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세계는 역외탈세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국세청은 2008년 세정강화와 세원 확보를 위해 역외탈세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이전까지는 역외 세원정보에 접근하는 게 쉽지 않아 가시적인 성과가 미흡했다.

그러나 2008년 리히텐슈타인 LGT은행, 스위스 UBS은행 등의 비밀계좌 탈세 사건이 발생하면서 스위스·싱가포르·홍콩 등 역외금융센터와 조세피난처 국가들이 ‘금융비밀주의’를 포기했다.

여기에 지난 10일 한국과 스위스 정부가 스위스 베른에서 개정된 조세조약에 대한 비준서를 상호 교환함에 따라서 지난 25일부터 개정 조약이 발효됐다.

스위스 은행에 비밀 계좌를 개설한 주인들이 긴장하고 있다. 이젠 국세청이 스위스은행의 한국인 비밀계좌 정보를 계좌번호만으로 추적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전직 대통령과 재벌들의 해외 비자금과 재산도피 등은 끝없는 의혹과 소문으로만 무성했다. 하지만 국제 금융센터와 조세피난처들이 ‘금융비밀주의’를 포기하면서 역외탈세가 확인될 경우 대규모 세무조사나 탈세 수사가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90년대 중반 이재용-조희준 일본에서 수백억 ‘돈거래’
국세청, 한·스위스 조세조약 따라 비밀계좌 추적 가능

그 가운데 스위스에 비밀계좌를 가지고 있는 삼성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재용 사장
앞서 2008년 1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90년대 중반 스위스 UBS은행과 홍콩 스탠다드차타드은행(Standard Chartered Bank)에 비밀계좌를 가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당시 미국 현지에서 발행되는 선데이저널은 ‘이재용 전무, 해외비자금 다시 급부상-해외비자금 구좌 아직 살아있다’(1.27)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스위스, 홍콩의 비밀계좌를 폭로했다.

이 신문은 2003년부터 수차례에 걸쳐 이 사장이 90년대 중반 스위스 UBS와 홍콩의 스탠다드차타드은행에 비밀계좌를 가지고 있었고, 이 계좌를 통해 수 천만 달러의 비자금을 은닉했다고 주장했다.

이 사장이 1995년 일본 게이오대학 대학원에서 경영관리연구 석사 과정을 유학하던 시절에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은퇴목사의 장남 조희준씨가 운영하던 투자회사 HJC(Hee Jun Coporation), FIC(Future Invest ment Company) 등에 10억엔 (당시 한화 120억원)을 투자했다고 주장했다.

이 사장의 자금으로 추정되는 10억2000만엔이 국내 유명 가구회사 사주의 딸인 A씨를 통해 조 씨에게 전달됐다. 당시 A씨는 스위스 UBS은행 취리히 본점으로부터 송금되어 온 자금을 동경소재 UBS지점에서 현금으로 인출해 조 씨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씨는 이 사장에게 원금보장차원에서 프로미서리 노트(Prommi sery Note:원금보장각서)를 발행했다. 1년 후인 96년 8월 조씨는 원금 일부를 이 사장에게 돌려준다. FJC는 미화 수만 달러를 스탠다드차타드은행 동경지점을 통해 이 사장의 개인 계좌가 있는 홍콩지점에 분산해 입금시켰다.

선데이저널은 이와 관련한 송금의뢰서(Remittance Application) 4장을 공개했다.

1996년 8월 1일 480만 엔, 470만 엔, 230만엔 320만 엔 등 합계 1500만 엔이 수취인 이재용 (Mr Lee Jay Yong)이라는 영문명으로 분산 입금됐다. 계좌번호는 363-100-17OOO. 당시 1인당 500만 엔 이상 특별한 사유 없이 해외 송금할 수 없다는 은행 규정 때문에 분산 입금한 것으로 선데이저널은 추정했다.

프로미서리 노트에 적힌 10억 2000만엔 원금보장 각서에 나온 주소 2401펜실베니아 에비뉴 #807 위싱턴이다. 이는 삼성아메리카가 1997년 7월 회사 명의로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 앤드 타워 콘도’를 193만 5000달러에 구입했다가 2001년에 매각한 곳과 같은 주소이다.

삼성에선 영문명 Lee jay yong에서 jay를 썼다는 이유로 이 사장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선데이저널은 이 사장이 미국 유학시절 영문명 Lee jay yong을 미들네임으로 사용했다는 대학동문들의 증언을 강조했다.

당시 선데이저널은 “이 사장은 당시 27세의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홍콩의 스탠다드차타드뱅크와 스위스 UBS은행 등을 통해 수백억원 대에 주식 투자를 했다”면서 “제보자에 따르면 해외 비자금 규모는 1000억 원대이다. 지금의 환율과 물가고로 보면 1조원 대는 족히 될 것”이라고 자금 출처에 대해 의문을 제시했다

삼성X파일 사건보도와 관련 유죄판결을 받은바 있는 이상호 MBC기자도 지난해 4월 트위터를 통해 “삼성 이건희 회장 아들 재용씨 1조원 규모 비자금 의혹”에 대해 제기하며 “조용기 목사의 장남 조희준씨에게 투자했던 120억원의 출처도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계전문연구기관‘재계3.0’ 최명철 소장은 “재벌 기업의 해외비자금 액수는 천문학적이다. 조세정의네트워크가 밝힌 7790억 달러는 빙산의 일각이다. 재벌 비자금이 조세회피 국가 등에서 세탁된 뒤에 국내 투자를 목적으로 들어와 운영되는 경우도 많다. 이른바 검은머리 외인들의 자금이 대부분”이라며 “국세청이 역외탈세를 근절하기 위해선 자금의 흐름을 눈여겨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세전문가들은 이 사장의 해외비자금 계좌에 대한 번호가 알려진 이상 국세청이 조사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만약 이 시장의 해외비자금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경영권 승계 차질과 함께 삼성 전체에 또 다른 뇌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저작권자 © 공정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