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오제세 문자 논란... “오만한 권력이 눈이 멀어”
野, 새보수당 출신 ‘컷오프 위기’에 유승민 ‘발끈’

21대 총선을 앞두고 공천갈등이 커지고 있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문자’를 통해 드러났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이 구설수에 올랐다. 노 비서실장의 보좌관 출신이 4선의 오제세 의원과 당내 경선을 하기로 결정됐기 때문.
갓 출범한 미래통합당의 당내 갈등도 커지고 있다. 이언주 의원은 전략공천 가능성이 커지는 반면, 새보수당 출신 의원들은 경선을 치러야 해 공천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이러한 갈등이 외부로 노출되면 결국 유권자들에게 부정적인 인식을 줘 선거에 불리하다. 국회의원 ‘배지’를 둘러싼 여야의 이전투구를 살펴본다.

민주당 도종환 의원이 같은 당 오제세 의원으로부터 받은 문자 메시지(왼쪽)과 소병훈 의원이 박원순 서울시장으로부터 받은 문자 메시지. (사진=스카이데일리 안현준 기자)
민주당 도종환 의원이 같은 당 오제세 의원으로부터 받은 문자 메시지(왼쪽)과 소병훈 의원이 박원순 서울시장으로부터 받은 문자 메시지. (사진=스카이데일리 안현준 기자)

 

민주당 공천 내홍
공천을 둘러싸고 더불어민주당의 물밑 갈등이 수면위로 노출됐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의 공천 개입 의혹도 불거졌다.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미래통합당 심재철 원내대표의 교섭단체대표연설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도종환 의원이 같은 당 오제세 의원으로부터 받은 문자가 눈길을 끌었다.

<스카이데일리>가 단독 포착한 오제세 의원이 보낸 문자 메시지에는 “노영민 실장 보좌관 출신이 지역구를 바꿔서 갑자기 나타나 경쟁력이 막강한 4선 현역의원을 아무런 결격사유도 없이 경선 배제 시킨다는 건 국민이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황당무계한 일”이라고 성토했다. 이어 “노영민 보좌관 출신 이장섭이 기어이 오제세를 컷오프 시키려 한다. 오만한 권력이 눈이 멀었다”라고 적혀 있었다. 소병훈 의원이 박원순 서울시장으로부터 받은 문자에도 “배제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적혀 있다.

이 문자 메시지는 오 의원 지역구인 충북 청주서원에서 예비후보로 뛰고 있는 이장섭 전 충청북도 정무부지사를 겨냥한 것이다. 당초 이 전 부지사는 노 실장 지역구였던 청주 흥덕 출마가 예상됐었다.

오 의원은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이 전 부지사는 지역구 권리당원 하나 없다. 갑자기 지역을 바꿔 공천을 신청한 배경이 뭐냐”고 날을 세웠다. 또 민주당의 현역 의원 평가 '하위 20%' 명단에 자신이 포함된 데 대해서도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제가 하위 20%에 포함된 이유를 모르겠다”며 “임의로 조작된 것이어서 (당에) 따질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공천 갈등은 이뿐만이 아니다. ‘조국백서추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김남국 변호사가 금태섭 의원 지역구인 서울 강서갑 공천을 신청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김 변호사는 페이스북에 “비겁하게 ‘조국 수호’ 프레임 뒤에 숨지 말고 정정당당하게 선의의 경쟁을 펼쳤으면 한다”며 금 의원을 겨냥했다. 이어 “많은 국민과 저희 민주진보 진영의 당원들은 ‘조국 수호’를 ‘검찰 개혁’으로 읽고 이해한다”며 “금 의원은 검찰 개혁에 반대하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반면 또 다른 친조국 인사로 분류된 김용민 변호사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의 인연은 검찰개혁위원회에서 위촉장 한 장 받은 게 전부”라며 선을 그었다. 김 변호사는 경기 남양주병에 전략공천돼 ‘조국 저격수’로 불리는 검사 출신 주광덕 미래통합당 의원과의 경쟁이 예상된다.

정재호 의원도 공천관리위가 자신의 지역구인 경기 고양을을 전략지역으로 분류한 결정에 반발해 재심을 신청하기로 했다. 정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불편한 신체를 문제 삼아 공천을 배제하는 것은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라며 “강령과 당헌을 위배한 당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고 재심을 신청한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2018년 9월 과로에 따른 뇌출혈로 쓰러진 뒤 지난해 5월 복귀했다.

