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안희정 잇따른 유죄판결로 차기 잃어버린 민주당 ‘비문’진영
총선 앞두고 민주당 이합집산 시작되나... 대안은 박원순·김부겸?

민주당의 차기 대권 구도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유력한 비문 차기 대권 주자였던 이재명 지사가 2심에서 당선무효형을 받았다. 비서 성폭행 혐의를 받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는 실형이 확정됐다. 이 지사의 경우 아직 3심이 남아있지만 대법원에서 뒤집힐 확률은 크지 않아 보인다.
이들을 중심으로 뭉쳤던 비문(非文)계가 혼란에 빠졌다. 아직 남은 차기 잠룡들을 두고 민주당, 특히 비문진영의 이합집산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위기의 차기잠룡
“예상 밖의 결과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2심 판결을 두고 나오는 평가다. 당초 1심에서 무죄가 나왔기 때문에 2심에서도 무죄가 나올 것이란 예상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2심 재판부인 수원고법 형사2부(재판장 임상기)는 6일 ‘친형 강제입원’ 사건과 관련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해 무죄를 내렸던 원심을 파기하고, 벌금 3백만 원을 선고했다. 이 지사가 지난해 선거 토론 방송 등을 통해 친형 강제입원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내용이 거짓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 원이나 금고 이상의 형을 확정 받으면 당선이 즉각 무효가 되고 5년간 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또한 2심 재판부의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이 지사는 당선 무효 처리되어 보존 받은 선거비 약 38억 8천만원을 다시 국고에 반환해야 한다.

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도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강제추행 등의 혐의로 기소된 안 전 지사에게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9일 밝혔다.

안 전 지사의 1·2심 결과는 판이했다. 지난해 8월 1심 재판부는 안 전 지사의 공소사실 10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징역 3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왼쪽부터) 이재명 경기도지사, 안희정 전 충남지사, 박원순 서울시장, 김부겸 전 행안부장관. (사진=뉴시스)
(왼쪽부터) 이재명 경기도지사, 안희정 전 충남지사, 박원순 서울시장, 김부겸 전 행안부장관. (사진=뉴시스)

흔들리는 당심
이와 관련해 민주당, 특히 친문 권리당원들은 요동치고 있다. 안희정과 이재명에 대한 당 지도부의 대응이 다르다고 보기 때문이다.

안 지사의 경우 비서 김지은씨가 방송에 출연해 자신의 피해사실을 밝힌 지 불과 몇 시간 후 당에서 제명을 시켰다. 하지만 이 지사의 경우 재판 내내 당적을 유지한 채로 활발히 활동했다. 여기에 1심 선고 직전에는 민주당 국회의원 100명의 탄원서까지 재판부에 제출하기도 했다. 죄질의 차이가 있지만 당 지도부의 대응이 ‘극과 극’이어서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를 두고 ‘더불어민주당의 총선 압승을 염원하는 더불어민주당원연합’은 7일 성명서를 내고 “내년 총선 압승을 위해 이재명 리스크가 민주당 리스크로 번지지 않도록 이재명을 속히 제명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해 11월23일 이해찬 대표는 이 지사의 거취를 두고 ‘아직 정무적 판단을 할 때가 아니다. 법원의 재판 과정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며 “이제 이해찬 대표는 이 지사의 거취에 관해 정무적 판단을 할 때가 되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어 “2심 재판에 서 선거무효형인 유죄 판결을 받았고, 대법원에서도 2심 판결이 뒤집어지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이해찬 대표도 잘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체할 차기 주자 누구
차기 대선 후보는 정치세력을 모으는 구심점이다. 국민의당을 만든 세력이 ‘안철수’라는 유력한 대선주자를 내세워 지난 2016년 총선에서 호남을 석권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 때문에 이재명 지사와 안희정 지사를 밀었던 민주당 비문계열에서 누구를 새로 내세울지가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박원순 서울시장을 유력한 주자로 보고 있다. 3선의 서울시장이라는 강력한 인지도에 수도 서울이라는 배경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반대로 서울시장 3선을 하면서 당 안팎에서 비토세력이 만만치 않게 많은 데다, 본선 경쟁력을 약점으로 드는 의견도 대두된다.

다른 일각에서는 김부겸 전 행안부 장관도 유력 주자로 꼽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의 험지인 대구에서 김문수 전 경기지사와 정면 승부를 벌여 승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거 당적 논란과 혼맥을 통해 보수진영과 엮이는 부분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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