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상조→조성욱, 공정위 수장 교체... 일감몰아주기 강공 드라이브
- 퀄컴·애플·네이버 등 ICT ‘갑질’에 철퇴... 국내기업 M&A 승인도
- 프랜차이즈 헌법소원·타다 금지법 통과에 공정위 체면 구기기도

다사다난했던 2019년의 해가 저물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행보도 가팔랐다. ‘공정위號’의 선장이 ‘재벌저격수’ 김상조에서 조성욱으로 바뀌었다. 달콤한 승리를 거둔 한 편으로는 체면을 구기는 일도 있었다. <공정뉴스>가 선정한 공정위 관련 10대 뉴스를 살펴본다.

① 재벌 저격수에서 일감몰아주기 공격수로
올해 공정거래위원회의 가장 큰 변화는 ‘재벌 저격수’ 김상조 위원장 후임으로 조성욱 위원장이 취임한 일이다. 지난 9월 10일 취임한 조 신임 위원장은 취임 일성으로 갑을관계에서 발생하는 불공정 행위와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등 시장의 반칙을 용납하지 않겠다며 엄단 방침을 밝혔다. 조 위원장이 밝힌 주요 4개 과제는 ▲갑을관계 문제 개선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시정 ▲혁신 시장생태계 조성 ▲소비자 보호 등으로 요약된다.

 

② 퀄컴 1조 과징금 승소
지난 12월 4일 서울고법은 미국 퀄컴이 공정위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및 과징금 부과 명령 취소 청구소송에서 공정위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앞서 공정위는 전세계 통신칩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퀄컴이 부품 공급을 볼모로 삼성·LG 등 휴대전화 제조사에 자사의 특허권 계약을 강요하는 등 ‘갑질’을 했다며 1조원대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공정위는 앞서 2009년부터 10년째 퀄컴의 시장지배적지위 남용 행위들에 대해 칼을 빼들고 있다. 퀄컴은 이번 판결에 대해 즉각 상고 입장을 밝혔다.

 

③ ‘갑질 논란’ 애플 동의의결 거부
애플코리아의 거래상 지위남용 행위와 관련해 애플이 낸 동의의결 신청안에 대해 공정위가 퇴짜를 놨다. 공정위는 지난 9월 25일 열린 전원회의에서 애플 측이 제출한 시정방안이 미흡해 보완이 필요하다고 보고, 개선된 시정방안을 제출하면 다시 심의해 수용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동의의결은 법 위반 혐의로 조사받는 기업이 스스로 시정방안을 제안하는 제도다.

 

④ LG유플러스, CJ헬로 인수
공정위는 수년간 끌어오던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를 조건부 승인했다. 앞서 3년전 불허 결정을 내린바 있지만, 그동안의 시장변화를 인정해 바뀐 결과를 내놨다. 다만 공정위는 케이블TV 수신료를 소비자물가상승률 이상으로 올리지 못하게 하는 등 시정조치가 부과됐다.
내년 초에는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의 합병도 결실을 맺을 예정이고, KT 역시 합산규제 이슈가 해결 되는대로 케이블TV M&A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⑤ 프랜차이즈 업계 ‘헌법소원’
한편 공정위는 곤혹스러운 일을 겪기도 했다. 지난 3월 한국 프랜차이즈협회는 정보공개서에 차액가맹금과 필수물품 공급가격 상·하한선 등을 공개하도록 한 ‘가맹사업법 시행령’에 대한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이어 행정법원에 공정위 시행령에 대한 집행금지 가처분 신청도 제기했다. 프랜차이즈 업계가 정부의 정책에 반해 위헌소송을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⑥ ‘타다 금지법’에 체면 구긴 공정위
일명 ‘타다 금지법’으로 불리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법사위와 본회의 통과만을 남겨뒀다. 운전자 알선을 관광 목적으로 6시간 이상 대여할 때로 한정하고, 대여와 반납 장소도 공항과 항만으로 제한해 사실상 타다 사업을 금지하는 내용이다.
이 과정에서 공정위는 체면을 구겼다. 정부 부처 중 유일하게 반대 입장에 섰던 조성욱 위원장의 ‘소신’은 주무 부처 국토교통부의 반발과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택시업계 눈치를 보는 국회의원들의 벽에 부딪혔다.

 

⑦ 공정위 ‘단골’ 된 쿠팡
공정위는 올 한해도 기업엔 저승사자였다. 특히 쿠팡에게는 힘든 한 해였다. 올해 잇달아 경쟁업체 등의 공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배달의민족을 운영 중인 우아한형제들은 지난 5월 쿠팡이 입점업체들에 배민과의 계약 해지를 요구하고, ‘영업비밀’을 확보했다며 공정위에 신고한 데 이어, 6월에는 위메프가 쿠팡이 납품업체에 위메프보다 더 낮은 가격으로 공급하고 손실도 자체 부담할 것을 요구했다고 신고했다. 같은 달 LG생활건강은 쿠팡이 경쟁업체에 제품 납품가를 공개하고, 합당한 근거 없이 반품을 받아줄 것을 요구한 뒤 받아들여지지 않자 계약을 중단했다고 신고에 나섰다. 식품포장업체 크린랩도 지난 7월 쿠팡을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신고했다.

 

⑧ 네이버 등 ICT분야 칼 겨눈 공정위
공정위는 지난 11월 국내 최대 포털인 네이버가 쇼핑·부동산 등에서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한 것으로 결론짓고 제재에 착수했다. 네이버가 특정 상품을 검색할 때 네이버 스토어팜·네이버페이 등록 사업자의 상품을 우선 노출시키도록 한 것이 검색시장에서의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한 행위라는 판단이다. 또 부동산 및 동영상 서비스와 관련해서도 네이버부동산과 네이버TV를 우선적으로 노출한 것도 우월적 지위를 남용했다고 공정위는 보고 있다.
공정위는 앞서 2008년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한다며 네이버를 제재했으나 2014년 대법원에서 패소했다. 이어 2014년에는 검색과 검색광고를 구분하지 않고 게시하고 시장지배 사업자 지위를 남용했다는 이유 등으로 네이버를 조사했다가 동의의결 절차를 통해 사건을 종결한 바 있다. 공정위의 판단에 따라 네이버가 제재를 받는다면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 올해 들어 아홉 번째가 된다.

 

⑨ 하림·교보생명, 계열사 위법 의결권 행사 제재
하림과 교보생명보험이 소속 금융·보험사를 통해 비금융계열사의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했다가 공정위의 시정명령과 경고 처분을 받았다. 지난 22일 발표한 총자산 10조원 이상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금융·보험사 의결권 행사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하림그룹 산하 에코캐피탈과 교보생명보험그룹의 KCA손해사정이 공정거래법을 위반하는 의결권을 총 18회 행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거래법은 특수관계인과 합해 15% 이내 행사 이외에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금융·보험사가 비금융계열사 주식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⑩ ‘누적 벌점’ 5점 넘으면 ‘공공입찰 배제’
과거 5년간 입찰 담합 건으로 공정위로부터 받은 누적 벌점이 5점을 넘는 업체가 조달청 등 정부 기관의 입찰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공정위가 발주 기관에 배제를 요청하는 내용을 담은 ‘입찰에서의 부당한 공동행위 지침’을 내년 1월부터 시행한다.
기존 지침에서는 누적 벌점이 5점을 넘고, 다시 한번 입찰 담합이 적발됐을 경우 입찰 제한 요청 대상에 포함됐지만, 새 지침은 받은 벌점이 5점을 초과한 사업자에 즉시 제한 요청을 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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