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당 지도부 예방하며 ‘새로운 각오’ 전달…반가운 웃음 속에서도 입장차 극명

“총선이 끝나면 협치 내각을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소통을 뛰어넘어 제도적으로 그런 길을 모색하겠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 14일 우여곡절 끝에 문재인 정부 두 번째 총리로 취임했다. 그는 취임 다음 날 국회를 찾아 ‘협치’를 강조하며 각 당의 협조를 부탁했다.
 
정 총리는 취임식에서도 기업을 경영하기 좋은 환경 조성과 함께 소통·협치로 사회통합을 이루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어 원내 야 3당과 어떤 ‘협치’를 모색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전직 국회의장으로 ‘삼권분립’에 위배된다는 논란에도 정 총리는 대한민국에 대한 마지막 봉사, 그리고 이에 따른 희생과 헌신을 총리 수락의 이유로 꼽았다. 총리로서 헌법과 법률이 부여한 책임을 다하겠다는 점도 강조했지만, 경색된 여야 대치를 꼭 풀어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도 총리직을 맡는데 한몫했다.
 
정 총리는 15일 문희상 국회의장을 찾았다. 그는 문 의장과 환담하는 자리에서 정쟁으로 얼룩진 20대 국회의 난맥상을 거론하며 대결적 정치문화가 고착될수록 제대로 된 국정운영이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20대 전반기 국회의장을 맡았던 입장에서 정쟁과 갈등이 팽배한 여의도 정치에 대한 솔직한 고민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정 총리는 ‘협치’를 20대 국회에서도 많이 거론했지만, 정작 이뤄진 것이 없다고 회고하며 쉽지만, 다시 한 번 도전해야 하는 절실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 해법으로 “국민을 잘 섬긴다고 하는 목표는 국회나 행정부나 다 똑같으니 ‘협치의 새로운 전형’을 만들었으면 한다"고 했다.
 
문 의장은 정 총리의 별명인 ‘미스터 스마일’의 진면목이 드러날 때가 됐다고 덕담을 건네며 국회가 지원할 수 있는 최대 지원하겠다고 화답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예방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출처=뉴시스]

민주당, 친정과 ’협치’

정 총리의 더불어민주당 방문에는 웃음꽃이 먼저 피었다. 이해찬 대표는 친정을 방문했다며 정 총리를 반갑게 맞았고 총리도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정부 입법 처리부터 주문했다. 정 총리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선 국회에서 법제도 정비가 꼭 필요하다고 전제하면서 “정부 입장에서 신속하게 처리돼야 할 법들이 2월과 4월, 5월에도 여당이 국회에서 잘 처리돼 국정이 원만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이 대표도 “친정에서도 많이 도울 테니 많은 도움 주시길 바란다"라며 "복잡한 사안이 많지만, 당정청 간 긴밀하게 소통해가면서 잘 풀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 대표는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올해 총선에서는 엄정하게 중립을 잘 지켜 구설이 안 생기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하면서 “당도 정 총리에게 의존하지 않고 선거를 잘 치러내 문재인 정부 후반기가 안정적으로 운영되도록 기반을 잘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책임총리로서 협치의 총리, 통합의 총리로서 많은 성과를 내달라고 요청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바른미래당을 방문, 손학규 대표를 예방하고 있다. [출처=뉴시스]

바른미래당, 과거 동지로 ’협치‘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를 예방한 자리에선 정 총리는 손 대표와 과거 인연을 떠올리며 국회에서의 협조를 부탁했다. 전북에서 3선을 하다 서울 종로로 지역구를 옮길 당시 당 대표였던 손 대표가 응원과 지원을 아끼지 않아 성공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정 총리는 손 대표를 향해 깍듯한 인사와 더불어 “새로 21대 구성되는 국회에서 협치하지 않으면 이 나라가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다”고 협치를 재차 강조했다.
 
손 대표도 국회 안에서 정당 간 진정한 협치, 합의로 민주주의를 이뤄야 하고 대통령도 모든 걸 전횡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국정을 끌어나가는 정치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총리의 ‘협치’를 환영했다.
 
그리고 “책임총리제를 구현하면서 실질적으로 국정을 책임지는 총리가 돼서 내각의 장관들이 국정을 다 하는 행정부가 됐으면 좋겠다”며 책임총리의 역할도 강력히 주문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17일 국회에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를 예방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출처=뉴시스]

한국당, 총리 선배와 ‘협치’

정 총리와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만남은 전직 총리와 현직 총리의 만남으로 관심을 끌었으나 일정을 이유로 17일에서야 예방이 이뤄졌다. 정 총리의 한국당 방문은 덕담도 오갔지만, 날카로운 비판으로 긴장감이 돌기도 했다. 하지만 대화의 주제는 역시 ‘협치’였다.
 
정 총리는 박근혜 정부에서 마지막 총리를 역임한 황 대표에게 총리 선배로서 조언을 부탁하면서도 국회에서의 긴밀한 협치를 부탁했다.
 
20분간 이어진 황 대표와 면담에서도 정 총리는 특유의 웃음으로 답변을 대신하며 20대는 물론 21대 국회에서도 제1야당의 협조와 협치가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정 총리는 “2월 열리는 국회에서 시급한 민생 현안이나 국민 생활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특히 4차 산업을 준비하는 데 필요한 것들은 한국당이 국민의 관점에서 대승적으로 잘 도와주기를 부탁한다”고 요청했다.
 
반면 황 대표는 경제 활성화를 위한 협치는 언제든지 환영한다면서도 야당에서 지적하는 문제점에 대해 반성을 하지 않은 독주를 계속한다면 협조할 수 없다고 거칠게 반응하며 야당과는 순탄치 않을 ‘협치’를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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