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얼굴의 현금부자 기업 ‘슈퍼 갑질’의혹
회장님 행사 열면 여직원은 걸그룹 댄스, 남직원은 차력쇼
단체교섭 1년, 왜 신도리코는 노조를 인정하지 않는가?

대한항공 사주의 갑질 행태에 대한 사회적 공분으로 직장 내 갑질 근절에 대해 공감대가 어느 정도 안착화하는 분위기이지만 신도리코에서는 옛말일 뿐인다.
사내행사에서 여직원과 여장 남직원에게 아이돌 걸그룹 춤을 추도록 강요하는가 하면 사내 임원과 손님에게 급식 서빙도 하도록 했다. 남성 직원들은 차력쇼까지 펼쳐야 했다.
수십년간 전근대적 직장문화에 저항하기 위해 노동조합을 결성했지만 사측은 대화와 협상의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지난 16일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신도리코는 노조원들을 상대로 노골적으로 '왕따'를 시키고 있어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 11일 서울 성수동 신도리코 본사 앞에서는 신도리코의 구시대적 군사문화와 '직장갑질'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지난 11일 서울 성수동 신도리코 본사 앞에서는 신도리코의 구시대적 군사문화와 '직장갑질'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지난 11일 서울 성수동 신도리코 본사 앞에서는 신도리코의 구시대적 군사문화와 '직장갑질'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신도리코는 프린터 복합기를 생산하는 유명한 국내기업으로 국민들에게 매우 친숙할 뿐아니라 투명하고 깨끗한 이미지의 기업이었기에 이번 일이 더욱 놀라울 따름이다.
기자회견에서 신도리코 노동조합이 밝힌 여러 '직장갑질' 사례는 여성노동자들에 대한 저열한 인식뿐 아니라 신도리코 경영진의 강압적이고 상명하복 군사주의를 보여주었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여성노동자들에게 출산계획을 물어 보직을 정하고, 자전거를 들고 산에 오르게 하거나 보트로 한강을 건너는 등 수련회를 빙자한 극기 훈련을 일삼는 행태에 혀를 내둘렀다.

족벌경영의 폐해 사실상 개인회사
신도리코의 이런 구시대적 기업문화의 정점에는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고 노조활동을 방해하고 있는 우석형 회장이 있다. 기업설립 60년 만에 작년 노동조합이 설립되었지만, 노동조합은 1년이 넘도록 단체협약조차 체결하지 못한 채 60일 간 천막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노동조합을 자신의 권위에 도전하는 집단으로 보는 선민의식이 갈등을 심화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회장일가가 100% 회사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대표적인 족벌기업이 평등한 직장문화의 걸림돌익도 하다. 일감몰아주기, 불투명한 내부거래, 경영권세습의 전형적인 족벌경영의 폐해가 기업문화를 망치고 있다.   

여직원 당번 정해 임원·손님 밥상 서빙
신도리코분회에 따르면 신도리코는 올해 초까지 임원이나 외부 방문객이 왔을 때 여직원들에게 구내식당 밥상을 차리게 했다. 회사는 서빙 순번까지 정해 놓고 있었다. 회사 총무부서에서 여직원들에게 보낸 '전략회의시 서빙 순서' 표를 보면 6명의 여직원이 2인1조로 돌아가면서 밥상을 차렸다. '전략회의'는 우석형 회장 이하 임원들이 매월 아산공장에서 여는 생산전략회의를 말한다. 표에는 올해 1월까지 서빙 순서가 명시돼 있었다.
서빙 차례가 된 여직원들은 구내식당에서 임원들이 먹을 점심식사 상차림을 하고, 이들이 식사를 마칠 때까지 기다렸다가 식판을 치웠다. 여직원들은 본사에서도 서빙을 했다. 한규훈 신도리코분회 부분회장은 "외부업체 관계자들이 오면 해당 부서 여직원들에게 서빙을 맡겼다"며 "뒷말이 나오자 남성 직원들에게도 '돌아가면서 하라'고 시켰는데, 남성 직원들이 서빙하는 모습은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분회에 따르면 고졸 출신 여직원은 승진에서 차별을 받았다. 28년차 계장, 30년차 대리가 존재한다. 여직원에게 출산계획이 있는지 물어본 뒤 업무에서 배제하는 일이 일상적으로 일어난다고 분회는 설명했다.

신도리코분회에 따르면 신도리코는 올해 초까지 임원이나 외부 방문객이 왔을 때 여직원들에게 구내식당 밥상을 차리게 했다. 회사는 서빙 순번까지 정해 놓고 있었다(사진=신도리코 분회)
신도리코분회에 따르면 신도리코는 올해 초까지 임원이나 외부 방문객이 왔을 때 여직원들에게 구내식당 밥상을 차리게 했다. 회사는 서빙 순번까지 정해 놓고 있었다(사진=신도리코 분회)

우석형 회장 참석 행사 때마다 걸그룹 댄스·차력쇼
2017년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한림대 성심병원 간호사 장기자랑과 비슷한 갑질 사례도 나왔다. 매년 9월마다 우석형 회장을 비롯한 임원들과 아산공장 직원들이 참석하는 '아산공장 확대석식 간담회'에서 여직원들은 걸그룹 댄스를, 남직원들은 차력쇼·여장 댄스 같은 장기자랑을 강요당했다는 것이다.
한규훈 부분회장은 "말이 장기자랑이지 누가 하고 싶어 하겠냐"며 "퇴근 후나 주말에 장기자랑 연습을 시켜 직원들의 원성이 자자했다"고 말했다.
신도리코의 전근대적 조직문화는 직원교육 프로그램에서 두드러진다. 신도리코 신입직원들은 연수 과정에서 배방산 야외훈련을 거쳐야 한다. 협동심을 기른다는 취지인데, 10킬로그램이 넘는 산악자전거(MTB)를 들고 산을 오른다. 신도리코 기업블로그에서도 신입직원 야외훈련에 대해 "선배사원들 사이에서 계속 회자될 정도로 힘든 훈련"이라며 "훈련을 마치고 나면 참가자 모두가 한목소리로 만족을 하는 보람찬 훈련"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주임급 교육에서는 4~6인 1조로 고무보트를 타고 노를 저어 한강을 건너게 한다. 여직원은 배 앞머리에 태워 방향 지시를 맡긴다. 전형적인 군대식 극기훈련이다. 분회 관계자는 "협동은커녕 힘들어서 싸움만 난다"고 말했다.

회사측 “오해”주장 논란 일자 폐지
신도리코측은 이날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오해가 있다"고 밝혔다. 여직원 식당 서빙에 대해서는 "손님이 많을 때 해당 부서나 총무부서에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가 있다"며 "일손이 부족할 때 서로 돕는다는 게 와전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산공장 확대석식 간담회 장기자랑과 관련해서는 "몇몇 부서가 여흥시간을 마련해 장기자랑을 하긴 했지만 여직원들에게 선정적 춤 등을 강요한 적은 없다"며 "오래된 행사지만 변화하는 분위기에 맞춰 지난해부터 폐지했다"고 해명했다. 산악자전거를 들고 산에 오르는 신입직원 교육 프로그램도 지난해 폐지했다고 덧붙였다.
분회측은 "회사에 '직장내 괴롭힘 신고센터 설치를 제안했지만 회사측으로부터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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