미국의 일이다. 주인공은 헨리리 맥컬럼과 리언 브라운 이복형제다. 재판부는 당시 진술 내용이 현실적으로 실현 불가능하다는 것을 뒤늦게 인정하고 DNA 검사를 거쳐 무죄를 확정한 것이다.

이들은 누명은 벗었다. 하지만 형제가 잃어버린 세월은 보상할 길이 없다. 사회에 적응하기 힘든 상황이다.

국내에서도 억울한 누명을 쓰고 옥살이를 한 사람의 사례는 종종 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수원 노숙소녀 살인사건이다.

2007년 5월14일 수원의 한 고교에서 가출 소녀 김아무개(당시 15살)양이 숨진 채 발견된다.

경찰은 강씨 등 노숙 청소년 5명을 사건의 범인으로 구속했다.

촉법소년(만 14살 미만의 형사미성년자)이던 1명(13살)을 빼고 4명은 상해치사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4년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서울고법에 이어 2010년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로 누명을 벗었다.

이것이 한국민간조사협회가 만들어진 이유다. 국가 공권력이 미치지 않는 음지를 수사해 피해자와 가해자가 뒤바뀌어 억울한 국민을 없애야 한다는 취지다. 실제 한국민간조사협회가 설립된 뒤 진실을 바로잡아 억울함을 해소시킨 일이 한 두건이 아니다.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은 배 모씨 가족은 이중의 고통을 겪었다. 배씨가 사고 가해자로 판명이 나면서 보상은 커녕 피해자 측의 원망과 주변의 냉대에 시달렸다. 배씨는 사고 경위를 납득할 수 없었다. 1년 동안 가슴앓이를 하던 배씨 가족은 민간조사업체에 재조사를 맡겼다. 조사관은 현장을 찾아 처음부터 다시 조사에 들어갔다. 주변 CCTV, 탐문조사를 했다. 다행히 도로는 보수공사를 하지 않아 사고현장이 보존되어 있었다. 차량이 패차될 정도로 큰 사고였던 만큼 새로운 증거 찾기에 주력했다. 조사결과 1차 충돌위치가 잘못 알려졌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 목격자로부터 사고 후 차량이 지게차로 옮겨졌다는 증언을 받아냈다. 배씨 가족은 피해자가 가해자로 바뀌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에서 배씨 가족의 주장이 받아들여졌다.

유우종 회장은“살다 보면 본의 아니게 누명을 쓰거나 억울한 일을 당할 때가 있다. 심각한 경우에는 몸을 다치거나 재산상의 피해를 입기도 한다”면서“사람들은 경찰을 찾아가거나 변호사를 통해 법의 도움을 받고자 한다. 하지만 법은 수많은 사람들의 억울함을 다 해결해 줄 수는 없다.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억울한 사람들을 돕는 게 민간조사원의 업무”라고 말한다.

이어 유 회장은“우리 사회의 공권력이 미치지 못하는 부분의 각종 분쟁들을 법률의 범위 안에서 개인정보나 사생활을 침범하지 않고 조사하고 분석한다. 피해자가 가해자로 뒤바뀌는 억울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보호하고 있다”고했다.

민간조사업, 공권력 사각지대 지킴이

민간조사원(Private Investigator, PI)과 사립탐정은 다르다.

민간조사원은 법을 지키며 공권력이 미치지 않는 사각지대에서 활약하고 있다. 반면 사립탐정은 법과 관련없이 개인사생활 침해 등 범죄적 관점에서 수사를 하는 것을 말한다.

유우종 회장은“현재 우리나라에 1,000여 명의 민간조사원이 활동 중”이라며“이들은 로펌 회사와 정부 기관 그리고 기업에서 기업 리스크 관리자로 일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민간조사원의 활동은 광범위하다. 국가 공권력이 미치지 못하는 사건ㆍ사고의 진상 파악을 위해 증거 수집 등 사실 여부를 조사한다. △교통사고 및 의료 사고와 보험 관련 조사 △법원 소송에 따른 민사ㆍ형사 사건의 증거 자료 수집 △산업 스파이ㆍ국제 무역 분쟁 조사 △기업에 대한 진단과 조사 △해외 도피 범죄인의 소재 파악 △실종자와 가출인 소재 파악 △지적재산권 보호와 브랜드 조사 △부동산 사기 관련 조사 △도청ㆍ감청 탐색 업무 등이다.

이들은 기업을 비롯해 변호사 사무실 등의 의뢰를 맡아 조사를 보조하는 업무도 하고 있다. 주로 법정에 제출하기 위한 증거 자료를 확보하기 위한 조사이다.

업무 특성상 경찰, 군인, 법무사, 노무사 등이 많이 민간조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OECD국가 가운데 민간조사 제도가 활성화되지 않는 나라는 우리나라 뿐.

미국 대부분의 주와 프랑스, 스페인, 케나다, 독일, 벨기에, 싱가포르 등 상당수 국가들은 엄격한 자격시험과 고도의 훈련을 거쳐 면허나 자격을 부여하는 공인 탐정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영국과 일본도 탐정관련법을 개정해 활동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공인민간조사관은 수사요원을 고용인으로 두고 조사회사를 운영할 수 있으며 의뢰인에게 상담서비스를 제공한다. 제한적이긴 하지만 정부기관의 기록을 열람하거나 수사기관의 협조를 받을 수 있다. 또 사법당국으로부터 사건 하청을 맡아 제한적으로 체포권을 행사하거나 법원의 영장을 집행할 수 있다.

