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세월호 참사 사과…‘국가개조’수준 시스템 개혁 강조

“관료사회의 적폐(積弊·오랫동안 쌓인 폐단)를 확실히 드러내 해결하겠다.”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국무회의에서 쏟아낸 발언의 핵심이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고질적인 집단 이기주의에 빠진 관료사회, 이른바‘관피아’를 추방하겠다는 의미다.
관료사회는‘5년 대통령 단임제’하에서 대통령이 바뀌고 정권이 교체돼도 그대로 권력을 유지하고 있다. 정권의 눈치도 보지 않는다.
5년 후면 떠날사람이기 때문이다. 대신 조직과 선·
후배간의 탄탄한 카르텔을 형성하며힘을 유지한다.
이날 박 대통령의 발언은 이런 관료사회의 폐단을 수술하기 위해 공직사회 개혁을 강력히 추진해 나가겠다는 의미다.
박 대통령은 공직사회의 폐단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관료사회가 폐쇄적 채용구조 속에‘그들만의 리그’를 형성해 부처 이기주의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이번 사고에서 드러난 것처럼 여객선의 안전관리와 선박관리를 담당하는 해운조합과 한국선급 등 유관기관의 주요 자리를 해양수산부 퇴직 관료가 독차지하고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부실한 감독으로 세월호 참사가 잉태됐다. 그간 저축은행사태, 금융사고, 원전 비리, 숭례문 복원 과정에서도‘관(官)피아(관료 마피아)’문제가 예외 없이 드러났다.
산피아(산업통상자원부), 교피아(교육부), 국피아(국토교통부), 모피아(기획재정부), 철도 마피아 등 전직 공무원들은 업계와 관련 단체에서 자신들 만의 천국을 이루고 있다.

官피아, 민간협회까지 장악

일부 관피아들은 협회 등 사업자단체에서 수억 원의 연봉과 퇴직후 생활을 보장받는 대신‘로비스트’역할을 맡고, 현직 관료는 자신의 퇴임 후를 감안해 로비에 귀를 기울이는‘유착’관계를 수십 년째 지속하고 있다.

30일 정부 부처와 협회, 업계 등에따르면, 사업자 중심의 각종 이익단체 에는 정부부처와 처·청 출신의 전직관리 수백 명이 활동하고 있다.

’낙하산 인사’논란으로 공기업으로의 진출이 제약을 받자 협회 등으로의 움직임이 활발해지는 추세다.
최근 여론의 도마위에 오른 해양수산부 출신의 경우 산하 공공기관 및 단체 14곳 중 11곳에서 기관장을 맡고있다.

해운사들의 이익단체로 여객선사에대한 감독권을 갖고 있는 한국해운조합은 역대 이사장 12명 가운데 10명,선박검사 업무를 위탁받은 사단법인한국선급은 11명 중 8명이 해수부 출신이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인증권한을 준민간인증기관 10곳에는 모두 이 부처 출신들이 회장, 원장, 부위원장, 부원장 등 주요보직을 꿰차고 있다. 출신직위도 사무관에서 1급까지 다양하다.

한국금융투자협회는 사업자단체임에도 기획재정부와 금융감독원 출신이 상근부회장과 자율규제위원장을맡고 있다.
사업자단체의 주요보직에 앉은 관료출신도 수두룩하다.

관련 단체가 수백 개에 달하는 산업통상자원부가 대표적이다. 회장, 부회장, 사무총장, 전무 등으로 활동하는주요임원만도 대한상공회의소, 자동차산업협회 등 58곳에 이른다.

제약업계와 식품업계의 협회들은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출신 몫이다. 또 연봉이 높기로 소문난 은행연합회, 손해보험협회, 생명보험협회, 화재보험협회, 여신금융협회, 저축은행중앙회 등은 기재부와 금융위, 금감원 출신이 주요보직을 싹쓸이하고 있다.

건설업계 사업자단체에는 7명의 전직 국토교통부 출신이 활동하고 있다.

김선제 한국증권경제연구소 연구소장은“이들은 출신 부처 후배들을 상대로 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로비스트에 가까운 활동을 한다”면서“문제는 이러한 관계가 시장에서 사업자들의 공정경쟁을 촉진하고 소비자피해가 없도록 관리 감독해야 하는 정부기능의 후퇴로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대통령 고질적 집단주의 폐단 지적

박 대통령은“소수 인맥의 독과점과 유착은 어느 한 부처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부처의 문제”라며“이번 기회에 고질적 집단주의가 불러온 비리의 사슬을 완전히 끊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내부 사슬구조를 쇄신하지 않으면 점점 더 고착화되고 비정상을 증폭시킬 것은 자명하다”면서“유관기관에 퇴직 공직자들이 가지 못하도록 하는 등 관련 제도를 근본적으로 쇄신하겠다”고 밝혔다.
일반 관료의 전문성 부족이다. 세월호 참사 수습 과정에서 전문성 없는 고위 관료들이 컨트럴 타워를 맡아 혼선이 빚어졌다.

박 대통령은“공무원의 임용 방식과 보직 관리, 평가, 보상 등 인사 시스템전반에 대해 확실한 개혁 방안을 마련하라”고 했다.

이에 따라 정부 조직 개편이 이루어질 전망이다. 순환보직을 제한하고 외국인 전문가 채용까지 고려해 총리실산하의 국가안전처를 신설할 계획이다. 외부 수혈을 통해 공직사회의 카르텔을 깨겠다는 의미다.

이는 관료사회의 ‘갑’인 안전행정부의 실질적 해체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 국가안전처가 신설되면 소방방재청의 방재 기능도 신설 부처로 옮겨갈 것으로 보인다. 정부 조직의 대규모 수술이 예고되는 대목이다.

박 대통령의 고심이 담긴 개혁안이다. 이번 세월호 참사 수습과정에서 우왕좌왕하는 정부 관료들을 지켜보면서 크게 실망했다. 관료사회가 개혁되지 않고서는 나라의 백년대계를 기약할 수 없다는 판단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국무의원) 각자 국민과 국가를 위해 충정으로 최선을 다한후에 그 직에서 물러날 경우에도 후회없는 국무위원들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2기 내각의 출범에 앞서 정부 조직에 메스를 들이댄 박 대통령이 관료사회의 폐쇄성과 저항을 어떻게 뚫고 나갈지 지켜볼 대목이다. 관료사회에 어떤 바람이 불어올 것인가. 아니면 이에대항하기 위해 더 강력한 카르텔로 뭉칠 것인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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