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개혁 최후의 저항’ 대통령 인사권 도전한 ‘윤병우’
여권 트라우마 직격한 검찰발(發) ‘논두렁 시계 시즌2’

검찰발 쿠데타가 일어났다. ‘사법개혁’의 아이콘 조국 법무부장관에 대한 전방위적 공격을 펼치고 있다. 검찰은 50곳 이상을 대대적으로 압수수색했다. 조 장관의 딸과 부인에 대한 수사 상황과 개인정보가 끊임없이 유출됐다. 청문회에서 검찰과 한국당의‘짬짜미’가 의심되는 정황도 있었다.
사실상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선출된 권력의 정점 대통령의 인사권에 개입하는 모양새다. 문재인 대통령은 과거 검찰의 권한 남용을 두고 “차라리 검찰은 문닫아라”고 1인 시위까지 한 바 있다. 사상 초유의 검찰 쿠데타를 두고 문 대통령이 이를 어떻게 진압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지난 2011년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1인 시위 중인 문재인 당시 노무현재단 이사장.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지난 2011년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1인 시위 중인 문재인 당시 노무현재단 이사장.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윤석열, 대통령 인사권에 도전
조국 법무장관을 두고 사상 최대의 검찰 압수수색이 이뤄졌다.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야당 고발 의혹만으로 50곳 이상을 압수수색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서 박영수 특검팀이 압수수색한 곳은 46곳에 불과하다.

조 장관에 대한 검찰의 압박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이혼해서 남이 된 조 장관의 전 제수씨도 출국 금지시켰다. 조 장관의 부인과 딸에 관련된 각종 개인정보와 수사상황이 흘러나왔다. 본인만 열람이 가능한 학교 생활기록부도 유출됐다. 각종 의혹들도 사실처럼 보도됐다. 여권은 사실상 검찰이 소스라고 보고 있다.

검찰이 개입 의혹을 받는 근거는 이뿐만이 아니다. 6일 열린 조 장관 인사청문회 종료 1시간 전 검찰은 부인 정경심 교수를 사문서 위조 혐의로 전격 기소했다. 이날 청문회 종료를 앞둔 비슷한 시각 한국당 법사위원들은 ‘부인이 기소되면 사퇴할거냐’며 조 장관을 강하게 압박했다. 조 장관의 사퇴 대답을 받아내려 했다는 의혹이 이는 부분이다. 일각에선 한국당과 검찰의 ‘짬짜미’가 의심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여권 전방위 검찰 비판
이를 두고 여권은 부글부글 끓고 있다. 분노의 방향은 검찰을 향하고 있다. 관련 기사 내용들을 보면 검찰이 압수수색을 통해 입수한 문건을 통째로 언론에 넘겨서 작성한 듯한 의심을 불러 일으키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사실상 대통령이 인사권을 행사하기 전에 검찰의 허락을 맡으라는 꼴’이라는 비판이다.  민주당 지지층 일각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논두렁 시계’ 사건의 트라우마를 재발시켰다는 분노의 목소리도 나온다.

검찰에 가장 묵직한 경고를 날린 것은 이낙연 국무총리였다. 이 총리는 검찰이 조 장관에 대해 전방위적 수사를 벌이는 것과 관련해 “검찰은 오직 진실로 말해야 한다”며 “자기들이 정치를 하겠다고 덤비는 것은 검찰의 영역을 넘어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리는 “검찰의 오래된 적폐 가운데 피의사실 공표나 수사 과정에서의 인권 침해, 명예 훼손 등이 재현되고 있다면 참으로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어 “나름 판단이 있겠지만 인사청문회를 목전에 둔 시점에 대단히 광범위한 압수수색에 들어가서 국회가 갖고 있는 검증의 권한과 의무에 영향을 주는 것은 적절치 않은 일이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하루 앞둔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구내식당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하루 앞둔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구내식당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배후는 윤석열?
여권을 중심으로 검찰이 정치에 개입한 것이란 비판이 제기된다. 특히 모든 일의 중심에 윤석열 총장이 있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치평론가 김선진씨는 “현재 벌어지는 검찰의 모든 짓들이 윤석열과 무관하지 않다는 건 이미 해당 사건들이 일반 형사부에서 특수부로 이동되고 오래전부터 일제소탕작전 벌이듯이 철저히 기획된 액션이라는 것에서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수사내용 유출에 대해서 “특수부가 이렇게 한다는 건 윤 총장이 이를 묵인, 방조 내지는 조장한다는 증거”라고 꼬집었다.

박광온 민주당 의원은 “검찰과거사위 조사결과 2008년부터 10년 동안 수사기밀 유출 사건의 기소사례는 0”이라며 “대상자를 압박하고 여론에 유죄의 심증을 심는 반인권적 불법 행위”라고 검찰을 비판했다.

비판의 목소리는 검찰 내부에서도 나온다. 검찰 내 성추행 폭로로 ‘미투 운동’을 불러온 서지현 검사는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보아라 파국이다. 이것이 검찰이다. 거봐라 안 변한다. 알아라 이젠 부디. 거두라 그 기대를. 바꾸라 정치검찰”이라고 적었다.

진모 부부장검사도 검찰 내부 통신망 ‘이프로스’에 올린 ‘검찰의 편파수사, 정치개입 부끄럽습니다’란 제목의 글에서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에 의해 임명되는 법무부 장관의 지휘와 감독을 받는 검찰이 민주국가의 선거에 의한 통제 원칙의 본분을 잊고 정치에 직접 개입하는 잘못된 행태를 되풀이하고 있다”고 적었다.

윤석열 내로남불
지난해 10월 19일, 국회 법사위의 서울중앙지검 국정감사의 한 장면은 의미심장하다. 장제원 한국당 의원은 “윤석열 지검장의 장모가 신한저축은행 직원과 공모해서 잔고 증명서를 위조했다는 게 밝혀졌다”며 “당연히 수사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본인의 도덕성 부분에 문제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당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은 “이게 어떻게 제 도덕성 문제인가. 제가 관련돼 있다는 증거가 있냐”며 강하게 반발했다. 지금의 윤 총장이 이때와 생각이 바뀐 것인지 아니면 일각에서 주장하는 대로 ‘내로남불(내가하면 로맨스, 남이하면 불륜)’인 것인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조국 장관은 지난 2016년 11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며, 자신의 트위터에 중국의 대문호 루쉰(걡迅)의 말을 이용해 이렇게 말했다. “사람을 무는 개가 물에 빠졌을 때, 그 개를 구해줘서는 안 된다. 오히려 더 두들겨 패야 한다. 그러지 않다면 개가 뭍에 나와 다시 사람을 문다.” 현 상황과 관련해 많은 시사점을 주는 문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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