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현 TK·양향자 동작을’ 전략공천설... 친문 험지 공천 ‘차도살인(借刀殺人)’ 시나리오
李, 양정철 ‘경고’ 이어 잇달아 친문 견제... 총선·대선 주도권 ‘샅바싸움’ 치열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총선 전략공천을 두고 파문이 일고 있다. ‘친문 죽이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민주당 지도부는 김수현(57) 전 청와대 정책실장을 TK 지역에, 양향자(52) 전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장을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 지역구인 서울 동작에 전략공천 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의 움직임에 대해 당 안팎에서는 친문을 험지로 보내 자연스레 도태시키려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대두된다. 민주당의 텃밭에는 당 주류인 친 이해찬계가 출마하고, PK·TK 등 민주당 입장에서 험지에 친문을 투입해, ‘살아 돌아오면 내 탓, 아니면 친문 탓’식의 ‘차도살인(借刀殺人)’ 공천이란 반발이 나온다. 이 대표는 앞서 인재 영입을 직접 챙기겠다며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행보에 제동을 걸었다. 내년 총선과 차기 대권을 둘러싼 친문과 비문 간의 주도권 다툼을 살펴본다.

 

친문 험지 공천 움직임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친문을 견제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내년 총선에서 친문 인사들을 험지 전략 공천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민주당은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을 대구·경북(TK) 지역에, 양향자 전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장을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의 지역구인 서울 동작을에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8일 알려졌다.

이 대표는 지난달 25일 문 대통령과 김 전 실장이 나란히 참석한 ‘상생형 구미 일자리 투자 협약식’에서 이 같은 뜻을 문 대통령에게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김 전 실장의 TK 공천은 당이 TK를 내년 총선의 승부처로 삼기로 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양 전 원장은 지난 1일 당으로 복귀해 민주당 일본경제침략대책특별위원회 위원을 맡았다. 당초 양 전 원장은 지난 총선에서 민주평화당 천정배 의원과 대결한 광주 서구을 재도전 의사를 밝혔으나, 수도권 ‘빅 매치’ 지역에 안배할 후보군이 필요하다는 당 지도부의 판단에 따라 출마 지역이 보류된 상태로 알려졌다.

이러한 이 대표의 행보를 두고 친문 진영 일각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이 대표를 비롯한 당내 주류인 ‘친이해찬계’ 비문의 반격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일본의 무역보복 와중에 불거진 이 대표의 ‘일식집 사케 낮술’ 논란과 앞서 나온 ‘이 대표 1인 체제’ 인재영입위 등 이 대표의 독주에 제동을 걸려는 친문에 대한 견제라는 것.

실제로 김 전 실장과 양 전 원장 모두 친문 인사에 속한다. 김 전 실장은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 정책특보를 지낸 후 청와대에 입성했다. 양 전 원장의 경우 2016년 1월 이른바 ‘문재인 인재영입’ 7번째 인사로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했다. 특히 양 전 원장과 관련해서는 “동작을 지역은 정몽준 전 의원과 나경원 원내대표 등이 줄곧 당선된 보수색채가 강한 지역”이라며 ‘사지에서 살아오면 자기 공, 못살면 후보 탓’을 할 거라는 날선 비판도 나온다.

아울러 TK 승부처론‘에 대해서도 성토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국을 싹쓸이한 지난 지선 때도 TK는 이기지 못했다”며 “지금 민주당이 전력을 다해야 하는 총선 격전지는 PK(부산, 울산, 경남)이지 TK가 아니다”며 현실을 직시하자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여기에 민주당 친문 권리당원을 중심으로 “지난 6월 물러나 자연인으로 돌아간 김 전 실장의 거취를 두고 청와대와 협의 했다는 얘기를 꺼내는 것 자체가 야당에게 ‘청와대 공천 개입설’의 빌미를 주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해찬, 양정철에 견제구 날려
이해찬 대표의 움직임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있다. 최근 이 대표는 ‘인재영입을 직접 챙기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총선 대비를 주관하던 ‘친문 핵심’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을 저격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0일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인재 영입에 직접 나설 생각”이라며 “여러 사람의 추천을 받되, 최종 수락은 당대표의 면담이 이뤄진 뒤에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선언했다. 인재영입 주도권과 결정권을 직접 챙기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한동안‘광폭 행보’를 보였던 양정철 원장에게 제동을 건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 대표의 양 원장에 대한 견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5월 양 원장 취임 직후 총선 전략을 주도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왔을 때 이 대표는 “연구원장은 연구원장일 뿐, 선거는 당이 치른다”고 경고성 메시지를 보낸 바 있다.

양 원장에 대한 이 대표의 견제는 계속됐다. 지난달 29일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이 대표가 8월에 구성될 인재영입위에서 ‘말 많은 사람은 뺀다’고 했다”며 “자의든 타의든 인재영입과 관련해 말이 많은 사람은 배제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우스갯소리라고 전제하긴 했지만, 그동안 언론에 수많은 말을 쏟아낸 양 원장에 대한 일종의 ‘저격’이라고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여기에 민주연구원이 만든 ‘총선보고서 파문’도 양 원장을 궁지로 몰아 넣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조사한 7월 정례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에서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한 여야의 대응방식의 차이가 총선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의견이 78.6%로 절대 다수”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실상 최근 한일 갈등이 내년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여당에 유리할 것이라는 취지의 보고서인 셈이다.

이에 대해 민주연구원은 “당이나 연구원의 공식입장이 아닌 보고서가 오해를 초래하지 않도록 보다 신중을 기하겠다”고 해명했다. 양 원장 역시 “최근 과중한 업무 속에서 미처 꼼꼼하게 챙겨보지 못한 제 불찰”이라며 “보고서 생성과 공유 절차에 좀더 유의해 신중을 기하도록 직원들을 관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를 두고도 양 원장을 물 먹이기 위해 비문 당 주류에서 고의로 외부에 흘렸다는 의혹과 “드디어 사고를 쳤다”는 주장이 대립되고 있다.

총선·대선 앞둔 샅바싸움
‘친문 견제설’에 대해 당내에서는 이와는 다르게 해석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친문을 견제하는 것이 아니라 30년 집권을 위해 균형을 맞추기 위한 행보라는 주장이다. 근거로 최근 이 대표가 다른 ‘친문 핵심’인 전해철 의원을 특보단 단장에 임명한 것을 들고 있다. 전 의원은 양 원장과 함께 문재인 대통령 최측근 그룹인 ‘3철’로 불리며 문 대통령을 만든 최대 공신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여권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대통령 최측근으로 불리는 전 의원을 통해 양 원장에게 권력과 인재가 집중되는 것을 분산시키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특보단장 임명 후 전 의원은 “총선 등 당이 해야 할 일, 당 대표가 해야 할 일이 많이 있는 상황에서 특보단은 당 대표를 도와서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민주당을 이끌어 가겠다”고 밝혔다.

‘친문 험지 출마설’이 맞지 않다는 반박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초대 국민소통수석을 역임한 윤영찬 전 수석의 경우 수도권인 성남시 중원구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지난해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은수미 성남시장이 60% 이상 득표하며 남경필 전 경기지사와 박정오 한국당 성남시장 후보에게 더블스코어 차로 승리한 바 있는 곳이다.

하지만 다른 일각에선 현역인 한국당 신상진 의원이 이곳에서만 4선을 한 지역이라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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