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은 공평하지 않다.
1일 5억 원의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의 ‘황제노역’은 사법부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한 계기가 됐다.
월스크리저널은 지난달 25일 <Court Ruling on Korean Tycoon Sparks Media Criticism-한국 재벌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 언론의 몰매를 맞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한국 사법부의 공정성 문제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화이트컬러 범죄에 있어 공공성 문제가 이번뿐만 아니다. 재벌과 권력층의 범죄에 사법부가 공평하지 못하고 너그럽기까지 하다고 비판했다. 법과 원칙이 무시되기 일쑤고, 판사가 사건에 따라 형량과 노역비를 마음대로 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만인이 법 앞에 평등하지 않는 한국사회는 세월호와 함께 침몰했다. 법이 차별적으로 적용되면서 가진 자, 힘 있는 사람, 소위 사회지도층에겐 법이 비껴가고 사회적 약자에게만 추상같은 법이 집행되면서‘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로 법이 회자되고 있다.

법이라는 무기는 화력을 잃게 되면서 국가까지 불신의 대상이 되고 있다. 범죄를 저질러도 적발되거나 처벌되는 것이 운과 재수의 문제로 인식되면서 법 경시 풍조가 생겨난다. 힘없고 재수 없는 사람만 걸리는 법
망(法網)이라면 없는 이만 못하다. 지금의 법이 이 같은 상황이라는 게 대다수 국민들의 생각이다.

대마불사(大馬不死), 바둑에서 나온 말이다. 큰 말은 죽지 않는다는 의미다. 미국에서도 최근 투 빅 투 페일(too big to fail)이 논란이 되고 있다. 기업이나 은행, 금융회사의 몸집이 커지면 절대 망하지 않는다. 거대 기
업이나 은행이 쓰러지지 않도록 국가가 특별한 지원이나 차별적인 법 적용의 혜택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공적자금도 투입되고 구제금융의 혜택도 받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에서 기업들은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몸집 키우기에 열심이다. 국가지원을 유도하기 위해 더 큰 리스크도 불사한다.

그와 달리 작고 힘없는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는 그저 무관심 속에서 흔적 없이 무너졌다. 대·중소기업의 경영자는 똑같이 경영실수로 인해 부도가 나도 대기업은 살고, 중소기업은 죽는다.

이 같은 대마불사의 논리가 사라지지 않는 한 자본주의의 미래는 불안하고 시장경제도 위험해진다. 도덕적 해이가 커지면서 자본주의 시장경제도 멈추게 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재벌과 관료사회의 유착이 발생
할 가능성이 크다. 정경유착은 결국 나라를 좀 먹는 원인이 되고, 국가의 생존까지 위협한다.

법이 공정하게 작동하지 않으면 법치주의도 무너진다. 재벌총수, 정치인이나 고위공직자의 부정과 불법에는 눈감고 말단 공무원이나 평범한 시민들의 법 위반에만 눈을 부릅뜬다면 법과 정의는 사라지고 공정
사회는 요원해진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 법치와 법질서가 강조되고 공정사회를 내세우더니 이제 공생 발전이 새로운 화두다. 이번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이것이 말뿐이 아니었는지 되돌아 봐야 한다.

법과 원칙은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똑같아야 한다. 법이 다가설 수 없는 성역이 있거나 원칙의 예외가 빈번하면 법과 원칙은 무뎌지게 된다. 법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고 공정하게 다가설 때 추상같은 권위를 갖게 된다.

유우종 한국민간조사협회 중앙회장, 한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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