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장마에는 비가 많이 내린다는 데, 안심하고 물이라도 마실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때이른 장마 소식이 신문의 지면을 채우던 지난 10일 찾은 전남 나주시 공산면 중포리의 조류인플루엔자(AI) 매몰지.

AI 확산으로 지역의 닭·오리 사육농가들이 신음하던 올해 1월12일 방역당국이 8만6165마리의 닭을 살처분한 장소였다.

차에서 발을 내딛는 순간 역겨운 냄새가 코를 찔렀다. 악취는 문정호 환경부 차관의 AI 매몰지 관리실태 점검을 동행했던 3개월 전보다 더욱 심해진 상태였다.

기온이 점점 더 오르면서 사체의 부패 속도가 빨라진 탓일 터.

매몰지와 불과 20m 떨어진 곳에서 살고있는 배응화(62·여)씨를 다시 만났다. 배씨는 문 차관의 점검 당시 지하수의 수질검사를 요구했던 주민이었다.

"수질검사 결과는 잘나왔나요?", "글쎄 3개월이 지나도록 가타부타 말이 없네요. 높은 분 계실 때 한 약속이라…. 날씨가 더워서 악취가 더 심해졌어요. 새벽운동을 나올 때면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에요. 올해는 장마 기간도 길고 비도 많이 온다는 데, 괜찮을까요."

하소연을 뒤로 하고 발길을 돌렸다. 매몰지와 가까워질수록 악취가 후각을 더욱 자극했다.

양계장 옆 산비탈에 조성된 매몰지는 빗물이 스며드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비닐로 덮여있었다.

이곳은 살처분이 끝나고 2개월 뒤 붕괴 방지를 위해 옹벽 및 배수로 공사가 진행됐지만 허술하게 덮인 비닐과 갓 파낸 배수로가 장맛비를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만약 장맛비에 비닐이 유실돼 토양으로 많은 비가 스며든다면 불과 50여m 떨어진 척포저수지로 침출수가 흘러 들어갈 것이 뻔했다.

저수지를 관리하는 한국농어촌공사도 이같은 상황을 우려했는지 매몰지에 '저수지 수질보전을 위해 주 2회 침출수 유출점검을 한다'는 내용의 푯말을 세워두고 있었다.

그러나 푯말에 안내된 전화번호로 침출수 검사여부를 문의하자 농어촌공사 '반남지소'는 '나주지사'로, 또 '나주지사'는 '나주시'로 문의하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가축매몰'은 지자체 축산부서가 '침출수와 악취'는 환경부서, '수질검사'는 상하수도부서, '저수지'는 농어촌공사가 관리하는 이원화된 매몰지 관리정책이 빚은 전형적인 책임 회피였다.

이번엔 살처분 가금류를 저장탱크에 담아 액상비료로 만드는 영암군 시종면 시종리 '가금류 살처분 탱크(액비 저장조) 시범지구를 찾았다.

지난 1월15일 닭·오리 7만6100마리를 석회수 30t과 함께 저장한 탱크 주변은 일반 매몰지에 비해 악취가 훨씬 적었다.

건설 당시부터 악취제거 시설을 함께 만든 것이 효과를 봤다는 것이 군청 측의 설명이다.

영암군 관계자는 "2곳의 시범지구 모두에서 한 달에 1번 시료를 채취해 검사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세균과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았다"며 "필연적으로 환경오염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매몰지에 비해 오염 부담이 적은 것이 장점이다"고 밝혔다.

한편, 닭·오리 사육농가들이 밀집된 나주·영암지역에는 올해 초 AI 발생으로 인해 각각 57(158만 마리)·47개소(130만 마리) 매몰지에서 가금류가 살처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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