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가는 軍통신망 사업... 최고가 낙찰의 '비밀'
거꾸로 가는 軍통신망 사업... 최고가 낙찰의 '비밀'
  • 한승훈 기자
  • 승인 2019.10.14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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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가 부풀리기· 뇌물 제공 전력···최고가 입찰에도 낙점
-한화시스템·방사청···“입찰 제한할 법적 근거 없어”

한화시스템이 국군 전술정보통신체계(TICN) 3차 양산 사업을 위해 진행한 발전기 공급업체 공개 경쟁입찰에서 올해 2월 방산물자 지정 취소 처분을 받은 기업을 최종 선정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한 번 비리에 연루되면 ‘방산비리 업체’라는 낙인이 찍혀 진행하던 사업뿐만 아니라 업계 자체에서 퇴출되는 국내 방산업계 특수성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일이다. 방산업계에서는 막대한 혈세가 투입되는 방위 사업에 납품비리 전력이 있는 기업이 곧바로 다시 참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비리업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TICN은 정부가 10년 동안 5조 4000억 원을 투입하는 대규모 국방정보화 사업이다. 국방연구소 주관 아래 한화시스템을 중심으로 2010년부터 2015년까지 개발을 마쳤다.
TICN 사업에서 발전기는 핵심 장비 가운데 하나다. 전시에 유·무선망이 파괴돼도 군 지휘통제와 전술통신 체계를 위해 군용 트럭에 발전기를 실어 전원을 공급하기로 했다.
한화시스템은 지난 8월 중순부터 3차 양산을 앞두고 발전기 공급업체 공개입찰을 진행해 왔다. 최종 4개 업체가 참여했고 제안서 평가 등을 거쳐 9월 11일 S전기가 낙찰 업체로 선정됐다. 한화시스템은 방사청에 결과를 알린 뒤 9월 24일 업체에 우선협상 대상자 선정을 통보했다. S전기와 추가 협상을 통해 최종 납품 계약을 체결을 앞두고 있다.
이번에 선정된 S전기는 2015년 1차 양산부터 한화시스템과 계약을 맺고 올해까지 진행되는 2차 양산 사업까지 발전기 공급을 맡아왔다.
문제는 이 업체가 그동안 각종 비리 의혹에 휩싸였다가 대부분 사실로 드러났다는 점이다. S전기는 2012년 군 통신체계에 필요한 발전기 개발에 참여해 발전기에 장착될 외국산 디젤엔진을 수입하는 과정에서 가격을 부풀려 21억원에 달하는 차액을 가로챈 혐의로 이 회사 C부사장이 올해 초 구속됐다. 해당 사건으로 S전기의 발전기는 방산물자 지정 취소 처분을 받았다.
S전기는 TICN 초도 생산이 시작되기 전부터 방사청 기동화력사업부장이었던 홍모 준장에게 19차례에 걸쳐 3400만 원을 전달했다. 2015년 9월 S전기가 납품하는 발전기는 방산물자로 지정됐다. 2016년에는 S전기도 방산업체로 지정됐다.
2017년 12월, 대법원은 뇌물을 받은 홍 준장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그대로 확정했다. 그러나 S전기는 사업에서 배제되지 않았다. 홍 준장이 돈은 받았지만 방산물자 지정 등의 대가성은 입증되지 않아서다. 방사청은 로비 사건이 불거진 이후 협력업체 전반에 청렴계약서를 쓰게 하고, 위반하면 방산물자 지정 취소 및 제재를 하기로 결정했는데, S전기는 여기서도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았다. 이 업체의 발전기는 방사청 결정이 내려지기 전에 지정된 만큼 제재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였다.
그대로 사업이 진행된 지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S전기의 또 다른 비리가 드러났다.
이번엔 원가 부풀리기였다. S전기는 1~2차 양산 과정 전반에서 발전기를 구성하는 핵심 부품을 국내 하청업체로부터 사들인 뒤, 자신들의 자회사를 거쳐 미국으로 수출하고 이를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해외 수입품으로 둔갑시켰다.
