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DLF 관련 중징계인 문책경고... 금융위도 제재심서 금감원 손 들어줘

금융감독원이 손태승 우리은행장 겸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에게 중징계인 ‘문책경고’를 내렸다. 이로써 손 회장은 연임이, 함 부회장은 차기 하나금융지주 회장 도전이 불가능해질 전망이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왼쪽),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왼쪽),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금감원은 30일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관련 세 번째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이같은 징계를 결정했다. 제재심은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에 대해 업무 일부정지 6개월과 과태료 부과도 금융위원회에 건의하기로 했다.

‘문책경고’라는 중징계가 나온 배경에는 은행뿐만 아니라 경영진에게도 내부통제 부실 등의 책임이 있다는 금감원의 판단이 작용했다. 금감원이 두 은행의 내부통제 결함을 2017년부터 수차례 경고했지만 개선하지 않았고, 이미 지난해 한차례씩 기관경고를 받은 것도 이번 CEO 제재 수위에 영향을 줬다. 여기에 그동안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던 금융위측 인사가 제재심에서 금감원의 손을 들어준 것도 CEO 중징계에 힘을 실어줬다는 관측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하나은행 경영실태평가 결과 내부통제 등급이 저조해 2017년 내부통제개선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우리은행도 2018년 경영실태평가에서 내부통제 미흡을 경고했고, 같은 해 실시한 파생상품 판매 미스터리쇼핑에서도 낮은 점수를 받아 내부통제 개선을 주문했다는 것이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2018년 12월과 2019년 4월, 7월에 걸쳐 내부통제시스템을 개선했다고 금감원에 보고했다. 금감원은 금융회사의 자율적 내부통제 기능 강화를 유도하고 있는데 두 은행이 사실상 허위보고를 한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지난해 금감원으로부터 각각 ‘기관경고’ 제재를 받은 것도 이번 손 회장과 함 부회장 중징계에 영향을 줬다. 기관제재가 반복되면 가중처벌이 가능하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9월 고액 현금거래 보고 지연, 하나은행은 같은 해 11월 양매도 상장지수증권(ETN) 불완전판매로 제재를 받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31일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에 그동안 내부통제 개선 필요성을 여러번 지적했다”며 “감독당국이 문제를 거듭 지적했지만 은행이 개선 노력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감독자인 CEO의 책임을 물은 것”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의 제재 결정에 대해 은행들은 지배구조법을 근거로 반발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하면 CEO 처벌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중징계 결정으로 연임을 앞두고 있던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손 회장은 오는 3월말 임기 만료후 연임이 사실상 확정됐었다. 은행권에서는 주총이 코 앞으로 닥친 손 회장이 법원에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 행정소송으로 끌고 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함영주 부회장도 회장 도전이 벽에 부딪힌 상황이다. 함 부회장은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후임으로 유력시됐다.

다만 금감원 제재심 결론이 최종 확정되기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금감원 자문기구인 제재심의 심의결과는 법적 효력은 없다. 추후 금감원장 결재 또는 증권선물위원회 심의, 금융위원회 의결을 통해 최종 확정된다.

일각에서는 DLF 사태에 대해 ‘금융당국 책임론’도 제기한다. 금융위가 2015년 사모펀드 최소 투자 한도를 5억원에서 1억원으로 완화한 후 사모펀드 시장이 급격히 커졌고, 금감원이 감독 역할을 소홀히 해 이 같은 사태가 초래됐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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