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공익재단-미래기술육성재단 탄탄, 꿈장학재단 ‘부실’
-기부금 사용 불투명 공익사업 외면 수익사업 공들여
-김선제 교수 “오너 일가 지배력 강화 수단 악용 우려”지적

빌 게이츠(Bill Gates)·워렌 버핏(Warren Buffett)은 세계 최고의 부자이다. 상상 초월한 기부 천사이다. MS창업자 게이츠는 재단을 설립해 인류의 문제 해결을 위해 막대한 돈을 기부하고 있다, ‘투자의 귀재버핏은 게이츠 재단에 상당액의 기부금을 맡기고 있다. 한국 기업가는 어떤가. 기업마다 재단을 설립해 기부 문화 확산에 노력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윤의 사회 환원·인재양성· 소외계층·문화예술 지원 등 목적으로 공익법인(재단)을 설립한 뒤 실제로는 편법으로 지배력을 확장하고 사익을 편취하는 용도로 활용하고 있다는 논란도 있다. ‘공정뉴스는 공정한 사회 구현을 위해 국내 기업들의 기부문화를 분석해 본다.

삼성그룹(이건희 회장·이재용 부회장)에 속한 재단(財團)의 회계가 최초 공개됐다. 삼성은 상장사 16개사·비상장사 46개사를 거느리고 있다. 연 매출만 300조원이 넘는. 삼성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한 목적으로 14개 재단을 운영하고 있다.

3일 가이드스타코리아의 회계 자료를 분석한 결과,  삼성그룹은 생명공익재단, 의료재단, 미래기술육성재단 등 7개 재단에서 지난 4개 년 간(2014~17 81950억 원에 수익을 얻었고, 76308억 원을 지출했다.

20131월 국세청 고시(2013-5)에 따라 국세청 홈텍스 '공익법인 결산서류 등 공시시스템'에 공시한 결산서류를 기부 활성화 목적으로 분석한 결과이다.  

삼성 재단의 3대 수입원과 2대 지출원은 기부금, 기타수익사업, 기타공익사업(수입원)과 목적사업비, 기타수익사업(지출원)이다.

재계 서열 1위인 삼성은 재단 규모에서도 1위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생명공익재단은 4086억 원의 기부금을 받아 기부금 수입 1위에 올랐다. 기부금수입이 유일하게 3천억 대를 넘는다. 미래기술육성재단이 2000억 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생명공익재단은 기타사업수입에서도 독보적으로 4조원 대를 기록했다. 재단운영에서도 특유의 사업 수완을 발휘했다. 아울러 의료재단도 무려 15416억 원의 기타수입을 벌었다.

기타공익사업수입은 문화재단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재단은 343억 원의 수입으로 329억 원의 수입을 올린 생명공익재단을 간발의 차로 제쳤다.

지출 항목에선 꿈장학재단과 복지재단이 7개 재단 중 유이하게 목적사업비로 1천억 대를 사용했다. 꿈장학재단은 멘토링꿈장학사업(784), 리더육성장학사업(135), 배움터교육지원사업(305) 1348억 원을 사용했다. 복지재단은 장학사업(852), 어린이집 운영 지원(279), 사회복지 프로그램 및 학술연구 지원(13) 1148억 원을 사용했다.

삼성서울병원의 운영주최인 삼성생명공익재단이 기타수익사업지출로 51627억 원을 사용해서 개별 재단 가운데 지출 부문 전체 1위를 차지했다. 의료재단은 14885억 원을 지출해 2위를 차지했다.

4개년도 회계분석 결과 삼성 재단은 5642억 원의 이익이 발생했다. 다른 10대 기업들과 비교했을 때 수입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총수익이 가장 많은 재단은 생명공익재단으로 무려 58624억 원에 이르렀다.

생명공익재단에 이어 의료재단이 15487억 원의 이익을 남기는 사업 수완을 발휘했다.

생명공익재단은 총지출에서도 55127억 원을 사용해 타 재단들을 압도했다. 많이 벌고, 많이 쓴 것이다. 역시 의료재단이 14885억 원의 지출로 그 뒤를 이었다.

수익구조가 가장 탄탄한 재단은 생명공익재단과 미래기술육성재단으로 나타났다. 각각 3497억 원, 1150억 원의 이익을 남겨 다른 재단들을 압도했다. 반대로 꿈장학재단은 378억 원의 적자를 남겨 부실 운영의 비난을 받고 있다.

1

14개 재단 운영...경영상태는 불투명

공정거래위원회와 국세청에 따르면 삼성그룹 관련 재단은 총 14개가 있다.

삼성 재단의 출발은 1965년 창업주 이병철 회장이 주식·토지·건물 등 재산 10억 원 가량을 출연해 설립한 삼성문화재단이다. 리움·호암미술관을 운영하고 해외유학생 지원, 문화·학술단체 지원 사업도 한다.