당초 135만 원이었던 부품 가격은 400만 원 이상으로 뛰었다. 부품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는 데도 납품 단가가 3배 이상 올라갔다. 이 과정에서 S전기는 해외에서 수입해 오면서 작성한 수입서류에서 가격을 화이트로 지워 부풀린 가격을 적은 뒤, 이를 복사해 한화시스템에 제출하는 방식으로 속였다. 
비리가 수면 위로 드러나자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가 수사에 착수했고, 비리에 연루된 S전기 임원들은 올해 초 구속 기소됐다. S전기의 발전기는 방산물자 지정이 취소됐다.

한화시스템 “참여 제한할 수 없었다” 
3차 양산과 관련한 발전기 공급 공개입찰에서도 석연치 않은 정황이 나타난다.
이번 입찰에 참여한 업체들이 한화시스템이 제출한 가격 제안서를 보면, S전기가 556억 원으로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했고 다른 업체 3곳은 각각 530억 원, 510억 원, 400억 원을 써냈다. 가장 낮은 가격을 제시한 업체의 경우 일부 장비를 납품하지 않는 조건으로 가격을 낮췄다.
그러나 이를 제외해도 S전기는 다른 업체보다 10억~20억 원 높은 가격을 써 냈다. 경쟁입찰 과정에서 가장 비싼 가격을 써낸 업체가 선정되는 일은 드문 일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한화시스템이 받는 ‘일반 관리비’를 주목한다. 한화시스템은 발전기 납품을 받고 이를 유지·관리하는 비용을 별도로 받는데, 납품 대금이 높을수록 한화시스템이 받는 관리비가 올라간다. 한화시스템은 앞선 사업 과정에서 납품 대금의 13%가량을 일반 관리비로 받아왔다. 
한화시스템은 S전기의 문제를 누구보다 잘 알지만 법적으로 참여를 배제할 순 없었다는 입장이다.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앞선 검찰 수사 및 법원 판결에 따르면 S전기 임직원들의 개인비리라는 결과가 나왔으며, 이에 따라 업체 경영진이 모두 교체됐다”며 “그동안 S전기가 납품해온 장비의 품질이나 성능에 문제가 있었던 게 아니기 때문에, 공개입찰 참여를 제한하면 공정성 측면에서 또 다른 문제가 불거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업체 선정 과정에선 다른 사업들보다 더 공정한 평가에 집중했다. 업체들이 제출한 제안서와 각종 서류 등을 토대로 제출 가격뿐만 아니라 납품 기일을 제대로 맞출 수 있는지, 품질을 보장할 수 있는지 여부 등을 확인했다”며 “향후 과거의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별도로 검증하고 확인하는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사업을 총괄하는 방사청은 발전기 공급 계약에 대한 책임은 한화시스템에 있다고 밝혔다. 방사청 소속 장성을 상대로 로비를 벌였던 업체가 지속적으로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는 지적에는 앞서의 한화시스템의 설명과 같이 ‘개인 비리’로 결론이 내려졌다는 입장이다.
이는 올해 초 S전기 비리가 적발된 직후 모습과 크게 다르다. 방사청은 지난 1월 25일 비리 후속 조치를 위한 ‘TICN 발전기 관련 토의’를 열었는데, 이 자리에서 ‘투명성 입증 못한 부도덕 업체는 사업 참여 배제’ ‘발전기 국방규격 공개 및 방산물자 지정 취소 추진’ ‘업체선정 방법, 관급·사급 적용 문제 검토’ 등을 언급하며 구체적인 대안 마련에 나선 바 있다.
이에 대해 방사청 관계자는 “S전기는 방사청과 직접 계약하는 업체가 아니고 한화시스템과 계약하는 업체다. 개별 기업들 간의 계약이라 방사청이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며 “이 때문에 방사청이 한화시스템에 계약과 관련한 내용과 자료를 일방적으로 요구하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법률적으로 S전기가 TICN 3차 양산 계획에 참여하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과거 납품 비리를 저지른 업체가 1년도 지나지 않아 곧바로 대규모 방산 사업에 참여하는 것이 정당한가 하는 지적이 나온다. 기술적 문제는 없더라도 비리가 재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TICN 3차 양산부터는 방위사업청이 직접 발전기 공급업체를 선정하도록 감사원이 권고했는데, 방사청이 체계통합업체에만 계약을 맡겨 부정업체가 참여하는 것은 관리에 소홀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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