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협상대상자 선정후 반년째 계약 ‘차일피일’ 미뤄... 조합 “2순위 밀어주기” 의혹제기
전력거래소 “증빙자료 늦게 받아... 가처분 법원 결정 기다려야” 해명에 조합 반발

한국전력거래소가 185억원 규모의 전력 IT 유지관리 위탁용역 입찰에서 1순위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사업자와 반년째 계약을 맺지 않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일각에선 2순위 사업자로 선정된 한전KDN 컨소시엄을 밀어주려는 게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1순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한국금융정보산업협동조합(이하 협동조합)’측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한국전력거래소 전경. (사진=뉴시스)
한국전력거래소 전경. (사진=뉴시스)

 

반년째 공중에 뜬 2년짜리 계약
지난 4월 광주지방조달청은 ‘한국전력거래소 2019~2020년 전력 IT 유지관리 위탁용역’에 대한 경쟁입찰 결과를 발표했다. 조달청은 1순위 우선협상대상자로 협동조합을 선정했다. 기존 사업자였던 한전KDN과 바이텍정보통신 컨소시엄(이하 컨소시엄)은 2순위였다.

문제는 2년간 유효한 계약 협상이 반년 동안 지지부진하게 진행된 점이다. 조합 측에 따르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후, 1차 협상이 진행된 24일 동안 실질적인 협상시간은 5시간 20분에 불과했다고 한다.

결국 전력거래소 측은 5월 9일 1차 협상 불성립을 협동조합 측에 통보했다. 핵심인력 중 운영지원 인력 3인에 대한 기술 증빙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조달청이 기준으로 내세운 협상 기간은 최대 30일이다.

협동조합 측은 기술협상당시 충분히 보완해 제출할 수 있는 서류였다며 전력거래소가 처음부터 협상불성립 결정을 내리고 시간을 끌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첫 회의부터 요청을 했는데 25일 지나서 준 자료도 제대로 된 자료가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이어 “회의 시간의 길이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협상이 무산되자 조달청은 ‘조달청 협상에 의한 계약제안서 평가 세부기준’에 따라 업무심의를 거친 결과, 사유가 경미하다고 판단해 3인에 대한 증빙을 소명하고 재협상을 진행하도록 지난 8월 거래소 측에 요청했다.

광주지방조달청이 보낸 재협상 요청서.
광주지방조달청이 보낸 재협상 요청서.

 

하지만 거래소는 협동조합에서 조달청에 제출한 개인정보 증빙서류만을 요구할 뿐 협상에 응하지 않았다. 이에 협동조합측은 ‘조달청을 통해 다시 재협상 진행을 요청했으나 거래소는 요지부동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의혹 제기한 1순위 사업자
해당 사업은 한전KDN이 지난 수년간 독점해온 사업으로 조달청의 경쟁입찰 권고에 따라 실시된 것이다. 이 때문에 협동조합은 전력거래소와 컨소시엄 간의 유착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컨소시엄 측이 제출한 제안서에서 핵심인력 기재 자체가 없었다는 것이다. 협동조합 관계자는 “개인 정보인 기술증빙이 없다고 조합과의 협상은 차일피일 미루면서 정작 2순위인 컨소시엄은 평가할 인원조차 제안서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합이 조달청에 소명하고 증빙해야 하는 자료들로, 개인정보 동의를 받아야 하는 정보가 담긴 서류 제출을 거래소가 4차례에 걸쳐 요청했다”며 “정당한 이유없이 협상을 의도적으로 회피하는 이유는 후순위 업체와의 지속된 유대관계 때문으로 추정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조달청에서 핵심인력만 제시하고 하도급 인력은 명시하지 않도록 요청이 왔다”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결국 조달청은 8월 14일자 공문을 통해 전력거래소가 요청한 제안서 허위 여부 등에 대한 법률검토 결과, 제안서가 허위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재협상 실시를 요구했다. 하지만 전력거래소는 지난 9월 4일자로 조합 측에 재협상 일정 및 자료제출 요구 공문을 다시 보낸 상태다.

가처분신청에 연기된 협상
이 와중에 2순위 협상대상자인 컨소시엄은 서울중앙지법에 ‘입찰자 지위보전 등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 1순위인 협동조합이 제출한 입찰 제안서의 핵심인력 자격 서류의 기술자 등급이 허위라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협동조합 측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및 조달청에서 법적으로 판단받았다”며 반박했다.

2순위 컨소시엄이 낸 가처분신청서.
2순위 컨소시엄이 낸 가처분신청서.

 

지난 11일 전력거래소는 재협상과 관련해 컨소시엄의 가처분 신청을 이유로 일정을 조정할 것이라는 내용의 공문을 조합에 보냈다. 협동조합 측은 “가처분 신청서에서 채무자로 대한민국 조달청을 적시했다”며 “전력거래소는 채무자가 아니어서 가처분신청과 하등의 관계가 없는데도 이러한 사유를 빌미로 재협상을 또다시 회피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전력거래소를 꼬집었다.

이에 대해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10월 초면 (법원의 가처분에 대한) 결론이 나올 것”이라며 “법원의 가처분 신청에 대한 판단이 나오기 전까지는 재협상을 중단하기로 협동조합과 얘기가 된 상황”이라고 했다.

협동조합 측은 전력거래소의 내부 정보가 컨소시엄에 샜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컨소시엄의 가처분 신청 서류에서 조합의 제안서를 비롯해 조달청의 공문서 등 전력거래소만 알 수 있는 다량의 정보들이 포함됐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전력거래소 측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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