삼성생명공익재단은 19825월 기업의 이윤을 사회에 환원하고 지역사회에 기여함으로써 체계적인 사회공익사업을 수행한다는 취지로 설립됐다. 주요사업은 삼성서울병원(의료서비스), 삼성노블카운티(노인복지), 삼성행복대상(여성·), 삼성어린이집(영유아교육), 삼성아동교육문화센터(교육·문화) 등이다.

삼성문화재단은 이병철 회장이 19654월 나눔의 철학을 바탕으로 설립해 50여 년간 다양한 문화예술 사업을 전개했다. 주요사업은 미술관 운영(호암·리움), 문화예술지원, 장학사업 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0155월부터 두 재단 이사장을 겸임하고 있다. 현행 상속·증여세법은 공익법인에서 출연한 계열사 지분에 대해 5%(성실공익법인 10%)까지 상속·증여세를 면제해준다. 사실상 이 부회장이 세금 한 푼 내지 않고 두 재단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만큼 지배력을 강화한 셈이다.

이와 관련 김상조 전 공정거래위원장은 경제개혁연대를 이끌던 시절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 취임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삼성생명공익재단의 삼성물산 지분 매입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은 공익법인이 그룹 내 지주사 격인 삼성물산 지분 확보를 통해 이 부회장의 승계를 지원한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삼성복지재단은 이건희 회장이 함께 잘 사는 사회라는 제2창업 이념 구현을 목표로 사재를 출연해 198912월 설립했다. 이후 저소득층 가정을 위한 보육사업(삼성어린이집), 보육프로그램 개발, 장학사업(삼성드림클래스) 등의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삼성복지재단은 삼성이 소유한 공익재단 중 유일하게 본연의 역할에 충실한 재단으로 분류된다. 다만 삼성화재(17517·0.35%), 삼성SDI(17100·0.24%), 삼성물산(8946·0.04%), 삼성전자(89683·0.06%) 등 핵심계열사의 주식을 적지 않게 보유한 점은 개선이 필요한 사항이다.

이밖에도 삼성출신 인사가 재단 이사진으로 의사결정에 참여하거나, 재산 출연으로 설립에 참여한 재단으로 삼성의료재단 삼성언론재단 삼성미소금융재단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등이 있다.

이건희 회장(左)과 이재용 부회장(右) 父子
이건희 회장(左)과 이재용 부회장(右) 父子

기부금 지출내역 불투명

삼성의 공익법인은 엄청난 기부금을 어디에 얼마나 썼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주지 않는다. 공익법인은 기부금을 언제, 어떤 목적으로 누구에게 지급했는지 공시해야 한다.

현재 보건복지부는 사회복지법인의 의료시설 운영을 금지하고 있다. 의료기관 설립법인이 별도 회사를 설립해 부당 이득을 취하거나 의료법인의 이사장 등과 특수 관계가 있는 자의 명의로 의료기기를 납품받는 등의 사익편취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우려가 있는 만큼 공익법인도 기부금 사용 내역을 보다 자세하고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삼성재단이 수백억 원 규모의 기부금을 받았음에도 불구, 기부자 명단을 공개하지 않아 공시 투명성이 의심된다. 재단에 어떻게 수백억 원이 들어왔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상증세법상 공익법인은 출연자, 당해 사업연도 기부자의 이름, 주민등록번호, 출연재산 종류, 출연가액, 이사장과의 관계 등을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국세청 관계자는 "기부자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시정 요구 대상이다. 만약 시정 요구를 받았음에도 수정 공시하지 않으면 가산세를 부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수정 공시를 하지 않으면 성실공익법인 지정 해제까지 갈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삼성재단의 공시자료를 통해서는 기부금이 구체적으로 어디에 사용됐는지 알기가 어려웠다.

공익사업 지출 '찔끔'

현행법은 공익법인의 사회적 역할을 고려해 공익법인이 출연 받은 재산에 대해서는 상속세 및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고 있다. 현금과 부동산 등 주식 이외의 자산을 공익법인에 출연한 경우 상속세와 증여세를 전액 면제해 준다. 주식도 발행 주식 총수의 5%(성실공익법인 20%) 한도에서 면제받을 수 있다. 이 같은 세제 혜택을 받으면서도, 정작 대기업이 사회복지 등 실제 공익 목적에 부합하는 사업비로 사용하는 돈은 적다는 점에 대해 지적이 나온다.

삼성의 재단은 엄청난 자산 규모만큼 벌어들이는 금액도 엄청났다. 하지만, 공익사업 지출에는 인색했다. 191개 상호출자제한 공익법인 및 주요 금융, IT기업 공익법인의 총자산 대비 공익사업지출액 비중 평균은 17.1%, 삼성의 공익법인은 평균에 크게 못 미쳤다.

