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조양호 회장이 떠나고 나면서부터 예고됐던 '남매의 난'이 마침내 현실로 이뤄지게 됐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조원태 회장이 선친의 유훈과 달리 그룹을 운영해 왔으며, 가족 간 협의에 무성의와 지연으로 일관한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앞서 조양호 회장은 생전 자신이 겪었던 형제 간 갈등을 두고, 이들에게 "가족들과 잘 협력해서 사이좋게 이끌어나가라"는 입장을 전했지만, 그가 떠난지 1년도 지나지않아 한진 총수일가 3세들이 경영권을 갖기 위한 움직임을 갖기 시작했다. 

현재 한진그룹은 총수일가 3세 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앞서 2014년 '땅콩회항' 사건이 발생하고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지난해 3월 칼호텔네트워크 대표이사로 복귀를 시도했지만, 조현민 전무의 '물컵 갑질' 논란이 불거지며 다시 한 번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게됐다.

"조 전 부사장과 법률대리인의 거듭된 요청에도 불구하고 최소한의 사전 협의도 하지 않고 경영상의 중요 사항들이 결정되고 발표됐다"며 "한진그룹의 발전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기 위해 향후 다양한 주주들의 의견을 듣고 협의를 진행해 나가고자 한다"고 독자적인 노선을 걷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원' 또한 '한진그룹의 현 상황에 대한 조현아의 입장'이란 제목의 자료를 통해 "조원태 대표이사는 공동 경영의 유훈과 달리 한진그룹을 운영해 왔고, 지금도 가족간의 협의에 무성의와 지연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말 문을 열었으며, "조 전 부사장은 작고하신 고(故) 조양호 회장님의 상속인 중 1인이자 한진그룹의 주주로서, 선대 회장님의 유지에 따라 한진그룹을 지속적으로 성장, 발전시키고자 하는 의지를 가지고 있고, 이에 대해 깊은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선대 회장님은 생전에 가족들이 협력해 공동으로 한진그룹을 운영해 나가라고 말씀하시는 등 가족들에게 화합을 통한 공동 경영의 유지를 전하셨다"며 "또한 선대 회장님은 임종 직전에도 3명의 형제가 함께 잘 해 나가라는 뜻을 다시 한 번 밝히시기도 하셨다"고 덧붙였다.

조현아 전 부사장이 '조원태 체제'에 반기를 든 가운데, 한진그룹주는 일제히 상승세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진칼(180640)은 12월 23일 오후 14시 23분 기준 전거래일 3만 8500원 대비 18.70%(7200원) 상승한 4만 5700원에 거래됐다. 한진(002320)은 전거래일 3만 400원 대비 8.22%(2500원) 상승한 3만 2900원, 한진중공업(097230)은 전거래일 4845원 대비 0.31%(15원) 상승한 4860원에 거래됐다.

한편,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한진그룹 총수일가 남매들의 경영권 다툼이 길어지면 길어질 수록 격랑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관측을 내놓고 있다. 특히 공동 경영 논의 과정에서 남매 간 갈등이 심화하면 사이 좋은 분할 경영과 거리가 멀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이어지고 있다. 앞서 한진그룹 2세들이 형제 간 다툼 끝에 계열분리를 했듯이, 3세들 또한 회사를 쪼개는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말이다.

아울러 조현아 전 부사장의 갑작스러운 공격에 조원태 회장이 나설 대응 방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조양호 전 회장이 보유했던 한진칼 지분 17.84%는 이명희 고문과 조원태·현아·현민 3남매가 각각 1.5:1:1 비율로 상속받았다. 조 회장의 한진칼 지분은 기존 2.32%에서 6.46%로 확대됐다. 이 고문의 지분은 5.27%, 조 전 부사장과 조 전무의 한진칼 지분율은 6.43%, 6.42%다.

조 회장 입장에서는 향후 조 전 부사장이 다른 주주들과의 연대에 나선다면 경영상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오너 일가의 불협화음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분쟁이 본격화할 경우, 어느 편에 무게 중심이 실리느냐에 따라 그룹 경영권의 향배가 결정될 수 잇기 때문이다. 한진그룹 측은 "아직 정확한 내용을 파악 중"이라며 공식 입장을 내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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