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성북구청 공무원들이 허위서류를 만들어 예산을 착복한 사실이 드러나 구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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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민들은 이전에 발생했던 시간외수당 허위 지급, 허위 출장비 47억 횡령 사건 등에 이어 또 불거진 성북구청 공무원들의 도덕적 해이에 배신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16년 7월 서울 성북구청 공무원 A씨는 구청 사무실에서 사무용품 납품업자 B씨를 만나 잉크 등 전산장비용품 등을 납품한다는 내용의 허위 납품 견적서를 받았다. A씨는 이 견적서를 토대로 지급결의서 등 공문서를 작성해 구청 재무과에 제출 했고, B씨는 구청에서 185만원을 받았다.

그러나 성북구청은 해당 장비를 구매할 계획이 없었고, B씨에게 지급된 돈은 세금 명목으로 일부만 제한 뒤 고스란히 A씨 호주머니로 들어갔다. 구청 공무원이 납품업자와 짜고 허위 서류를 만들어 예산을 착복한 것이다. 이런 방법으로 9년 동안 2억3000만원 가까운 혈세를 빼돌린 현의로 전·현직 성북구청 공무원들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북부지검 형사6부(부장 이태일)는 사기,허위 공문서 작성, 허위 작성 공문서 행사 등의 혐의로 A씨와 B씨를 구속 기소해 각각 징역 5년과 4년을 구형했다고 27일 밝혔다.

검찰은 같은 방법으로 구 예산을 빼돌린 현직 구청 공무원 4명과 전직 공무원 1명도 불구속 기소했으며, 착복 액수가 적은 현직 공무원 5명과 업자 두 명은 벌금형에 약식 기소했다.

적발된 공무원들은 2010~2018년 구청과 동 주민센터, 구의회 사무국 등에서 근무하면서 모두 305차례의 허위 물품 거래 내역을 꾸며 2억2826만400원을 타낸 것으로 조사됐다. 그중 징역 5년이 구형된 A씨의 착복 액수가 절반에 달했다.

그는 퇴직 한 달 전인 지난해 11월까지 2년 4개월간 125차례에 걸쳐 납품업자와 허위 거래하는 방식으로 1억1711만1600원의 혈세를 착복한 것으로 조사됐다.

같이 적발된 다른 공무원들도 착복 액수는 적지만 수법은 비슷했다. 지급결의서,물품검수내역서 등 공공기관의 구매 내역에 필요한 각종 공문서를 마치 실제 구매할 것처럼 작성해 업자에게 지급된 비용을 자기 호주머니로 빼돌렸다. 업자들은 눈먼 돈의 세탁 경유지 역할을 한 것이다. 이번 수사에서 업자들의 금전적 이익은 거의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성북구 관계자는 "납품거래선을 확보해야 하는 업자 입장에서 확실한 갑의 위치에 있는 담당 공무원의 요구를 거절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성북구청 공무원들의 집단 착복은 작년 12월 '혈세를 가로채는 구청 공무원들의 비위를 제보한다'는 익명의 투서를 받은 성북구에서 성북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하면서 막을 내렸다. 소속 직원들이 10년 가까이 눈먼 돈을 빼가는 동안 구청 감사조직은 대체 뭘 했느냐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적발된 공무원 11명 중 9명은 현직이다. 이들은 지난달 업무에서 배제됐지만, 여전히 성북구청에 출근하고 있고, 급여도 정상 지급되고 있다.

성북구는 "1심 선고를 본 뒤 징계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들이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을 경우, 구청에서는 감봉·정직·파면·해임 등의 징계를 줄 수 있다. 그러나, 피고인들이 항소해서 재판이 길어질 경우에는 징계가 늦어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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