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주 구인회-구자경-구본무-구광모 4대 경영 승계
연암학원-상록재단 우수...미소금융재단 ‘옥의 티’
기부금 구조와 공익사업지출액 개선 필요 요구
LG 그룹 지배구조·절세 차단 ‘모범 재단 운영’

빌 게이츠(Bill Gates)·워렌 버핏(Warren Buffett)은 세계 최고의 부자이다. 상상 초월한 기부 천사이다. MS창업자 게이츠는 재단을 설립해 인류의 문제 해결을 위해 막대한 돈을 기부하고 있다, ‘투자의 귀재버핏은 게이츠 재단에 상당액의 기부금을 맡기고 있다. 한국 기업가는 어떤가. 기업마다 재단을 설립해 기부 문화 확산에 노력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윤의 사회 환원·인재양성· 소외계층·문화예술 지원 등 목적으로 공익법인(재단)을 설립한 뒤 실제로는 편법으로 지배력을 확장하고 사익을 편취하는 용도로 활용하고 있다는 논란도 있다. ‘공정뉴스는 공정한 사회 구현을 위해 국내 기업들의 기부문화를 분석해 본다.
구광모 회장(左)과 이문호 이사장(右)
구광모 회장(左)과 이문호 이사장(右)

LG그룹(구광모 회장)에 속한 재단(財團)의 회계가 최초 공개됐다. LG는 상장사 11개사·비상장사 57개사를 거느리고 있다. 연 매출만 150조원이 넘는다. 창업주인 연암 구인회(1세대)-구자경(2세대)-구본무(3세대)에 이어 구광모(4세대)회장으로 경영 승계가 이루어졌다. LG는 97년 계열사 간 상호의존식 결합 방식을 버리고 법인단위의 책임경영체제를 도입했다. 그리고 재계에서 처음으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산하 재단의 경영도 오너 일가의 지배구조와 절세를 위한 운영 방식을 버리고 보범적 경영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5일 가이드스타코리아의 자료 분석결과, 상록재단, 연암문화재단, 연암학원 등의 LG가 운영하는 6개 재단에 4개 년 간(2014~17) 수익금은 총 4953억 원이다. 지출금액은 4072억 원이다.

20131월 국세청 고시(2013-5)에 따라 국세청 홈택스 '공익법인 결산서류 등 공시시스템'에 공시한 결산서류를 기부 활성화 목적으로 분석한 결과이다.

재계 서열 4위인 LG는 재단 운영에서는 1위의 모습을 보여줬다. 상록재단은 802억 원의 기부금을 받아 기부금 수입 1위에 올랐다. 기부금수입이 유일하게 300억 대를 넘는다. 연암문화재단이 286억 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연암학원은 기타공익사업수입에서 독보적으로 1천억 원 대를 기록해 공익재단의 성격에 특화된 사업 수완을 발휘했다. 뒤이어 연암문화재단이 334억 원의 기타공익사업수입을 벌었다.

지출 항목에선 연암학원이 6개 재단 중 유일하게 목적사업비로 1천억 대를 사용했다. 연암학원은 연암대학교 설치운영비(1085), 연암공과대학교 설치운영비(681) 1768억 원을 사용했다. 상록재단과 연암문화재단이 각각 618억 원, 580억 원의 목적사업비를 사용해 2, 3위를 차지했다. 상록재단은 수목원 조성 및 운영(604), 연암문화재단은 아트센터 운영(428), 도서관 운영(78) 등에 사용했다.

4 개년도 회계분석 결과 LG 재단은 881억 원의 이익이 발생했다. 다른 10대 기업들과 비교했을 때 수익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총수익이 가장 많은 재단은 연암학원으로 2571억 원에 이르렀다. 연암학원에 이어 상록재단이 1098억 원의 이익을 남기는 사업 수완을 발휘했다.

연암학원은 총지출에서도 2194억 원을 사용해 타 재단들을 압도했다. 많이 번만큼 많이 쓴 것이다. 역시 상록재단이 835억 원의 지출로 그 뒤를 이었다.

수익구조가 가장 건강한 재단은 연암학원과 상록재단으로 나타났다. 각각 377억 원, 263억 원의 이익을 남겨 모범 재단의 모습을 보였다. 반대로 미소금융재단은 13억 원의 적자를 남겨 유일한 적자 운영을 했다.

LG, 삼성 다음으로 많은 재단 운영

LG로고
LG로고

공정거래위원회와 국세청에 따르면 LG그룹 관련 재단은 총 6개가 있다.

LG 재단의 출발은 1969년 창업주 구인회 회장이 우리도 기업을 일으킴과 동시에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찾아야 한다는 취지로 설립한 LG연암문화재단이다. LG아트센터 운영, LG상남도서관 운영, 학술 지원, 청소년 교육사업 등 학술지원, 청소년 교육, 문화예술 분야에서 다양한 공익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LG연암학원은 1973년 고 구자경 명예회장이 기술인력 배출을 통해 국가경제와 경쟁력에 이바지할 수 있는 중견 기술인 양성의 산실로 만들겠다는 취지로 설립했다. 주요사업은 연암대학교 운영, 연암공과대학교 운영 등이다.

