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인사 간섭 및 사전협의 없는 공급 축소 등 불공정 거래 경험 45.4%
제약업계 리베이트 관행 여전... 자동차 순정부품 구입 강제 관행도
공정위, 제약·자동차판매·부품 대리점거래 실태조사 결과 발표

자동차 판매 대리점의 불공정거래 경험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회사들이 대리점 직원인사에 간섭하고, 사전협의 없이 공급을 축소하는 등 갑질이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제약업계의 리베이트 관행은 여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위가 지난 9월 한 달 동안 제약·자동차판매·자동차부품 등 3개 업종에 182개 공급업자, 1만5531개 대리점을 대상으로 대리점 실태를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공정위에 따르면 현대, 기아, 르노삼성 등 자동차회사들은 자사 대리점에게 특정한 인테리어 양식을 요구하면서 시공업체까지 지정한 경우가 48.7%에 달했다. 공정위 조사에서 대리점들은 통일된 인테리어 양식의 필요성을 인정했지만 자동차회사들이 지정한 업체가 높은 시공가격을 산정한다는 불만을 드러냈다.

판매 대리점 직원의 인사에도 자동차회사들은 관여했다. 직원 인사에 간섭을 받았다는 응답을 한 대리점이 28.1%였다. 인사 간섭은 A대리점 직원을 B대리점으로 옮기라는 등의 부당한 지시사항을 대리점주에게 요구한 경우였다. 대리점과 사전협의 없이 자동차 공급량을 줄인 경우도 15.4%에 달했다.

자동차 판매 대리점의 88.2%는 자동차 회사로부터 판매목표를 제시받았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을 때 불이익을 경험한 대리점도 31.7%에 달했다. 조사대상 대리점의 40.1%는 자동차회사의 강요 때문에 판촉행사에 참여한 적이 있었고 판촉행사 비용을 대리점이 모두 부담한 경우도 13.3%였다.

제약업계의 고질적인 리베이트 관행도 여전했다. 리베이트는 대형 병원이 특정 제약회사에 약품 공급 계약을 맺은 조건으로 제약회사가 직접 혹은 대리점 등 제3자를 통해 대가를 받는 불법 행위다.

대리점의 16.9%는 ‘아직도 리베이트가 문제가 되고 있다’고 답했다. 다만 대형 제약회사로부터 병원 등에게 리베이트를 제공하라고 직접적으로 요구받은 대리점은 전제 조사대상의 2%에 그쳤다.

이 같은 조사결과를 토대로 공정위는 리베이트의 제공이 주로 대형 제약회사인 공급업자를 중심으로 일어나며 대리점이 나서서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경우는 많지 않은 것으로 분석했다.

제약회사로부터 리베이트를 제공하라는 요구를 받았던 대리점들이 리베이트를 요구받은 품목은 원내처방의약품(62.5%)이 대부분이었다. 원내처방의약품은 약국을 거치지 않고 병원에서 판매가 완료되는 의약품을 말한다. 한용호 공정위 대리점거래과 과장은 "원내처방의약품을 사주는 대신 금품이나 향응 등 리베이트를 원하는 병원과 이에 응하라고 요구하는 제약회사들이 아직도 있다는 얘기"라고 했다.

자동차부품 대리점의 경우 주문하지 않은 제품을 구입하라고 강요당한 경험(29.2%)이 상당수 있었다. 또 제품 구입을 거절할 경우에는 공급계약을 해지하거나 계약갱신을 거절(18.1%)하고 거래조건을 대리점에 불리하게 변경(9.5%)하거나 공급물량을 축소 또는 공급지연(5.4%)하는 곳도 많았다.

제약, 자동차 판매, 자동차 부품 등 3개 업종 대리점의 80~90%가량은 영업지역이 설정되지 않거나 설정되더라도 위반할 경우 제재가 없어 과열경쟁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자동차 판매, 자동차 부품, 제약 등 3개 업종의 대리점 업종은 연 매출 10억원 이상이 각각 67.5%, 61.6%, 43.6%를 차지했다. 제약대리점의 48.1%는 4~6억원의 창업비용이 들었다. 자동차 판매 대리점의 41.4%는 2~4억원, 자동차 부품 대리점의 36.3%는 1~2억원이 들었다.

한용호 공정위 대리점거래과장은 “대리점 분야의 공정한 거래질서 확립을 위해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3개 업종에 대한 표준계약서를 제정해 보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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