삼성복지재단의 총자산 대비 공익사업지출액 비중만 66.13% 으로 높았다. 삼성생명공익재단은 0.82%, 삼성문화재단은 1.19%에 불과했다. 삼성생명공익재단은 2조원의 자산을 가졌지만 연간 공익사업에 쓰는 돈은 171억 원뿐이었다. 총자산 7697억 원인 삼성문화재단은 공익사업지출액이 92억 원에 불과했다. 심지어 이 재단의 공익사업지출액은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삼성생명공익재단은 공익사업 보다 삼성서울병원, 시니어 시설인 '노블카운티' 등 수익사업에 더 활발하다.

목적사업비로 1%만을 지출한 삼성생명공익재단은 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실제로 법령에서 정하는 사회복지사업은 사회복지 상담, 직업 지원, 무료 숙박, 지역사회복지, 의료 복지, 사회복지관 운영 등 각종 복지사업과 이와 관련된 자원봉사, 복지시설 운영 등을 목적으로 해야 한다. 사회복지법인을 관할하는 부처인 보건복지부 관계자에 따르면, 현행법상 병원 사업은 사회복지법인으로 허가를 받을 수 없다. 삼성생명공익재단이 설립될 당시에는 병원 운영을 하기 전이라 사회복지법인으로 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 또 사회복지법인이 수익사업을 할 수 있는 경우는 목적사업 경비를 충당하기 위해 법인의 설립목적 수행에 지장이 없는 범위내로 한정된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관계자는 수익사업이 99%라면 사회복지라는 설립목적 수행에 지장이 없는 범위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본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정치권 등에서는 그동안 삼성생명공익재단이 벌어들인 수익에 비해 재단 설립 취지인 공익사업은 소홀하다고 지적했다. 강북삼성병원을 운영하는 삼성의료재단 정도를 제외하면 삼성 공익재단 중 총수익 대비 공익사업 비중이 가장 낮았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생명공익재단은 삼성의 실질적 지주사 삼성물산 지분 1.05%, 삼성 금융계열사 핵심인 삼성생명 지분을 2.08% 쥐고 있다. 공익사업은 뒷전에 밀어놓고 총수일가 지배권을 공고히 하는데 공익재단이 이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은 이유기도 하다.

삼성문화재단은 총지출가운데 목적사업비비중이 23.15%에 불과하다. 이는 계열사 지분을 보유한 공익재단 가운데 총수일가가 이사장으로 오른 4대그룹 공익재단과 비교해 봐도 목적사업비 비중이 현저히 낮은 수준.

삼성복지재단은 비교적 많은 비중의 공익성 지출을 하고 있었다. 총 지출 중 공익사업에 비중은 79.2%. 삼성복지재단은 드림클래스라는 장학사업과 어린이집 운영 지원, 사회복지 관련 학술연구단체 지원 등의 사업을 하고 있다.

삼성의 재단 운영은 기업 명성에 비해 부끄러운 수준. 자산 규모 대비 공익사업 지출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공익사업도 금액만을 지원하는 등 단순해 다양한 공익 창출에도 적극적이지 못하다. 설립 고유 목적인 공익사업보다 수익사업이 활발해 사회공헌을 위해 설립된 재단의 공익성이 의심스럽다는 비판이다.

오너 일가 지배력 강화 수단 비판 여전

정치권과 시민단체 일각에서 총수일가가 당초 설립목적과 달리 편법 경영권 승계나 지배력 유지 수단으로 공익재단을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삼성은 총수의 지배력 유지에 그룹 소속 공익재단을 활용했다.

삼성에스디아이(SDI)20162월 보유중인 삼성물산 주식 500만주 매각에 나섰다. 전년에 끝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새로 생긴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기 위해서였다.

130만주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매입했고, 170만주는 시장에 내다 팔았다. 나머지 200만주는 삼성생명에 딸린 삼성생명공익재단이 샀다. 삼성생명공익재단의 이사장은 이재용 부회장이었다.

삼성생명공익재단이 삼성물산 주식을 매입하면서 이 부회장의 삼성물산에 대한 지배력이 흔들리지 않게 됐다. 당시 재벌 총수가 지배력 유지를 위해 공익법인을 활용한다는 비판이 많았지만, 이 부회장은 개의치 않았다.

삼성생명공익재단이 삼성물산 지분 매입을 위해 지출한 돈은 3063억 원에 이른다. 삼성생명공익재단이 공익사업에 지출하는 돈은 연평균 100억 원 수준인데, 설립 목적과 전혀 무관한 사업에 수십 배의 돈을 쓴 것이다.

김선제(성결대학교 경제학과 교수)한국증권경제연구소 소장은 공익재단은 재벌이 계열사를 지원하는 우회 통로로도 이용된다. 사회공헌 사업뿐만 아니라 총수 일가의 지배력 확대와 경영권 승계, 부당 지원, 사익 편취 등에 이용될 가능성이 상당하다공익법인이 공익 증진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벗어나 악용되지 않도록 제도 개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현 성결대 교수이며 전 외환은행·대한생명(현 한화생명)에서 채권 투자 전문가로 활동했다.

저작권자 © 공정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