 

19일 미래통합당 유승민 의원이 이혜훈 의원과 총선 공천과 관련해 나눈 문자 메시지가 국회 본회의장에서 포착됐다. (사진=더팩트)
19일 미래통합당 유승민 의원이 이혜훈 의원과 총선 공천과 관련해 나눈 문자 메시지가 국회 본회의장에서 포착됐다. (사진=더팩트)

 

새보수당계 공천 논란
공천과 관련된 내홍은 미래통합당도 피해갈 수 없었다. 미래통합당 내 유승민 의원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보수당 출신 의원들이 김형오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 위원장의 태도에 대해 의구심을 품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김 위원장이 ‘미래를향한전진4.0(전진당)’ 출신의 이언주 의원은 상대적으로 유리한 부산 영도에 전략 공천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면서부터다.

<더팩트>가 19일 단독 보도한 사진에 따르면, 이혜훈 의원은 이날 국회 본회의장에서 유승민 의원에게 “1분 차이로 명운이 갈릴 수 있다”며 총선 공천과 관련한 SOS를 보냈다. 서울 서초갑에서 3선을 한 이 의원은 김 위원장이 지휘하는 공천 심사에서 컷오프 위기에 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유 의원은 공관위원에게 보낸 문자를 복사해서 보내며 나름 문제를 제기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유 의원이 공관위원에게 보낸 메시지는 “이언주나 새보수당이나 통합은 마찬가지인데 이언주는 험지인 경기광명을 피해서 부산으로 단수공천 받고, 이혜훈은 컷오프, 지상욱·민현주는 수도권 경선, 하태경은 경선...” 이라며 공천 형평성이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또 “김형오 의장님의 공천에 원칙이 뭐냐는 반발이 제기되고 있다. 어제 김무성 대표의 지적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다. 참고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형오 위원장은 이날 공관위 회의 후 브리핑에서 “(유 의원과) 직접 접촉을 안 해봐서 모르겠다”며 “이혜훈 후보는 어제부로 미래통합당 당원이 됐다. 그런데 여론조사를 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컷오프를 할 수가 있겠나”며 부인했다.

미래통합당 일각에서는 이번 문자 노출 사건에 대해 “노출이 아니라 유출”이라는 의혹도 나온다. 실제로 이 의원의 저 문자는 미래통합당이 서울 수도권 단수 전략지역을 발표하기 1시간 전에 공개됐다. 발표 결과, 홍일표 의원이 첫 컷오프 대상자가 됐지만 이혜훈 의원 지역구는 언급되지 않았다.

(왼쪽부터) 미래통합당 이혜훈·지상욱·유승민 의원. (사진=뉴시스)
(왼쪽부터) 미래통합당 이혜훈·지상욱·유승민 의원. (사진=뉴시스)

 

한편 미래통합당이 20일 4·15 총선 지역구 공천 추가 신청을 마감한 결과, 이언주 의원은 김무성 의원 지역구(부산 중·영도)에 공천을 신청했다. 새보수당 출신 정병국(경기 여주·양평)·이혜훈(서울 서초갑)·하태경(부산 해운대갑)·오신환(서울 관악을)·유의동(경기 평택을)·지상욱(서울 중구·성동을) 의원 등 6명 모두 현 지역구로 공천을 신청했다.

4년마다 반복되는 공천 갈등
이러한 공천 갈등은 4년을 주기로 총선 시즌마다 반복된다. 인물보다 정당 위주의 투표 양상이 두드러진 우리 선거에서 정당의 공천장 획득 여부는 당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과거에는 선거 때마다 당 내에서 공천을 둘러싼 파열음이 나고 탈당과 단식, 폭력 사태가 벌어지는 등 홍역을 치러 왔다.

최근 벌어진 가장 대표적인 사건이 지난 2016년 20대 총선에서 일어난 이른바 ‘옥새파동’이다. 당시 미래통합당의 전신인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일부 선거구 공천에 대한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의 추천장에 대표직인 날인을 거부한 사태다.

이러한 갈등이 유권자들에게 드러나면 선거에 불리하다. 선거 판세를 좌우하는 중도성향 유권자들이 이런 갈등을 보고 다른 쪽에 표를 주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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