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의 손목을 주목하라. 시계를 향한 남성들의 구애가 끝이 없다.

시계 시장의 주구매자는 의외로 40, 50대 남성들이 주축이다. 몇 천만원대에 이르는 고급 명품 시계는 없어서 못 팔정도다. 시계를 사기 위해 웨이팅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는 남성들도 있다. 고가의 시계를 즐겨 찾는 소비자들이 크게 늘어나면서 ‘워치 홀릭(watch holic) 코리아’로 불릴 정도다.

대표적인 글로벌 시계 브랜드는 리치몬트 그룹의 자회사인 ‘리치몬트코리아’와 스와치 그룹의 자회사 ‘스와치그룹코리아’다. 국내 명품 시계 시장의 성장 추이를 알기 위해서는 양사의 매출 추이를 보면 된다.

시계 업계에서는 양사가 차지하는 국내 시장 점유율이 60%를 상회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리치몬트코리아'가 취급하는 시계 브랜드는 10개인데, 모두 고가의 명품 브랜드다. 스와치그룹코리아도 마찬가지다.

당초 ‘바쉐론 콘스탄틴(Vacheron Constantin)’, ‘브레게(Breguet)’, ‘피아제(Piaget)’, ‘예거 르쿨트르(Jaeger-LeCoultre)’, ‘아이더블유씨(IWC)’ 등 스위스제 고급 명품 시계 브랜드들이 한국에 속속 매장을 오픈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반신반의 했다.

 

뚜르비옹 까루셀 시계. (사진=블랑팡 홈페이지)
뚜르비옹 까루셀 시계. (사진=블랑팡 홈페이지)

그러면 왜 남자들이 시계에 몰입하는 것일까?

우선 남성들을 사로잡고 있는 것은 기계식 시계만이 갖는 정교한 ‘기계의 미학’이다. 중력에 의한 오차를 최소화 한 ‘뚜르비옹(Tourbillon)’ 시계 등과 같은 정밀한 기계의 작동방식에 대해 남성들은 이구동성으로 “알면 알수록 매력적”이라고 말한다.

시계 업계에서는 남자들이 갑자기 시계에 매달리는 이유에 대해 “꾸미는 남자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남성의 시계가 패션코드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같은 시계를 갖고 있고 알고 있다는 공유하는 심리와 좋은 시계를 갖고 있다는 자부심도 고급 명품 시계에 남성들이 몰리는 한 요인이다.

경제력을 갖춘 40대 중후반 남성들이 고급 시계의 최대 고객으로 부상했다. 이들은 시계가 남자들의 자신감을 보여줄 수 있는 소품이라고 생각한다. 대부분 3~4개 이상의 명품 시계를 소유하고 있다.

처음에는 대중적인 시계 브랜드로 시작하다가 보다 좋은 시계를 손목에 두르려면 오메가, IWC 등으로 가고, 이게 대중적이다 싶으면 파르미지아니, 예거 르쿨트르, 바쉐론 콘스탄틴까지 계속 올라가는 것이다.

 

파텍필립의 그랜드마스터 차임 시계. (사진=파텍필립 홈페이지)
파텍필립의 그랜드마스터 차임 시계. (사진=파텍필립 홈페이지)

시계는 단순히 시간을 확인하는 기계가 아니라 자신의 명함이자 스스로의 가치를 평가하는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보통 남자들은 직업적 성취를 기념하기 위해 처음으로 지위 과시용 시계를 구입한다. 혼자 하는 하이파이브 같은 느낌이다. 이 시계는 차고 다닐 수 있는 트로피가 되고, ‘난 이걸 할 수 있어’라고 상기시켜주는 물건이 된다.

한편 시계를 물려줄 때 비교적 세금에서 자유롭다는 장점을 이용해 시계를 구입하는 등 재테크 차원에서 시계에 몰입하는 자산가들도 늘고 있다. 명품 시계의 경우 한정판이 많아 골동품으로서의 가치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롤렉스나 파텍필립 등 일부 명품 시계는 소량 생산되는 ‘희소성’이 있어 중고 가격이 새로 산 시계보다 더 오르는 현상도 자주 발생하고 있다. 이래저래 고급 시계의 전성시대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다.

 

패션디자이너 제니안은 구찌오구찌의 에스페리언자와 폴란티노ㆍ라프시몬스 디자이너이자 구찌오구찌의 에스페리언쟈 부사장을 맡고 있는 패션 전문가다.
패션디자이너 제니안은 구찌오구찌의 에스페리언자와 폴란티노ㆍ라프시몬스 디자이너이자 구찌오구찌의 에스페리언쟈 부사장을 맡고 있는 패션 전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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