LG복지재단은 구 명예회장이 1991년 주변의 어려운 이웃들과 함께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고자 설립해 30여 년간 다양한 정의사회 구현 사업 및 다양한 소외계층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주요사업은 LG의인상, 어린이집 건립기증, 저신장아동 성장호르몬제 지원, 청소년/노인/장애인 복지사업이다.

LG상남언론재단은 구 명예회장이 미래사회를 이끌어 갈 언론인의 양성과 언론발전을 지원하기 위해 1995년 설립했다. 이후 언론인 해외연수, 어학교육, 기획/저술출판, 프레스 펠로우십 프로그램, 인터넷 언론정보 서비스 등 언론의 건전한 발전과 국민 문화 향상을 위해 다양한 언론 관련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LG상록재단은 자연환경 보호와 자연자원의 효율적인 이용을 도모하기 위해 1997구본무 회장에 의해 설립됐다. 화담숲 운영, 멸종 위기종 보호사업, 도감 발간 등을 통해 청소년 및 일반인들의 자연환경과 생태계 보호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데 일조하고 있다.

계열사에서 기부금 받고, 계열사에 사업 위탁

LG그룹 공익법인은 LG계열사로부터 받는 기부금과 각자 공익사업에서 창출되는 수익으로 공익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2017LG상록재단은 340억 원을 LG계열사로부터 기부 받았다. 전년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LG화학(115), LG디스플레이(70), LG전자(40) 9개 계열사로부터 기부 받았다.

LG연암문화재단은 계열사 내부 거래 비중이 상당하다. LG전자, LG화학, LG생활건강 등 10여개 LG 계열사에서 출연한 기부금으로 공익사업을 운영했다. 사업 수익 중 '기타사업수익'으로 기재된 돈이 모두 계열사 거래 내역이며, 이는 전체 사업 수익의 39%에 달하는 비중이다. 마찬가지로 재단의 전체 사업비용 중 16%가량이 LG 계열사로 들어갔다.

LG복지재단과 LG문화재단도 LG계열사로부터 각각 55, 64억 원을 기부 받았다. 계열사에서 기부금을 받지 않은 곳은 LG상남언론재단 뿐이다.

그렇다면 LG계열사로부터 들어온 기부금은 어디에 쓰일까?

LG그룹 공익법인이 연간 공익사업에 쓰는 돈은 300~400억 원이다. 2017년에는 333억 원을 썼다. 이중 150억 원은 수목원 조성에 썼다. 150억 원 중 '철새보호사업', '새집달아주기사업', '조류도감사업', '황새 인공 둥지 조성'등 동물 보호 및 도감 사업에는 약 1억 원만 사용했다. 나머지 149억 원은 '화담숲 조성 사업'에 들어갔다.

LG상록재단은 이 사업을 LG계열사인 '서브원'에 맡긴다. LG계열사로부터 받은 기부금이 LG 계열사의 매출로 잡히는 것. LG아트센터를 운영하는 연암문화재단도 2017년 약 50억 원 규모의 계약을 서브원과 체결했다.

333억 원 중 94억 원은 서울시 강남구 소재 LG아트센터 운영비로 썼다. LG연암문화재단은 LG아트센터를 운영하면서 매년 적자를 본다고 밝혔다. 사실상 LG그룹의 후원으로 운영되는 것.

자산규모 비해 공익사업지출액 아쉬움

LG그룹 공익법인의 총자산 대비 공익사업지출액 비중은 11.05%, 191개 상호출자제한 공익법인 및 금융, IT 공익법인 평균인 17.1%를 밑돌았다.

LG연암문화재단의 2017년 총자산(1412) 대비 공익사업지출액은 133억 원으로 9.41%였다. LG복지재단은 총자산이 381억 원인 것에 비해 공익사업에는 31억 원만 썼다. 자산의 8.22%에 불과한 액수다. LG상록재단은 총자산 913억 원에 공익사업지출액이 총 162억 원으로 비중이 17.76%에 달해 LG그룹 공익법인 중 가장 높았다.

공익사업지출액이 가장 적은 곳은 LG상남언론재단이다. 총자산이 308억 원인 것에 비해 공익사업에 쓴 돈은 67000만원에 그쳤다. 총자산의 2.18%에 불과하다.

LG상남언론재단은 언론인을 선발해 해외연수를 보내주고 1년간 체재비, 학비, 항공료 등 실비지원을 하는 데 201722600만원을 썼다. 이와 함께 언론관련 신규 사업 개발 및 공익법인 사업점검, 신문기자 진로탐색을 후원하는 데 쓴 3600만원이 공익사업에 쓴 돈의 전부다. 나머지 4억 원은 인력운영비, 복리후생비, 교통비, 통신비 등의 관리비로 들어갔다. 순수하게 공익사업에 쓴 돈보다 관리비가 더 많이 들었다.

