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를 가득채운 맥주들이 주객을 유혹하고 있다.ⓒ공정뉴스
냉장고를 가득채운 맥주들이 주객을 유혹하고 있다.ⓒ공정뉴스

[공정뉴스=조영곤 기자] '통곡의 계곡(코로나19)' 끝에 다다랐다. 약 2년 1개월(4월 18일 기준)만의 해방이다. 

응어리(?)가 쌓였던 탓일까. 고통을 호소했던 거리에 활기가 넘친다.

실제로 올 4~5월 유흥시장 주류 출고량은 업체별로 전년 동기 대비 30~90% 이상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6월. 본격적인 무더위의 시작이다. 갈증을 풀어줄 맥주의 짜릿함과 알싸한 소주의 매력이 본격적으로 뽐낼 시기다. 

이에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 롯데주류 등이 한판 승부를 펼칠 이른바 'OK 목장의 혈투'에 관심이 집중된다. 

멋과 운치를 즐기는 이들의 선택은 과연 어떨까. 궁금하다. 그래서 수소문에 나섰다. 기자와 함께 짜릿하고 알싸한 맛에 취할 주객을. 

찾았다. 유학파. 37세. 금거래 관련 업종 종사자다. 풍류와 관련된 에피소드가 많을 것 같다. 세상살이에 어느 정도 눈을 뜬 경륜(나이)도 무시할 수 없다. 

조합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후 인상 깊었던 장소에서 만남을 청했다. 그가(가명=최은주/ 경기도 고양시 거주) 추천한 곳은 한정식 갈비 코스로 유명한 A사의 대화점이다. 

파란창으로 검색한 결과, 가격대가 만만치 않다. 고민스럽다. 유리지갑인 탓이다. '공정 라이프' 시리즈를 함께 풀어갈 분이기에 그의 선택을 존중한다. 

만남이 이뤄진 시간은 6월 어느날 오후 1시. 주문이 일사천리다. 점심 특선 코스와 함께 맥주 두병 소주 한병이다. 주객의 또 다른 이름은 낮술이라고 했던가. 내공이 만만치 않다. 

극강의 청량감과 부드러운 끝맛이 그가 테라와 참이슬을 선택한 이유다.ⓒ공정뉴스
극강의 청량감과 부드러운 끝맛이 그가 테라와 참이슬을 선택한 이유다.ⓒ공정뉴스

그의 선택은 지구를 노랗게 물들이고 있는 테라와 서핑을 즐기는 두꺼비(참이슬) 조합이다. '어우두(어차피 우승은 두산)'의 추억(카스)과 블랙핑크(제니=처음처럼)의 음악을 즐기는 기자와는 딴판이다. 

"필리핀과 뉴질랜드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어요. 그곳에서 마셨던 맥주의 풍미를 가장 완벽하게 재현했죠. 소주 역시 제 입맛에 딱입니다." 

설명이 끝나기 무섭게 회오리 물결이 눈 앞에 펼쳤졌다. 그리고 원샷. 빈속을 짜릿하게 때린다. 주객에게는 바로 이 곳이 무릉도원이다. 

정갈한 나물 반찬 입장이다. 야무진 손 매무새가 느껴진다. 자연스레 손이 간다. 프랜차이즈 음식점에 대한 편견이 깨진다. 쏘맥과도 환상궁합이다. 그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느끼는 순간이다. 

"한식을 즐겨요. 유학생활 후유증이죠(웃음). 이곳은 조미료를 배제한 손 맛이 느껴져서 좋아요. 어떤 날엔 고기보다 반찬에 손이 더 갈 정도. 주객전도죠.(웃음)"

잔이 다시 채워진다. 회오리 물결이 더 강해진 느낌이다. 

갈증 

덥다. 해가 바뀔수록 봄과 여름의 간격이 급격하게 허물어진다. 맥주의 활약이 기대되는 시기다. 

그도 마찬가지. "무더위에 갈증을 느낄 때면 맥주가 간절해진다. 음료수처럼 익숙하다"면서 "여름과 맥주는 환상궁합"이라고 밝혔다. 

추억을 함께했던 맥주 리스트를 풀어 놓는다. '산미구엘', '스테인라거' 등등. 워낙 다양한 브랜드를 열거해 기억이 나질 않는다. 국내파와는 다른 퀄리티다. 의문의 1패다. 

그는 왜 테라를 선택했을까.

"극강의 청량감이라고 해야 할까요. 목넘김 후 올라오는 향이 좋아요." 부정할 수 없다. 청럄감과 목넘김은 인정이다. 그래서 지구가 노랗게 변했나 보다. 

술. 어색함도 잠시. 10년지기 부럽지 않은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요물이다.ⓒ공정뉴스
술. 어색함도 잠시. 10년지기 부럽지 않은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요물이다.ⓒ공정뉴스

맥주는 언제 가장 간절할까. 기자는 퇴근 무렵이다. 지친 몸에 에너지를 보충하는 느낌이라고 할까. 그 역시 비슷하지만 미세한 차이가 있다. 일상 후 돌아와 샤워를 하고 난 뒤 가장 끌리는 게 맥주라고. 

대화에 몰입한 탓일까. 생갈비가 어깨를 툭툭친다. 자태를 뽐내는 녀석을 잊었다. 부드럽다. 그리고 감미롭다. 맥주와의 조합이 환상 그 자체다. 

일부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쏘맥도 저변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그 역시 쏘맥의 매력에 빠졌다. "극강의 청량감과 알싸함의 조화가 정말 좋아요. 좀 더 진한 풍미가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요. 퇴근 후 저도 모르게 회오리 거품을 만들 때면 헛웃음이 나와요(웃음)."

맥주 또는 쏘맥과 어울리는 안주는 무엇일까. 기자는 무조건 치킨이다. 이보다 더 환상적인 조합은 없다. 그는 과연. 역시 주객이다. 그냥 맥주-쏘맥이면 무조건 좋단다. 즉, 안주는 무엇이 됐든 의미가 없다는 것. 

대신 필리핀 관광을 앞둔 이들에게 팁을 하나 툭 던진다. "산미구엘과 크리스피타파(족발튀김), 깡꽁(공심채)볶음은 무조건 강추입니다. 매콤함과 식감의 향연에 빠지면 헤어나오기 힘들어요."

역시 술은 좋은 녀석이다. 어색할 법 한 만남을 풀어주는 요물이다. 맥주와 힐링....이야기가 끝이 없다. 10년 지기가 부럽지 않다. 잠시 멈췄던 남녀노소의 힐링의 시간이 이제 시작이다. 그리고 맥주와 소주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다만 부탁이다. '보복음주'는 삼가하자. 내일이 괴로운 탓이다. 

저작권자 © 공정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