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수당 수수료도 일방적 통보

19일 아주경제에 따르면 '생각하는 피자'로 유명한 재능교육이 학습지 선생님의 성과수당 성격인 수수료율을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해 통보한 것도 모자라 불리한 내용을 담은 계약서에 서명하도록 압박을 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재능교육이 학습지 선생님에게 불리한 내용을 담은 계약서에 서명하도록 압박을 가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되고있다.(사진=뉴시스)
재능교육이 학습지 선생님에게 불리한 내용을 담은 계약서에 서명하도록 압박을 가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되고있다.(사진=뉴시스)

학습지 선생님들에 대한 일방적인 움직임은 재능그룹 박성훈 회장의 장남인 박종우 사장이 재능교육 대표이사를 맡은 2014년부터 시작됐다.

18일 학습지 선생님들에 따르면, 재능교육은 2014년 7월 전국학습지산업노동조합 재능교육지부(이하 학습지노조) 측과 단체협약을 부분 합의했다. 단체협약은 노조와 사용자가 협정으로 체결하는 자치적 노동법규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등은 개인이 기업과 공정한 근로계약으로 관계를 형성하기 힘들기 때문에 노조의 단결력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게 단체협약이다. 이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근거를 두고 있다. 단체협약의 유효기간은 2년이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방문판매원이나 학습지 선생님, 보험설계사 등을 말한다.

재능교육은 지난 2000년 학습지 선생님들과 첫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국내 기업 중 특수형태근로종사자와 단체협약을 맺은 첫 번째 사례이기도 하다. 그러나 재능교육은 2007년 12월 단체협약 해지를 통보했다. 이후 학습지 선생님들은 6년간 농성한 끝에 2013년 단체협약을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

단체협약 논의가 본격화한 2014년 상반기 재능교육과 학습지노조 측은 이견이 컸던 전문선생님 수수료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서 합의에 이르렀다. 전문선생님 수수료는 양측이 지속적으로 교섭해 협의해 나갈 예정이었다. 학습지 선생님들은 학생들의 월회비 일부를 관리수수료로 받는다. 전문선생님 수수료는 학생 모집에 성공하거나 과목수를 늘릴 때 받는 인센티브다.

그런데 박성훈 회장의 장남인 박종우 사장이 재능교육 대표이사를 맡은 2014년 이후 미묘한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다. 결국 이듬해 3월 재능교육은 자신들이 만든 ‘계약서’에 노조 측과 협의 중이던 수수료 부분을 일방적으로 명시하고 학습지 선생님들의 서명을 요구했다.

한 재능교육 학습지 선생님은 “수수료 부분을 협의해 나가던 중 어떠한 얘기도 없이 일방적으로 학습지 선생님들한테 바뀐 제도에 대한 계약서를 돌렸다”며 “선생님들한테 서명을 하게 만들고 일방적으로 시행을 했다”고 말했다. 다른 선생님은 “서명하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컸다”고 털어놨다. 2010년 재능교육은 학습지 선생님들이 노조 활동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위탁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박종우 대표가 지시했다는 직접적인 연결 관계를 단정할 수는 없다”면서도 “도의적인 책임이 없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새로운 계약 내용은 매달 과목 추가 수강 등 1건 이상의 실적을 올려야만 인센티브 3%를 지급한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이전까지 3%의 인센티브는 실적이 마이너스만 아니면 받을 수 있었다. 재능교육이 학습지 선생님들의 실급여와 관련된 계약 내용을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강행했다는 얘기다.

학습지노조 측은 ‘매달 1건 이상의 실적’이 유령회원을 양산하는 부작용을 낳았다고 주장한다. 유령회원은 학습지 선생님이 스스로 회비를 납부해 회원수를 채워 넣는 방식이다.

노조 관계자는 "계약 이후 각 지국에 매달 목표 실적을 요구하고, 미달하면 ‘지국을 없애거나 통폐합하겠다’며 고용불안을 조장했다"며 “그러다 보니 소속 선생님들은 동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유령회원을 만들어 실적을 메워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아마 선생님마다 5~10개 정도의 유령회원을 보유하고 있을 것이다. 40~50개를 보유한 선생님도 있다”고 귀띔했다.

재능교육 학습지 선생님은 3000여명 수준이다. 만약 선생님마다 5명의 유령회원을 등록했다면 1만5000여명의 숫자가 부풀려진 셈이다. 6월 말 현재 재능교육 회원 수는 15만명 정도다. 10명 중 1명이 ‘유령회원’일 수도 있다는 의미다.

재능교육 관계자는 “2015년에 재능교육은 학습지노조 재능지부와 수수료 교섭을 했으나, 일부 수수료 제도에 대해 합의하지 못한 사실이 있다”며 “이후 합의하지 못한 수수료 제도 상 약 10% 정도의 비중을 갖는 ‘전문선생님 수수료’ 등 일부 수수료만 변경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계약서 서명 과정에서 학습지 선생님에게 압박을 가한 사실은 없다고 해명했다.

한편, 2008년 재능교육의 단체협약 해지 통보 이후 학습지 선생님들은 단체교섭을 요구하는 집회를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재능교육은 2010년 노조활동이 불법이라며 집회에 참석한 이들과 위탁계약을 해지했다. 지난해 6월 대법원은 노조를 가입했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주는 건 위법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학습지 선생님들이 소송을 제기한 지 7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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