LG그룹의 공익법인 운영은 명성에 비해 아쉬운 수준이다. 공익사업에 쓰는 돈이 자산 대비 많은 편이 아니기 때문. 유명세를 탄 'LG의인상'은 연 6억 원으로 기대만큼 크지 않아, 전체 사업에서 보면 미미한 규모이다.

공시투명성, 공익성은 대체로 맑음

LG그룹 소속 공익재단 LG연암문화재단, LG상록재단, LG복지재단 세 곳의 공시 투명성은 양호했다. 아트센터 운영, 도서관 운영, 국제공동연구 외에도 임직원 급여 및 회계 감사 관련 경비, 항공료, 송금 수수료, 등기 비용까지 항목별로 세세하게 기재했다. 국제공동연구비 지급 내용을 지급 인원 당 건별로 기재한 것은 타 재단에 비해 성실했다.

또한 4대 보험, 소득세 납부까지 상세하게 기재했으며, 특히 복지재단의 경우 2016년도에 출연 받은 재산의 미사용분 부터 꼼꼼하게 공시했다. 해당 사업연도에 출연 받은 재산이 없어 공란으로 두었다는 타 재단들과 달리 공시 규정을 명확히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러 명에게 지급한 급여를 '1'으로 합쳐서 기재해 인원별로 어느 정도의 급여가 지급됐는지 확인하기는 어려웠다. 또한 기부금 지출의 66%를 차지하는 아트센터 및 상남도서관에 지출한 경비를 '목적사업장 운영'으로 묶어서 각각 한 건으로 기재한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아트센터 운영의 어떤 내역에 얼마를 사용했는지 구체적으로 나눠 기재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LG복지재단은 LG화학에서 유트로핀을 제공받고, 이자수익과 사업 매출액으로 공익사업을 영위했다. 어린이집 건립과 저신장 아동 지원 사업, 의인상 사업에 지출했다.

복지재단 사업의 공익성은 비교적 높게 평가된다. 재단은 2008년부터 매년 산업 단지 지역을 대상으로 1개의 보육시설을 건립해 지방자치단체에 조건 없이 기증하는데, 재단은 어린이집 운영에 일체 관여하지 않고, 지자체에서 전문 법인에 위탁해 관리한다.

상속세 절세용으로 공익법인 활용 배제

LG그룹이 운영하는 6개의 공익법인 중 2곳은 지주사인 LG의 지분 2.46%를 보유하고 있다. LG연암학원이 2.13%, LG연암문화재단이 0.33%로 지분가치만 3000억 원이 넘는다. 하지만 그간 공정거래위원회나 시민단체의 큰 주목을 받지는 않았다. 총수 일가의 의결권 확보용이라는 눈총에서는 멀찌감치 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LG그룹은 2003년 재계 1호로 ()LG 중심의 지주사 체제를 수립하면서 지배구조를 정비했다. 2개 공익법인이 LG지분 2.46%를 보유하고 있지만, 구본무 전 회장과 친족이 보유한 LG의 지분율이 47.6%여서 총수일가가 의결권 확보용으로 공익법인을 활용한다는 꼼수논란에서는 벗어나 있었다.

하지만 구본무 회장 타계 후, 공익법인이 관심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구광모 현 회장이 승계구도 확정을 위한 상속과정에서 공익법인이 절세의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공익재단은 최대 5%까지 비과세 증여가 가능하기 때문에, 구본무 회장의 지분 중 2.54%까지를 공익법인에 추가로 증여할 수도 있었다. 그렇게 하면 구광모 회장의 의결권은 유지한 채, 많게는 2000억 원 가까운 상속세를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광모 회장의 선택은 달랐다. 공익법인을 활용한 절세수단을 택하지 않고 8000억 원 전후로 추정되는 상속세를 모두 내기로 했다. 더 나아가 LG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공익법인의 이사장 자리도 다른 사람에게 내줬다. LG그룹은 20187LG구조조정 본부장 출신의 이문호 전 연암대 총장을 LG연암학원, LG연암문화재단, LG복지재단, LG상록재단 4개 공익재단의 이사장으로 선임했다. 회장이 LG그룹 공익법인 이사장에서 물러난 건, LG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LG상남언론재단은 2012년 선임된 변용식 이사장이 계속해서 이사장직을 지키고 있다. 변 이사장 역시 LG 오너출신이 아니다. 변 이사장은 전 TV조선 대표이사이자 조선일보의 발행인 직을 지냈다.

20186월 취임한 구광모 회장은 당시 그룹 첫 인사를 단행하면서 기존에 그룹 내 팽배했던 순혈주의에서 탈피했다. 미래 준비를 위해 외부 인재를 과감하게 등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과거 재벌그룹 지배구조 개선의 모범을 보여줬던 LG그룹이 공익법인 운영에 있어서도 젊고 새로운 미래를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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