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에서 일고 있는 ‘반이(反李)론’ 내막
민주당, 현역에 불출마 의향 물어... ‘물갈이 공천설’에 당내 반발
뭉치는 ‘반이전선’... 총선 선대위원장 영입론 모락모락

민주당이 발칵 뒤집혔다. 이해찬 대표가 물밑에서 중진의원 불출마 작업 중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몇몇 의원들의 실명이 거론되고 있다. 민주당은 “사실 무근”이라며 부인했지만, ‘이해찬식 인위적 물갈이’에 대한 당 안팎의 우려가 나온다.
일각에선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선대위원장을 영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는 현 지도부, 즉 이 대표로는 선거를 치루기 힘들다는 인식을 바탕에 깔고 있다. 이 와중에 이 대표를 ‘디스(disrestpect : 힙합음악 장르에서 다른 그룹이나 사람을 공격하거나 폄하하기 위한 행동 혹은 가사)’하는 문자도 공개됐다. 이 대표에 대한 당내 불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란 평가다. 박근혜 탄핵 이후 두 차례의 선거에서 승리한 민주당의 3연승을 향한 험난한 여정을 살펴본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 (사진=뉴시스)
이해찬 민주당 대표. (사진=뉴시스)

 

중진 의원 물갈이설에 반기
민주당 안팎에서는 ‘중진 절반 물갈이설’이 퍼지고 있다. 이미 진영 행안부 장관, 박영선 중기벤처부 장관은 불출마 입장을 밝혔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과 양정철 민주정책연구원장, 백원우 부원장 등도 불출마 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과 김현미 국토부 장관의 불출마 설도 제기됐다. 이에 민주당은 즉각 대변인 명의로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민주당 중진 등 이른바 ‘반이’의원들은 물밑에서 부글부글 끓고 있다. 이 대표가 당대표의 권한을 최대한 활용해 내년 총선 공천을 사실상 혼자 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온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사실상 지난 2015년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만든 ‘시스템 공천’을 무력화 시킨 것이다.

이 대표는 지난 7월 인재영입위원장을 겸직한다고 발표했다. 민주당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외교·안보와 경제 분야 인사를 대폭 영입한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면서 보안유지와 계파 갈등을 우려해 별도의 위원 위촉 없이 가기로 했다. 사실상 ‘이해찬 1인 체제’를 선언한 것이다.

당내에선 이해찬 대표의 인재영입위원장 겸임에 “일방통행이 우려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당 대표가 인재영입위원장을 직접 하는 경우가 그렇게 흔치 않다”며 “영입 인사가 일방통행 식으로, 너무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을까. 모든 게 민주적으로 안되지 않을까. 공정하지 않을까 그런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해찬 디스’ 문자 받은 송영길
17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과 인천광역시 예산정책협의회에서 이 대표에 대한 당내 불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펼쳐졌다. 이 자리에 참석한 민주당 중진 의원이자 인천(계양구을)이 지역구인 송영길 의원이 지인에게 받은 문자 메시지 내용이 공개된 것이다.

뉴스1이 보도한 이 문자에는 “이해찬이 대표될 때부터 분노조절이 안 되는 사람이라 이한구처럼 공천파동을 염려했는데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이어 “민주정치에서 결격사유가 있거나 물의를 일으켜 해당 행위를 하지 않았다면 누가 무슨 권리로 불출마를 강제할 수 있습니까”라며 “3선 이상이 너무 많고 386세대를 언론에 흘리는 걸 보니 이해찬이 명분을 만들어 감정을 앞세울 수 있으니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는 내용이 담겼다.

17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과 인천광역시 예산정책협의회에 참석한 송영길 의원이 지인으로부터 받은 문자를 읽고 있다. (사진=뉴스1)
17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과 인천광역시 예산정책협의회에 참석한 송영길 의원이 지인으로부터 받은 문자를 읽고 있다. (사진=뉴스1)

 

이한구 전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 2016년 ‘친박’ 공천을 주도한 인물로 새누리당 총선 패배의 원인 중 한명으로 지목되는 인물이다. 한 마디로 이해찬 대표가 이한구 전 위원장처럼 공천파동을 일으킬 것이란 성토다.

이 문자가 공개되자 민주당은 발칵 뒤집혔다. ‘터질 것이 터졌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그동안 총리를 거친 7선 의원의 권위를 내세워 당을 장악한 이 대표에 대한 물밑의 불만이 수면위로 올라온 것이란 분석이다.

송 의원은 다음날인 18일 “저의 의견도 아니고 그런 생각을 가진 어느 분이 보내주신 내용의 일부”라며 “이해찬 대표님 측에도 상황을 설명드렸고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렸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86 그룹’의 대표격인 송 의원이 당내 ‘386 물갈이설’에 의도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러한 관측이 나오게 된 배경에는 이달 초 민주당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가 각 의원실에 보낸 ‘국회의원 최종평가 시행 안내’라는 제목의 공문이 원인이다. 민주당은 이 문건을 통해 의원들의 내년 총선 불출마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당 내에서는 ‘물갈이 신호탄’이란 해석이 나왔다.

꿈쩍 않는 이해찬, 다른꿈 꾸는 중진들
이런 가운데서도 이 대표의 ‘마이웨이’식 태도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어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이 대표는 19일 국회혁신특별위원회 중진의원단 연석회의에서 “국회 신뢰도가 거의 꼴찌에 가깝다”며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회 신뢰도는 2.4%로 300명 가운데 6~7명 정도에게 신뢰를 받고 나머지는 신뢰를 못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기 계신 분들은 다 신뢰를 못 받는 분들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민주당 내에서 각종 ‘총선 물갈이설’이 나온 뒤라 이 대표가 중진의원들에게 ‘신뢰 받지 못하는 분들’이란 뼈있는 농담을 건넨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그동안 이 대표가 갖은 구설수를 일으킨 데다, 대중적인 인기가 떨어진다는 점 때문에 민주당 일각에서는 선거에서 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인물을 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하자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당내에선 선대위원장 1순위로 이낙연 총리가 거론된다.

이석현 의원은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 총리가 선대위원장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이 총리가 12월 하순께 선대위원장을 맡아 전국을 돌면서 역할을 해주면 좋겠다”면서 “인기가 좋고 연설도 잘하는 이 총리가 힘을 실어주면 총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또 전국 지원유세를 하느라 본인 선거를 챙기지 못할 이 총리를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시키자는 주장까지 펼쳤다.

하지만 이 총리가 선대위원장을 맡기 위해선 총리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다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청와대는 이 총리를 유임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한다. 마땅한 후임 총리를 찾는 게 쉽지 않은데다, 야당과의 극한 대치 국면에서 인사청문회 통과도 어려울 것이란 판단에서다.

이 총리 측 관계자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총선 선대위원장 수락 가능성에 대해 “우리가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당에서 결정해주면 그대로 따르겠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 총리가 총선 출마 생각이 있는데 청와대에서 안 놔주는 상황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해찬 대표 측은 총선에서 이 대표를 대신할 인물이 필요하다는 당내 논의에 불쾌감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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