유우종 한국민간조사협회 중앙회장은“하루빨리 국회에서 민간조사제도가 입법화되야만 민간조사관의 활동이 활성화되서 공권력의 공백을 메우며 공권력의 동반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 3월 18일 정부는 민간조사원 등 신직업 육성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지난 2013년 3월 16일 박 대통령은“선진국에는 있는데 우리나라에는 없는 잠재적 직업을 체계적으로 발굴해 일자리 창출과 연계방안을 마련하라”고 언급한데 따른 후속조치다. 같은 해 7월과 12월에도 재차 요구했다.

민간조사원 신직업

현재 우리나라의 직업 수는 1만 1000여개로 미국(3만여개)과 일본(1만 6000여개) 등 선진국에 비해 직업 세분화·다양화가 덜 진전된 상황이다.

신직업 발굴 과정에는 고용노동부를 비롯해 기획재정부, 미래창조과학부, 법무부, 환경부, 경찰청 등 13개에 이르는 부처와 산하기관이 참여했다.

정부는 이번 추진계획에서 민간조사원 등 총 42개 직업을 육성·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외국의 사례를 토대로 발굴한 새로운 직업들이다.

이 가운데 24개는 법령 제정, 제도 마련, 국가자격증 및 교육과정 신설 등을 통해 정부가 직접 해당 직업을 챙긴다.

민간조사원은 국무조정실 주관으로 법무부와 경찰청 등 관계부처 협의체를 구성해 올해 안으로 도입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민간조사원 제도 도입은 유 회장이 만든 결실이다. 고용노동부의 의뢰를 받아 제도화 작업을 했다.

그는 한국인 최초 공인탐정이다. 호주에서 민간조사관 라이센스를 받았다. 그는 국내에 들어와 민간조사원 양성에 20여년 매달려 왔다.

유 회장은“국무회의에서 신직업 육성중‘민간조사원’부분에 중앙회와 함께 연구하고 노력하고 있다”면서“민간조사원 제도가 도입되면 청년실업을 해결하여 대한민국이 건강하게 발전해 나갈 것이다. 국민들도 법을 믿고 따를수 있게 될 것”이라고 했다.

법이 바로서야 국가가 바로 선다는 것이다. 현재 한국민간조사협회는 ▲민간조사업법 법제도화 선두 연구(청년 실업 약4000명 이상 창출)▲보험사기조사연구(년간 약7조원누수) ▲지식재산권침해조사연구(년간 세계적으로 약 320조원시장) ▲ 법과학조사연구▲화패조사, 의료사고조사연구 ▲법원 재판에 필요한증거자료수집 방법론 연구 ▲ 민간조사학술연구 등을 추진하고 있다.

민간조사원이 되는 과정은 쉽지 않다. △범죄심리학, △법의학, △지문감식, △실탄사격 등 전문적인 교육 및 훈련 과정을 이수하고 자격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유 회장은“아직은 민간조사원에 대한 일반 사람들의 인지도가 낮다”며“OECD 국가 중 민간조사업법이 제정되지 않은 나라는 우리나라뿐”이라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이에 그는“이들의 활동을 법적으로 제도화 할 수 있는 ‘민간조사업법’이 제정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실제로 그는 정부와의 꾸준한 접촉을 통해 국회에서 공청회와 전문가 간담회, 학술대회를 개최하는 등 민간조사업법 제정을 위해 힘쓰고 있다.

유 회장은“민간조사원의 업무가 제도화되면 불법 심부름센터나 흥신소가 많이 사라지게 될 것”이라며“공권력이 미치지 못하는 부분에 있어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으려면 민간조사업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유우종 민간조사협회장 국내1호국제민간조사관

유 회장은 국내 1호 국제 공인 민간조사관으로 2000년 한국민간조사협회를 설립했다.

유 회장이 이 일에 뛰어들게 된 것은 어린 시절 있었던 한 사건 때문이다. 그는 “고등학교 2학년 때 막내 삼촌이 의문의 죽음을 당하셨는데 경찰 측에서 단순 추락사로 처리해버렸다”며 “이때부터 이 일에 관심을 갖고 준비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이후 그는 특전사 제대 후 독일에서 민간조사관 과정과 경호 교육을 이수했고, 호주보안학교(Australian Security School)를 졸업했다. 그뿐 아니라 미국에서 국제최면수사 자격증을 취득하기도했다.

그는“이 일을 하면서 눈 깜짝할 사이에 아무 손도 쓰지 못하고 자기 건물을 빼앗기는 등 세상에 억울한 일이 참으로 많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 유 회장은 경성대학교, 한세대학교 평생교육원과 산학협력을 맺고 지난 몇년전부터 평생교육원에‘민간조사 최고 전문가’과정을 개설했다.

민간조사 최고 전문가 과정에서는 민간조사실무를 비롯해 △범죄심리학과 법과학 △사이버 범죄 조사 △기업회계부정 조사, △보험범죄 조사 △해외도피사범 조사 △최면수사 등에 관한 강의가 이루어질 계획이다.

이와 관련 유 회장은“민간조사관련 인적 인프라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는 계기가 되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내가 이 일을 하는 이유는‘적어도 피해자와 가해자가 뒤바뀌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신념 때문”이라며“법의 잣대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되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한국민간조사협회 pikorea.org, ☎080-4949-007, 0502-707-7007>

 ▲ 국무회의 신직업 발표 후 민간조사업법 제도화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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